자율 경영통해 무부채기업 일궈 ... 세계적 볼트회사 야심찬 '꿈'

한국볼트 송관섭사장(45)은 2세 경영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송사장을 다른 2세 경영인들처럼 창업자의 경영방침을 그대로 답습하는 「순한 경영인」으로 이해해선 곤란하다. 그는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부친의 핀잔에도 아량곳하지 않고 경영혁신 작업을 단행, 한국볼트를 세계적인 볼트회사로 키워내서다.그가 한국볼트 경영에 합류한 것은 지난 82년. 연세대를 졸업, 미국듀크대에서 이해에 MBA과정을 마친 그의 꿈은 당찼다. 미국기업에취직, 선진경영기법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러나 그의 꿈은부친의 엄명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다.『밤새 비행기를 타고 졸업식장에 참석해서는 이 정도면 됐으니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하더군요. 조금 더 남아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간청을 했으나 내 이름이 새겨진 회사명함을 내밀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이렇게 해서 한국볼트에 합류한 그는 10여년 동안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은 뒤 91년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았다. 이때부터 송사장의 「선의의 경영반란」은 시작됐다.◆ 우리사주조합에 주식 과감히 배정그가 사장취임과 동시에 단행한 반란은 자율경영. 새로운 투자아이템의 선정, 대규모 설비투자 등 핵심사안만 챙기고 나머지 부문은임원 및 팀장들에게 대대적으로 위임했다. 회사가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자율경영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였다.아니나 다를까, 부친이 훈수를 하고 나섰다. 사장으로서 경영전반에대한 진두지휘를 해야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다는것이 부친의 뜻이었다. 30여년전 맨몸으로 창업, 오늘의 한국볼트로 일으켜 세운 부친으로서는 당연한 훈수였다. 그러나 송사장은 밀어붙였다.송사장의 두번째 반란은 대폭적인 임금인상. 부친이 사장으로 재직할 때 한국볼트 연간 보너스는 2백80%. 이 규모의 상여금은 동종업계에서도 높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취임한지 몇달되지 않아 연간 상여금을 6백%로 대폭 올렸다. 직원들의 복지후생향상도 좋지만 먼저 회사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친이 다시 거들고 나섰다.그러나 강도는 자율경영 훈수보다 약했다. 경영수업을 받을 당시 틈만 나면 부친은 노사가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상생경영」철학을자신에게 주지시켰기 때문이다. 자신은 이같은 뜻을 보다 구체화했을 뿐이라는 점을 설명드린 뒤 두번째 고비를 넘겼다.부친의 상생경영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자 힘이 났다. 그래서상생경영철학을 더욱 가속화했다. 95년 코스닥등록을 앞두고 우리사주조합에 주당 7천원에 3만여주를 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종업원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책임경영을 가시화하기 위해 싼 값에 배정해 준 것이다.『주식을 우리 사주조합에 배정하자 무척 반대를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창업자들이 주식에 대한 애착이 강하듯 아버지 또한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지요.』이 사건이후 부친의 훈수는 줄어들었다. 경영혁신이 다소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무난하게 회사를 이끌고 있어서였다. 송사장이 경영전면에 나선뒤 달라진 회사규모와 경영지표가이를 잘 입증한다.지난달 말 코스닥시장에서 유상증자를 무사히 마친 것을 계기로 한국볼트의 부채비율은 1백20%에서 70%로 낮아졌다. 회사의 현금유동성을 반영하는 사내 유보율은 무려 7백%에 달한다. 당장 동원할 수있는 현금만도 1백20억원 정도다. 무부채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유상증자 당시 청약경쟁률이 무려 60대 1에 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그런 송사장에게도 불만은 있다. 단순히 재무제표만을 놓고볼 때 회사의 주가는 최소한 5만원대를 유지해야 하는데 최근의 주가는 그렇지 못해서다. 알짜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한국볼트가 정보통신등 일부거품이 들어간 종목과 같이 취급당한다는 인상이 짙어 송사장은 이에 대책마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수성에 급급해하지 않고 회사규모를 늘린 것도 좋은 점수를 얻은 요인이다. 송사장은 내수는 물론 수출분야에서수요가 늘자 1백50억원을 투자, 경기도 안산에 제2공장(냉간공장)을완공했다. 이와 함께 매년 20억~30억원 가량을 투자해 자동화 등 시설현대화를 기했다. 공장이 두개로 늘어났음에도 직원을 한명도 늘리고 않고 최고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볼트의 현재 직원수는 2백30여명으로 이 인원은 10년전 규모다.부친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송사장은 경영수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바쁜 와중에서도 이달초 방한한 미국잭 웰치 GE 회장의 6시그마강연에 참석했고 생산성본부 등 경영혁신기관으로부터 컨설팅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6시그마 등 선진경영기법은 중소기업이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만간 경영컨설팅기관과 계약을 맺어 선진경영기법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쳐볼 생각입니다.』교량, 중화학설비, 중장비 등 대형구조물에 들어가는 볼트와 너트를주력상품으로 하고 있는 한국볼트의 CEO답게 송사장의 꿈은 크고 당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