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에서 기업, 가정까지.. 마케팅에도 활용

지난 22일 오후 6시, 서울 테크노마트의 게임테마파크 「DMZ(드림메이킹 존)」에는 방학을 맞이한 청소년들이 가득했다. 각종 기계음, 음악소리가 현란한 조명과 어우러져마치 신세계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다만 특이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보다 게임을 지켜보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은 바로DDR(Dance Dance Revolution). 소위 「고수」들이 그들만의 기술을 선보일 때면 이를보고 배우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정도다.DDR은 본래 일본 코나미사가 개발한 댄스오락기다. 음악과 함께 모니터 화면에 동서남북 사방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뜨면, 그에 맞춰 발판의 화살표를 밟으면서 춤을 추게 돼 있다. 국내에는 1999년6월 유니코전자가 처음 들여왔다. 보통 한번 게임을즐기는데 5백원을 내야 하는데도 상당수 오락실에선 번호표를 받아 차례를 기다려야 할정도다. 12대의 게임기가 설치된 DMZ의 경우에도 하루 이용객이 1만명을 웃돈다.이미 PC통신이나 인터넷에는 동호회나 DDR관련 사이트가 상당수 생겨났다. 이곳에는 소위 「족보」를 구하려는 이들로 북적댄다.족보는 원래 대학가에서 시험 모범답안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는데, 이곳에서는 기기별노래별로 화살표의 진행 순서를 알려주는 자료를 일컫는다. 여기서 얻은 족보를 가지고좀 더 멋진 춤을 연습할 때 이용하는 것이다.동호회가 발전해 전문팀을 결성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들은 서로 기술을 연마하고,인터넷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정보를 교환한다. 대규모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쓴 「고수」들이 끼인 「프로팀」은 각종 행사에 시범경기를 펼치기 위해 초청받기도 한다. 현재프로팀으로는 「부산닭다리(members. tri-pod.co.kr/Elazer)」, 「A-Team (myhome.thrunet.com/~colles/ateam)」, 「악성빈혈(noazon.com/~ddr)」, 「T2k(me-mbers.tripod.co.kr/ttwok)」 등10여개가 넘는다.◆ DDR만 있으면 ‘인산인해’DDR열풍은 대학축제의 풍경도 바꾸어 놓았다. 지난 가을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DDR가가장 인기있는 이벤트였다. DDR 앞에는 이를즐기거나 배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과대항전, 단과대 대항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DDR 고수들을 초빙해 그들만의 비법을 배우기도 했다.DDR신드롬은 청소년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20∼30대 직장인들에까지 확산된상태다. 게임전문 벤처기업인 넥슨과 LG유통(문래동 사옥) 등은 직원들을 위해 회사내휴게실에 이 게임기를 설치했다. 송년모임때 DDR경연대회를 여는 직장도 상당수 있다.한솔 PCS는 2000년 시무식 때 전직원이 참여하는 DDR 챔피언 경연대회를 열기로 했다.각 회사에서 벌이는 이벤트에도 DDR가 빠지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LG 애경 뉴코아 등 각 백화점에서 DDR 콘테스트를 펼쳤다. 각 레저업체와 외식업체들도 DDR 대회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심지어 삼성물산과 같은 경우는 모델하우스에서 DDR 경연 대회를 펼칠 정도다. 세진컴퓨터랜드는 매장에 DDR를 연결해두고 방문객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PC통신, 홈쇼핑, 인터넷업체들이 내거는 경품에도 DDR가 가장 인기있는 선물이다.DDR열풍이 거세다 보니 국내 최고수를 가리는 전국대회까지 생겼다. 지난 12월28일부터사흘간 오전 10시부터 한국종합전시장(COEX)대서양관에서 「99 King of DDR대회」가 열린 것이다. 올해는 각종 DDR대회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이런 DDR의 열풍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리에 앉아 손가락만 바삐 놀려대는 기존 전자오락게임과 달리 온 몸을 쓰는 방식이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신세대의 취향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화려한 춤솜씨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뿐만아니라 여러가지 요소가 함유된 새로운 형태의 댄스다. 우선 화면에 나타나는 화살표에맞춰 발과 몸통을 움직이는 행위는 댄스이고훌륭한 유산소운동이란 점에서 스포츠이기도하다. 반면 실력에 따라 난이도가 높은 단계에 오를 수 있다는 면에서 게임이다. 수업이끝난 뒤 매일 1시간 정도씩 오락실에서 DDR를 즐긴다는 이모군은 『DDR를 10분만 하면땀이 날 정도로 전신운동이 된다. 또 잘만하면 남들에게 박수도 받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최근에는 DDR의 운동량이 자전거 타기나 테니스와 비슷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열기는 청장년층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걷기를 싫어하는 현대인들이 하루 30분 DDR춤으로 같은 시간 조깅을 하는 것과 맞먹는 2백∼3백kcal 이상을 신나게 소모할 수 있다는것이 큰 매력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DDR」전용 헬스클럽까지 생겼다. 국내에서도 지난12월1일 서울 대치동 경희한방병원 비만클리닉센터에 정식으로 도입됐다. 이 병원 이경섭원장은 『DDR를 들여놓은 이후 10대는 물론 40∼50대 주부들까지 하루 30명씩 이용하고 있다』며 『지방분해효과가 크기 때문에많은 칼로리 소비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관련 업체들 매출도 급증PC나 TV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발판이 출시되면서 DDR 열기는 오락실에서 벗어나 가정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락실이란 「실전무대」에서 소위 뜨기 위해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청소년들과는 달리 다이어트용으로 사용하는 어른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소 몇십만원은 들어가는 고가 운동기구들은 몇달 지나면 대개 싫증이 나고덩치만 커 처치곤란해지기 일쑤지만 값싼 가정용 DDR은 그럴 염려가 없다. 다양한 음악에 따라 스텝이 바뀌어 지루하지 않다. 간단히 접어서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가격도 국산은 5만∼9만원, 대만이나 중국산인 경우는 1만5천∼2만5천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이미 테크노마트와 용산 등에선 하루에만 5백대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 이젠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서도 DDR를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DDR를 구입한 사람들의 반응도 다른 오락기와는 달리 긍정적이다. 주부 김모(40)씨는『DDR를 구입한 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운동용으로도 이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DDR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요즘 신바람이 났다. 현재 업소용을 제조하는 업체는 5개사,가정용을 제조하는 회사는 10여개사에 이른다. 업소용 DDR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안다미로(대표 김용환)는 지난해 총 2천여대의제품을 판매, 1999년 약 2백억원의 매출이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중 내수시장 매출만도약 1백50억원대에 이른다. 대만·중국·호주등지로부터 수출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2000년 매출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가정용 DDR인 「렛츠댄스」를 1999년10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리딩엣지 (대표 조석현)는출시이후 5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매출은 15억∼1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DDR은 이미 응용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아싸(대표 정영완), 베스트파워(대표 김경환) 등이 최근 노래반주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DDR를 내놓은 것이다. 노래방업소가 이 제품을 기존 노래반주기에 연결, 관련 콘텐츠와 운용프로그램을 컴퓨터(주곡기)로 직접 노래반주기에 입력하면 사용할 수있다.전문가들은 DDR의 열기가 내년말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층에서만 유행하던 기존 게임과는 달리 청장년층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게임종합지원센터의 류재호 차장은 『DDR은게임과 댄스가 조화를 이룬 체감형 오락이다. 이 인기는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지속된다고 본다』고 전망했다.세대를 뛰어넘은 DDR 열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관심거리다.★ DDR이란? 게임/댄스가 만난 체감형 오락DDR은 Dance Dance Revolution의 준말. 오락 화면의 스텝을 따라 하면 저절로 춤을 추는 것처럼 되는 댄스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몸을격렬하게 흔드는 게임이니만큼 하다 보면 저절로 살도 빠져 Diet Diet Revolution이라고도 한다.게임이 시작되면 노래에 맞춰 화면에 ←↓↑→의 화살표들이 올라간다. 화면 맨 위의 굵은 선에 화살표가 걸릴 때 화살표에 맞춰 발판의 스텝을 밟는다. 스텝을 놓치면 에너지 게이지가 점점 내려가 게임이 종료된다. 스텝을 놓치지 않으면 한번에 4판까지 할 수 있다.최근에는 PC나 가정용 게임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되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 문제점, 전자파 / 불량품 등 심각DDR의 열기가 확산되면서 문제점도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PC용 DDR 상당수가 정부로부터 전자파 적합 판정을 받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999년12월17일 정보통신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는 현재 판매중인 제품의 70% 정도가 중국 대만등에서 수입돼 시험을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적합 판정을 받지 않은 DDR의 경우 발판 등에서 과도한 전자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인체에 악영향을 주거나 주위 가전 제품의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불량품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산과 대만산이 저가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불량품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점포당 하루평균 70여개 가량의 PC용 DDR를 팔고 있는 테크노마트의 경우 심한 곳엔 하루에 10개까지 교환이나 환불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DDR가 최근 스티커 사진점이나 댄스방 등 법적으로 게임물 설치 및영업이 금지돼 있는 업소들이 경쟁적으로 설치, 영업중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청소년층이 많이 모이는 신촌 영등포 압구정 지역의 스티커 사진점에서는 아예 DDR를 내놓고 영업중이다. 이들 무등록업소는 밤10시 이후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게임제공업소와는 달리 24시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제공업소들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