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3월28일 국무회의에서 ‘2001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의결하고 각 부처에 시달했다.주요내용은 재정규모 증가율을 경상경제성장률보다 낮은 6% 수준으로 책정하고 세출은 지식정보화시대의 성장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중산·서민층 생활안정지원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원칙이 지켜진다면 내년도 우리나라 예산규모는 약 1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예산안 편성지침이란 말 그대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데 기준이 되는 여러가지 원칙들을 담고 있는 가이드라인이다.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세금이 얼마나 걷힐 것이고, 이를 감안해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등에 대한 기본방향을 정한 것이다.국민경제입장에서 꼭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 국민들로부터 빚을 얻어 쓰게된다. 내년 예산도 그같은 적자예산편성은 불가피하다는게 정부 판단이다.국가예산은 국민의 세금을 거둬 쓰는 일인만큼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확정된다. 맨 먼저 이뤄지는 절차는 편성지침의 확정이다.예산당국인 기획예산처가 내년 경제전망 등을 토대로 예산편성의 큰 원칙을 정하고, 이를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각 부처에 시달하게 된다. 예산회계법 25조에는 기획예산처장관이 매년 3월31일까지 다음 연도의 예산안 편성지침을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시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또 편성지침을 시달받은 각 부처는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작성,그해 5월31일까지 기획예산처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기획예산처는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토대로 편성작업에 들어가 8월말께 잠정안을 만들고, 9월중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한다. 확정된 정부안은 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받게 된다.우리나라 헌법 제54조는 정부가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이를 심의·의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매년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통과가 법정기일을 넘기느냐의 여부로 논란을 빚는 것은 이 때문이다. 헌법을 준수하려면 국회는 늦어도 회계연도 개시 30일전인 매년 12월2일까지 다음해 예산안을 의결해야만 한다. 그러나 근래 들어 여야의 첨예한 대립 등으로 그같은 법정기일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물론 법정기일내에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해서 예산집행 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정기일 내에 통과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행정부가 준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정기일내에 통과되지 못하면 예산배정계획의 수립 등 후속조치들이 늦어져 예산을 집행하는데 다소의 차질을 빚게 된다.내년도 예산편성은 최근 국가채무규모가 총선이슈로 제기되면서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재정규모 증가를 경상경제성장률에 밑도는 수준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은 긴축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금증가가 경상성장률보다 높은 비율로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과연 올가을 실제 예산안이 편성되는 과정에서 그같은 원칙과 의지가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