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은 내가 고른다” 경제력 등 조건 따지며 반쪽찾기 앞다퉈 … ‘상업적 중매문화 확산’ 우려 목소리도

결혼정보업은 IMF 한파를 계기로 성장한 몇 안되는 업종 중 하나다. 경제 위기 이후 ‘경제력’과 ‘직업’이 배우자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정보가 모여있는 결혼정보업체로 대중의 관심이 쏠린 것. 여기에 MBC ‘사랑의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가세해 입지가 더욱 견고해졌다. 출연자 알선과 함께 회사명을 홍보하고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도 심었기 때문이다.결혼정보업의 등장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3년 11월 코리아알트만이 일본의 결혼정보회사 알트만의 결혼정보시스템을 들여오면서부터다. 그러나 ‘마담뚜’의 아성과 친인척 중심의 중매문화를 넘지 못하고 실패, 지금은 대구 구미 등 지방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이후 95년 들어 선우와 듀오정보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기틀이 마련됐다. 그리고 5년여만에 결혼정보회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업체는 전국적으로 3백여개에 달할 정도로 확산됐다. 개인사업 수준의 결혼상담소까지 포함하면 1만5천여업체가 ‘중매사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 하지만 이 가운데 듀오정보, 선우, 에코러스, 피어리 등 10군데 미만인 업체가 시장을 리드하고 있고 나머지는 아직 영세한 수준이다.◆ “이상형 만날수만 있다면” 회비 선뜻수적 증가와 함께 시장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올 시장규모는 5백억원. 앞으로 매년 30% 이상 늘어나 2006년에는 2천4백억원 규모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결혼정보업체의 임무는 결혼을 원하는 남녀에게 최적의 만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수준에 맞는 회원끼리, 혹은 이상형 조건에 맞는 배우자감을 찾아내 결혼에 이르도록 만드는게 핵심. 40만~70만원대 회비가 ‘고가’라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성혼사례비와 만남 결과에 부담이 없고 여러 번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 요즘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셈이다.보통 한 회원이 상대방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10~15회. 전문 중매인인 커플매니저가 회원의 조건을 따져 만남을 주선한다. 단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 직업 재산 등의 조건에서 뒤떨어질수록 만남 기회가 줄어드는게 업계의 ‘법칙’이다. 반대로 결혼 적령기 나이에 여러 조건이 평균 이상인 고객은 환영받는다.최근 들어 결혼정보회사들은 단순 중매 역할에서 벗어나 사업 세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듀오정보의 전문직관리팀, 선우의 명문가팀과 같은 VIP팀 신설이 이어지고 이른바 ‘우수회원’ 확보를 위해 커플매니저가 직접 뛰기도 한다. 이는 지난해 설립된 에스노블이 VIP마케팅으로 자리를 잡은 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이혼율에 따라 재혼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재혼 회원의 연령대도 20대 후반~40대로 낮아진 상태. 재혼수요를 어떻게 양성화시킬 것인가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을 정도다.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미팅정보 제공도 공통 관심사다. 듀오정보의 경우 커플매니저의 도움없이 회원끼리 ‘알아서’ 만나는 인터넷사이트 듀오넷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닥스클럽, 가연 등은 아예 ‘인터넷 전문’을 표방한다. 만남과 축복, 러브선, 에덴힐 등 기독교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나 리매리, 두리모아와 같은 재혼전문 사이트도 반응이 좋다. 또 몇몇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혼수업체, 문화·레저업체, 정보통신업체와 제휴를 맺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결혼정보회사의 번성에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과거 ‘노총각 노처녀 해결사’로 인식되던 데서 ‘이상적인 결혼을 위한 도우미’ 수준으로까지 올라섰다. 두 세군데 업체에 동시 가입, 이상형을 찾는 적극파도 적지 않다.◆ 업체 윤리의식 강화 급선무한편 업체간 회원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갖가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회비 반환 규정과 관련, 지난해말 9개 업체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는가 하면 커플매니저들의 불성실한 주선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조건’만을 판단의 척도로 사용하는 상업적 중매 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그러나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결혼정보회사의 입지나 규모는 커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삼성물산 동경지점장을 거쳐 지난해 4월 비에나래를 설립한 손동규 사장은 “20년 전부터 등장, 결혼정보회사가 대중화된 일본은 업체별로 수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천편일률적 회원관리에서 벗어나 한국적 중매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가 업계 수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성신여대 여성학과 김태현 교수는 “시간 절약, 맞춤 서비스를 앞세운 결혼정보회사들은 앞으로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단 업체들이 윤리적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정부, 시민단체 등에서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실제로 결혼정보회사가 급속도로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여태 사업종목조차 분류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벤트업, 데이터베이스업으로 등록돼 있어 이에 대한 법적 행정적 기틀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