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에 임대주택까지 제공, 수당ㆍ승진 영업하기 나름 ... 우대전략 주효, 신입사원 증가세

한국 얀센의 영업스킬 교육.최근 영업직 강화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 제약업계다. 외국계 제약회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제약업체들이 지난해 의약분업 실시에 즈음해 영업사원을 대폭 늘려 뽑은 것은 물론 전문성을 높이는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업대상이 전문직 엘리트층인 의사나 약사들인 만큼 이들을 설득해 전문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일반적 영업스킬을 넘어선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원자들도 속칭 ‘일류대’ 출신들이 많다. 특히 외국계 제약업체의 경우 우수한 여성인력이 영업직에 몰리고 있는 것도 최근의 현상이다.이에 따라 제약업계 영업사원들은 호칭부터 남다르다. 회사에 따라서 PMR(Professional Medical Representative), PSR(Professional Sales Representative)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 용어를 한마디로 단순화시키긴 어렵지만 ‘회사를 대표해 의약품을 판매하는 전문가’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이들 제약업계 영업사원들은 회사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영업수당 이외에 실적에 따라 적지 않은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일부 회사는 고급 외제승용차에 임대주택까지 제공한다. 무엇보다 회사의 영업직 우대전략 등에 따라 세일즈맨으로서의 자부심이 남다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영업력 위상강화, 얀센 역할 결정적회사차원에서 영업직 우대 인사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 곳이 한국얀센(www. janssenkorea.com)이다. 존슨앤드존슨과 유한양행의 합작투자로 1983년 국내에 들어온 얀센은 90년부터 아예 전체 직원을 영업직으로만 뽑고 있다. 영업을 거쳐야만 다른 부서로 갈 수 있고, 승진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의 성패는 영업에 달려 있고, 영업사원은 기업의 핵’이라는 판단에서였다.따라서 얀센의 모든 경영방침 및 경영전략은 영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모든 부서는 거의 영업을 지원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덕분에 얀센은 국내 제약업체중 가장 우수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제약업계 ‘영업사원 사관학교’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다. 동등한 급여체계에 보너스가 일반 사무직에 비해 최소 2백% 이상 많기 때문에 당연히 급여수준도 높다.이에 따라 영업직 취업희망자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 지난해 한국얀센의 신규 영업직원 모집에는 50명 모집에 1만6천여명이 몰려 들었다. 한국얀센 인사팀 홍봉표과장은 “90년대 중순까지만 해도 대학에 기업설명회를 나가면 영업직이란 직종만 보고 기피하는 학생들이 많아, 강당이 썰렁할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2백~3백명씩 몰려들어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다른 외국계 회사들도 한국얀센에 못지않은 영업직 우대 및 인센티브 강화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타기업과의 차별성은 적어졌지만, 적어도 영업직의 위상강화에 얀센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던 셈이다.2005년까지 국내 처방의약시장 ‘Top 3’를 목표로 하는 한국MSD(www.msd-korea.com)도 영업직 강화 및 전문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이미 99년보다 2배가 많은 72명의 신규 영업사원(PSR;프로세일즈레프리젠터티브)을 뽑았고, 올해는 1월 입사한 57명을 포함해 1백명을 선발할 방침이다. 한국MSD는 특히 여성의 영업직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유명한데, 전체 1백53명의 영업사원중 60%가 여성이다. 1월에 입사한 57명의 영업사원중에선 여성이 40명으로 70%나 된다. 보통 다른 합작제약 회사들의 영업직 여성 비율이 10~15%에 머물고 있는데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한국MSD 인사팀 김애자차장은 “‘영업에는 남자가 유리하다’는 식의 한국적 편견없이 능력에 따라 뽑은 결과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다 ‘존경받는 기업’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기업’ ‘일과 가족, 개인생활과의 조화’ 등을 모토로 하는 MSD 특유의 기업문화도 우수 여성인재들의 영업직 진출에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비아그라로 유명한 한국화이자는 영업직 전문화를 위해 ‘사이언티픽 디테일링’이란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약품 및 질병에 관한 지식과 제품교육, 판매스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입사후 2년 동안 2백시간이 넘는 교육을 받아야 진정한 영업사원, 즉 ‘프로세일즈맨’으로서의 첫단계를 통과한 것으로 인정받는다.국내 업체는 동아·한미 적극적한국BMS(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 www. bmsk.co.kr)는 국내시장에 뒤늦게(97년) 진출했지만, 공격적인 경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3백30억원 매출로 50% 성장했고, 올해는 1백% 정도가 늘어나 6백5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BMS의 급성장에도 영업직의 우대 및 인센티브 강화라는 경영방침이 큰 역할을 했다. BMS의 영업직은 기본적으로 연봉의 20% 이상을 추가로 가져갈 수 있는 현금 인센티브에다 독특한 비현금 인센티브로 눈길을 끌고 있다. 톱클래스의 우수사원에겐 BMW를 2년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가 하면, 25~35평 아파트 무료 임대권 혜택도 있다. 현재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 영업직원은 통틀어 8~9명이다. 올해부터는 우수사원에게 회사가 모든 경비를 제공하는 2~3개월의 안식휴가와 가족동반 해외여행 인센티브도 신설됐다.국내 제약업체 중에서는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이 영업직 채용확대 및 강화에 적극적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7월 전년보다 2배가 많은 2백명의 신규직원을 뽑아 대부분 영업직에 배치했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했던 개인병원 및 의원영업 조직을 대폭 강화할 방침. ‘학점이수제’를 통해 교육시간 및 교육내용을 대폭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95년부터 순환근무 시스템을 도입, 전 직원이 영업을 거치도록 했다.한미약품은 지난해 99년보다 50%가 늘어난 1백50명의 영업사원을 뽑은데 이어 올해 1월19일까지 1백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19일 원서접수 마감) 영업사원에겐 기본적인 현금 인센티브 외에 연 2회의 해외연수, 선진제약회사 견학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국내 제약회사들은 그러나 아직까진 영업직의 우대 및 전문성 강화에 상당히 뒤처져 있는 편. 의약분업 이후의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국내 제약업체의 경쟁력이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인터뷰 / 오승환 한국화이자 전문의료영업인(PMR)“영업직의 가장 큰 인센티브는 자신감”“단순한 ‘세일즈맨’이 아니라 ‘프로 세일즈 엔지니어’가 되고 싶습니다.”98년 한국화이자 영업직에 입사, 현재 2년째 전문의료영업인(PMR)으로 일하고 있는 오승환씨(28.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의 포부다.오씨가 꿈꾸는 프로 세일즈 엔지니어는 마치 컴퓨터를 설계하는 컴퓨터 엔지니어처럼 판매과정 자체를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설계하고 이를 이행하는 전문가다. 의료 영업인인 만큼 의사들에게 수준높은 의학상식을 전달해 주기 위해 영어와 인터넷 검색은 필수. 이를 바쁜 의사들이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도록 요점을 정리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이런 능력 배양을 통해 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영업직의 격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게 오씨의 바람이다.지난해 상반기 예상 매출목표보다 2백%나 초과달성한데다 의약품 관련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결과 및 동료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틀어 ‘최우수사원’에 뽑히기도 한 오씨가 2년여 영업직 사원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무형의 인센티브는 사실상 ‘자신감’이다.“원래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어요. 직장을 구할 때 제 성격을 바꿀 수 있는 직종을 고르고 싶었죠. 직접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그래서 택한 게 영업직이었는데, 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면서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기니 저로선 대만족입니다.”그런 오씨도 첫 3개월은 매출목표의 40~50%에 불과한 실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문제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의 우선 순위 및 경중을 파악하지 않은 채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만나기를 유달리 꺼리는 개인병원 원장을 몇달간 꾸준히 찾아간 결과, 약을 주문받는 쾌거도 올렸다. 신입사원 채용직후 교육기간 동안 발음조차 어려운 전문 의약용어를 익히느라 머리를 싸맸던 과정도 이제 좋은 추억거리로 남아 있다.오씨는 “영업직이라고 해서 실적 위주로 경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료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끈끈한 동료애와 직원들을 격려하고 믿어주는 회사 풍토도 자신감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