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덜타는 반도체·TFT-LCD 관련장비 ··· 해외수출망 확보, 성장성 쾌청

피케이엘은 국내 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바탕으로 올해 해외시장 확대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피케이엘은 국내 1위의 포토마스크(Photomask) 제작 전문업체다.반도체를 생산할 때 웨이퍼 위에 회로패턴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포토마스크는 이 때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한다.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피케이엘은 현재 미국 듀폰사와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까다롭다는 일본 도시바와 미국 LSI 로직사로부터 기술인증을 받아 해외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이 업체가 생산하는 주력품목은 반도체용과 TFT-LCD(액정화면)용 포토마스크다. 첫째, 반도체용 포토마스크 분야에서 이 회사는 지난해 2백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메모리와 로직반도체용(비메모리 분야) 포토마스크 시장이 커짐에 따라 올해 매출목표는 5백1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비메모리는 디자인에 따라 포토마스크 종류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비메모리 수요가 늘어날수록 피케이엘의 매출은 증가할 전망.이 회사의 주요 판매처는 삼성전자, 현대전자, 일본 도시바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TI). 대우증권 박현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가 피케이엘에 포토마스크 물량을 수주하는 것은 피케이엘의 기술력이 검증됐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이들과의 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일본 도시바·미국 LSI 로직사로부터 기술인증둘째, TFT-LCD용 포토마스크 국내시장에서 피케이엘은 일본 호야(HOYA)에 이어 2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유일한 생산업체이다. 대형 TFT-LCD 포토마스크는 세계 2위의 생산시설을 보유했다. 이 제품은 지난 98년 이 업체가 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량 일본수입품에 의존했었다. 액정화면용 포토마스크는 반도체 포토마스크의 경쟁업체인 듀폰사나 포트로닉스가 개발하지 못한 분야여서 수요증가에 따른 수혜를 일본업체와 피케이엘이 나눠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이 분야에서 지난해 매출액은 2백42억원, 올해 3백10억원을 예상한다. 생산설비부족을 예상하고 지난해 11월 미국 어텍시스템으로부터 1백13억원 규모의 관련 장비를 도입해 생산용량을 늘렸다.국내 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바탕으로 올해 이 회사는 해외시장 확대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해 매출의 5%에 불과한 수출비중을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일본 도시바와 미국 LSI 로직사로부터 기술인증을 받았다. 미국 새너제이에 지사를 설립하고 일본에 사무소를 두는 등 해외진출의 전진기지도 구축했다. 올해 일본, 미국, 대만 등에 2천만달러의 포토마스크를 수출할 계획. 최근 LSI 로직사와는 1천5백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다.기술력, 판매처 확보와 함께 피케이엘의 강점은 반도체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장비제조업체라는 점이다. 삼성증권 이도훈 연구원은 “경기하락 때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제조업보다 장비제조업체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며 “국내 애널리스트들도 반도체 경기에 덜 영향을 받는 장비분야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총직원중 25%가 연구인력또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포토마스크 수요는 덩달아 올라갈 전망이다. 게다가 반도체 경기가 하락할 땐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디자인 등을 바꾸면서 수요 창출에 노력하기 때문에 포토마스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이 회사의 연구인력은 총 직원 1백80명의 25%에 달하는 45명. 이들중 상당수는 정수홍 피케이엘 사장과 지난 20여년간 포토마스크 한 분야만 파고든 전문가들이다.이 업체는 지난 95년 아남반도체기술 사업부에서 독립한 뒤 주요주주가 아남반도체에서 홍콩상하이은행(HSBC), 미국 포트로닉스 등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정수홍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이사가 이들 투자은행과 기관이 선정한 외국인 이사로 구성됐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셈이다.피케이엘은 HSBC가 27.75%, 대만의 포토마스크 업체인 TMC 13.69%, 아남 계열사인 아큐텍 10.75%, 미국 포트로닉스 5.47%, 무궁화구조조정기금 8.25% 그리고 정수홍 사장이 1.6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CEO 인터뷰 / 정수홍 사장“포트로닉스와 M&A하면 시너지 기대”정수홍 피케이엘 사장은 20여년 동안 포토마스크 개발에 전념해온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의 손끝에서 국내 포토마스크 기술이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1년 한국전자기술연구소를 시작으로 삼성, 듀폰코리아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95년 아남반도체기술에서 분사된 피케이엘을 오늘의 위치로 성장시켰다.▶ 국내 코스닥 업체와 미국 포트로닉스사가 피케이엘을 M&A한다는 얘기가 있다.3개월 전 2~3개의 코스닥 업체들이 기업인수를 해도 경영이 안정될 수 있는지 내게 물었다. 당시 나는 그 업체들에 ‘확실히 인수하겠다고 계약서를 제시하면 경영문제에 대해 답변하겠다’고 했다. 그후 연락은 없다. 반면 포트로닉스사는 회사 지분 5.7%를 소유한 주주로 실제 3년 전 피케이엘을 인수하려다 가격문제로 실패한 적이 있다. 아직도 우리 회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론되는 업체들과 M&A 하길 원하는가.포트로닉스사와 합병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있을 것이다. 미국의 물량을 우리가 소화할 수 있고, 포트로닉스가 확보한 아시아 시장의 유통망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6월 대만 포토마스크 업체인 PSMC사를 7백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올해 영업 목표는.매출 9백억원에 당기순이익 1백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해외 수출 비중은 매출액의 30%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설비투자 계획은 지난해 4백억원의 절반 정도인 2백억원을 예상한다.▶ 대표이사로서 어떤 회사가 되는 것이 꿈인가.주주들로부터는 행복한 회사로, 고객사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곳으로, 직원들에겐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일터로 남는 것이다.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자주 줄 예정이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거나 MBA 코스를 거치도록 직원들을 독려, 공부의 기회를 줄 계획이다.★ 애널리스트 시각 / 생산능력 증가, 매출도 늘어날 듯올해 피케이엘은 비용이 줄고 이익폭이 늘어 영업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측면에서 이 업체는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Blank Mask)를 수입할 때 거래선을 복수로 선정하고 물량은 늘려 총체적으로 단가를 낮출 계획이다. 이익측면에서는 지난해 부진했던 반도체 및 포토마스크 장비사업이 올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이익률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2001년 예상 PER(1월15일 기준)는 7.1배, FV/EBITDA는 3.5배 수준으로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 다만 2월 대주주의 지분 보호예수기간이 끝나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HSBC가 장기펀드임을 감안할 때 시장에 나올 물량은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피케이엘은 올해 상반기 두 대의 마스크 식각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LCD용 마스크와 반도체용 마스크의 생산능력은 각각 2백%, 20% 증가할 전망. 올해 매출 증가율도 각 부문에서 35%, 83%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LG필립스에 대한 TFT-LCD용 마스크 매출 확대 및 해외 유수의 반도체 업체에 대한 수출 증가도 예상된다.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평균판매가는 제품 구성의 고부가가치화로 지난해 3/4분기에는 2/4분기 대비 8%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이러한 추세는 첨단 제품 비중의 확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