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해원굿이 5월26일 경복궁 뜰에서 열린다. 명성황후가 1895년 경복궁 곤령전에서 일본 낭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지 1백6년만의 일이다.명성황후해원굿보존회 신명기(46) 회장은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한·일간 외교마찰로 비화되고 있는 시점에 그것도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당한 장소에서 명성황후의 해원굿이 열리게 돼 어느 때보다 뜻깊은 해원굿이 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행사에는 중앙대 민속학과장인 김선풍 교수 등 학계인사들과 명성황후 손자뻘인 이석씨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학계·왕실후손 등 각계 인사 참석신회장은 그동안 경복궁에서의 해원굿을 여러차례 시도했다. 그때마다 거절당하다가 지난해 경복궁 민속박물관 강당에서의 해원굿을 계기로 경복궁 뜰에서 본격적으로 갖게 됐다. 신회장은 “원래 굿이란 마당에서 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강당에서 가진 굿은 마당으로 나가기 위한 전초전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때 일본의 전위무용가 도쿠다마사요시가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사죄의 진혼춤’을 춰 눈길을 끌었다.신회장은 지난 82년 무녀의 길로 들어서면서 명성황후와 인연을 맺었다.“처음 무녀가 됐을 때 하얀 소복에 선혈이 낭자한 모습을 한 여 혼령이 밤에 눕기만 하면 머리맡에 앉아 있는 겁니다. 놀라기도 했지만 그 혼령이 누군지 몰랐어요. 그 혼령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린 나다’는 말만 되풀이하기만 했어요.”신회장은 혼령의 정체를 몰라 고통스러워하다가 10여년이 지난 93년 남편의 친구가 쓴 <황후신당굿 designtimesp=21043>이란 책을 보고서 명성황후 혼령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신회장은 바로 그해 서울 우의동에서 명성황후 해원굿을 시작으로 경기도 여주시 능현리 생가, 운현궁 등에서 매년 명성황후 혼령을 위로하는 해원굿을 했다. 신회장의 명성황후 해원굿은 94년 방송을 타고 세상에 알려졌고 그것이 계기가 돼 이듬해 낡은 채로 방치된 명성황후 생가가 경기도에 의해 복원되기도 했다.신회장은 유명정치인, 재계인사,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쪽집게 점술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년 굿을 구경온 사람들에게 떡과 복돈을 나눠주다 보면 행사비용과 합쳐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내가 점이나 굿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후원단체가 될 사단법인(가칭 명성황후숭모회)을 만들려고 했지요.”하지만 신회장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가 무속인에게 사단법인을 내 줄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전통공연 지원자금도 한번 써보지 못했다.신회장은 “그래도 명성황후가 한 나라의 국모였는데 정부가 이렇게 푸대접해서야 되겠느냐”며 정부의 무관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회장은 이번 행사에 이어 명성황후 시해날인 10월8일 다시 경복궁 뜰에서 대규모 해원굿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