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서비스에 게이머들 폭발적 참여 … 56K모뎀으로도 사용 가능, 중국· 일본 진출 유리

‘미모의 늘씬한 여전사 캐릭터가 칼을 뽑아 든 채 외계에서 온 적을 쫓아 광야를 질주한다. 해가 서편으로 기울면 함께 뛰던 그림자도 길게 드리워진다. 개울을 헤엄쳐 건널 땐 역동적인 몸짓이 물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소나기가 퍼붓자 건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반투명으로 보인다. 여전사가 적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자 그녀를 중심으로 화면이 동서남북, 위아래로 정신없이 돌아간다’.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이른바 3D 온라인 게임인 ‘라그하임(Laghaim)’의 한 장면이다. 라그하임은 인류가 구원의 땅을 찾아 떠나는 대서사시를 SF 판타지 형식으로 펼친 롤 플레잉 게임. 온라인게임 개발전문 벤처기업인 나코인터랙티브(대표 한상은)는 최근 이 게임으로 국내외 온라인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7월 테스트 서비스(www.laghaim.com)를 시작하자마자 1만명이 넘는 게이머들이 몰려와 진을 쳤다. 애초 1천명으로 한정했던 터다. 예상했던 참가자수를 10배 이상 뛰어넘는 ‘폭발적인’ 호응에 따라 20일만에 테스트 서버를 활짝 열어야만 했다. 일반적으로 게임 테스트 기간이 6개월~1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조치였다.시간개념 도입, 캐릭터 그림자까지 섬세게이머들이 기다렸다는 듯 라그하임에 몰려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5D나 한정된 3D 그래픽을 써 왔던 기존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본격적인 3D 그래픽으로 화면을 구성했기 때문이다.캐릭터를 좌우 3백60도 회전시키는 건 기본이고 영상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자유자재다. 어떤 벽이나 가로수도 캐릭터의 행동반경을 제한하지 않아 완전히 열린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무비카메라로 촬영을 하듯 보이지 않는 담장 뒤나 모퉁이 구석 구석까지 다 들여다 볼 수 있다. 캐릭터마다 그림자가 붙어다니고 시간에 따라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까지 바뀐다. 날씨도 화창하다 궂었다 시시각각 변한다. 다른 게임에선 물 속에 들어갈 수 없어 공간이동이 한정되지만 라그하임에선 개헤엄에서 자유형까지 구사할 수 있다. 시점도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들며 어떤 환경도 다 관찰할 수 있다. 이밖에도 캐릭터들의 부드러운 동작이나 10만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조합하거나 팔고 사는 점,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 몬스터, 다양한 마법효과 등도 눈길을 끈다. 배경음악도 전투시에는 박진감 넘치는 음악을, 평화로울 때는 감미로운 선율이 깔린다. 무엇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사교동작이 게이머들을 매료시킨다. 채팅할 때 텍스트로만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캐릭터의 움직임과 음향효과로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실감나는 진행 덕분에 라그하임은 소개되자마자 업계와 게이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국내 온라인게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뿐이 아니다. 김홍일 기획이사는 “베타서비스 중에 일본 대만 태국 등 외국 게임 관련업체의 임원들이 직접 찾아와 수입하겠다고 요청해왔다”고 밝혔다.라그하임은 풀 3D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 말고도 혁신적인 게 더 있다. 우선 인프라의 경제성이다. PC급 서버 하나 당 동시에 수천명이 접속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0.1초의 눈 깜짝할 사이에 서버와 사용자 간에 반응이 오고간다. 기존 게임들이 1초 정도가 지나야 반응하는 것에 비하면 거의 실시간에 이뤄지는 셈이다. 초기 다운로드 때 28Mb의 데이터만 받고 추가 데이터도 1Mb 이내에서 패치하는 기술도 돋보인다. 초기 다운로드 데이터량이 1백~7백Mb 정도인 기존 온라인 게임보다 프로그램을 훨씬 빨리(1초 이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동시접속자수 많아도 서버다운 걱정 없어동시접속자 수도 엄청나다. 실제로 PC급 서버(펜티엄4 1.7GHz 1CPU, IDE HDD)로 부하를 테스트한 결과 최대 접속 5천4백86명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캐릭터로 접속했을 때도 별 지장이 없었다. 중형급 또는 대형급 서버의 경우 최대 수만명에서 수십만명까지도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단 얘기다. 김이사는 “일반적으로 NT 기반의 서버를 가동할 경우 동시접속은 1백~3백명 수준이며 리눅스나 유닉스 서버의 경우에도 1천~2천5백명 수준”이라며 “라그하임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온라인 게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P2P 방식의 VoIP를 탑재해 대규모의 음성채팅도 가능하다. 8백만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음성채팅을 할 경우 서버에서는 각 사용자들을 8명씩 그룹핑(Grouping)시켜 그 그룹 내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PC를 음성채팅용 서버로 사용토록 지정해준다. 유저들 PC에서 1백만대의 임시 서버가 생겨 음성채팅이 분리되므로 게임용 서버에는 부하가 걸리지 않는다.국내에선 처음 개발된 FreeBSD 버전의 게임이란 점도 특기할 만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FreeBSD는 다른 운영체제보다 20~30% 향상된 성능을 보이면서도 안정성이 보장된다. 이와 함께 NT 리눅스, SuSE계열 리눅스ㅡ Redhat계열, 유닉스(UNIX), 프리BSD 등 5가지의 OS버전으로 개발돼 어떤 운영체체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프로그램 용량이 기존 게임의 5~10% 수준이어서 56K 모뎀에서도 랙이나 끊김 현상 없이 잘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일본 등지엔 아직도 모뎀사용자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라그하임은 이들 해외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갖춘 셈”이란 게 김이사의 말이다.나코인터랙티브는 뜻을 같이한 게임개발 전문가 3인이 주축이 돼 지난해 7월 설립됐다. 처음부터 2D나 2.5D가 아니 완전한 3D 온라인 게임 개발을 목표로 기존 온라인 게임들의 단점들을 분석해 왔다. 3D가 온라인 게임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상은(30) 사장은 “현재 정부 주도 하에 7개 업체가 93억여원의 자금을 출자해 온라인 3D 게임 엔진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할 정도”라며 “온라인 게임에서 3D 구현은 차세대 게임에서 중요한 경쟁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02)544-8069‘라그하임’ 내용외계의 적과 싸우는 SF 판타지인류가 찾아간 구원의 땅에서 외계의 적과 싸우는 내용의 SF 판타지. 서기 2357년 겨울. 오염이 극에 다다른 지구를 뒤로 하고 선택받은 약 50만명의 인류가 구원의 모선 샐베이션에 오른다. 7년간의 우주여행 끝에 마지막 생존자 17만명이 구원의 별 ‘뉴어스’에 발을 내딛는다. 인류가 뉴어스에서 터를 잡기 위해선 그 땅에 살고 있던 세 종족(불칸, 카이립톤, 에이디아)과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4종족의 전쟁이 치열하던 어느날 인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냈다. 뉴에너지 ‘G TYPE1189’의 농축물질을 이온미사일에 장착시켜 3종족의 본진에 투하키로 결정한 것. 오염되기 전의 지구와 너무나 닮은 뉴어스, 그 별의 이름은 원래 ‘라그하임(Laghaim:축복의 땅)’. 인류가 전쟁에서 이긴다면 3종족과 함께 라그하임이란 이름도 사라질 운명이었다. 이온미사일이 떨어지기 몇 시간 전 침입자 프로그매어족이 등장하면서 4종족은 마침내 휴전협정과 동시에 동맹을 맺는다. 서로 힘을 모아 강력한 적 프로그매어족을 무찌르기 위해서였다. 이 게임에선 타 종족들과의 동맹과 전투기술, 각종 아이템들의 활용을 위한 기술이 요구된다. 파티와 길드를 구성해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또 전사적 영웅 마법의 영웅 지혜의 영웅 생산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 게이머는 4개의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해 힘 체력 능력 기술 등을 배우게 된다. 이 게임스토리는 책으로도 엮여 9월 출판된다. 게임용으로 씌어진 대본이 SF소설로 재탄생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