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3대 스포츠의류 및 운동화업체다. 물론 나이키가 한창 앞서는 1등이고 리복과 아디다스가 2,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요즘 미국 스포츠업계의 화제는 단연 리복. 지난해 아디다스에도 밀리는 것 같더니 요즘은 아예 나이키까지 따라잡을 태세다. 한마디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리복 돌풍은 “이 회사는 당신의 부모가 신던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구호로 시작됐다. 젊은층 특히 도회지 젊은 청소년층과 이들을 따라하려는 시골 청소년들을 겨냥한 마케팅전략이다. 이 전략이 효과를 보면서 리복의 위상을 1백80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힙합선호 신발라인 재구축 … 주효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리복은 지난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판매량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2위의 자리를 아디다스에 빼앗겨 버렸다. 미국내 스포츠의류시장 점유율은 12% 아래로 떨어졌다. 나이키의 42%와는 비교조차 하지 못할 정도다. 주가도 지난해초 4년만에 최저수준인 주당 8달러선까지 떨어졌다.사실 그동안 리복은 ‘성인여성들의 운동화’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 80년대 에어로빅붐이 일면서 에어로빅신발로 성공하면서 쌓은 명성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명성은 운동화시장의 65%를 차지하는 도시의 젊은 청소년층들에는 좀 진부한 것으로 여겨졌다. “당신의 부모가 신던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구호는 그래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올 상반기 리복의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12%이던 미국내 운동화시장 점유율이 3%포인트 올라 15%를 기록했다. 라이벌인 나이키는 그러나 정반대로 가고 있다. “나이키가 잃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리복이 되찾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물론 리복이 구호만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내용도 크게 변하고 있다. 변화의 핵은 이른바 ‘백 투 더 클래식’. 고전(클래식)으로 돌아가자는 뜻이다. 리복은 이를위해 운동화에 달려있는 장식물들을 없애고 가능하면 평범하게 만들었다. 운동화 장식물들은 15년전 에어로빅을 좋아했던 부모세대들을 열광시켰던 것들이다.리복이 이런 전략을 짜고 있을 때 다행히도 도시 뒷골목 청소년들에게 ‘올드 스쿨’ 바람이 불었다. 경기침체와 맞물린 사회분위기가 청소년들에게도 복고풍을 선택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리키 팬트 리복 마케팅담당임원은 “도시 청소년들 사이에 그런 유행이 퍼지면서 우리를 흥분시켰다”고 말한다. 리복은 발빠르게 그런 유행에 동승했고 힙합선호의 복고풍 신발라인을 다시 구축했다.유행을 파악한 리복은 적극적이고 과감한 광고전략을 수립했다. 우선 흑인 래퍼들과 배우들이 등장하는 ‘클래식’운동화 인쇄광고시리즈물을 고안했다. 랩의 전설인 퀸 래티파(Queen Latifah), 배우 사무엘 잭슨(Samuel Jackson), 그래미상 후보였던 래퍼 컴먼(Common)도 등장했다. 이들이 나오는 광고를 흑인청소년들이 주로 읽는 잡지인 바이브(Vibe) 소스(Source) 슬램(Slam)등에 대대적으로 실으면서 ‘클래식’의 도래를 알렸다.그 결과 ‘클래식’의 매출은 올 1분기 7% 늘어났다. 3분기와 4분기의 주문량은 이보다 두배인 14% 증가했다. 빠른 매출신장으로 ‘클래식’은 이제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광고전은 한단계 강도를 높였다. 그동안 광고모델이었던 10종경기선수 댄 오브리엔(Dan O’Brien)과 농구선수인 샤킬 오닐 등 슈퍼스타들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들이 운동화시장의 주류격인 도시 청소년층에게 잘 부각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대신 떠오르는 NBA(미국프로농구연맹)스타인 알렌 이버슨(Allen Iverson)과 프로 테니스 선수인 비너스 윌리엄스를 주력 모델로 선택했다. 이들의 날카로운 이미지와 대도시 저소득층 출신이란 배경이 도시 청소년들에게 어필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청소년 시절 볼링장에서 싸워 감옥살이도 해보고 총기은폐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던 이버슨은 바로 지금의 도시청소년들의 모습이다. 그가 도시 뒷골목에서 화려한 풍운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랩비디오형 광고는 또한 이들이 꿈꾸는 미래인 것이다. 이버슨은 지난 시즌 소속팀인 필라델피아 ‘세븐식서스’를 최종 결승에 오르도록 만들고 자신도 NBA의 최우수선수로 뽑히는 등 리복으로선 운도 따랐다. 이버슨과 윌리엄스의 활약으로 리복 농구화는 3분기와 4분기 주문량이 53% 늘어났고 테니스화도 54% 증가했다.실제 운동화업체들은 대도시 청소년들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가 순식간에 뜨거나 가라앉는다.도시의 10대 청소년들은 1년에 평균 7~10켤레의 운동화를 사는 데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농촌이나 교외의 청소년들이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다.올 상반기 리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천2백40만달러보다 22% 늘어난 5천5백30만달러의 순 이익을 냈다. 매출은 14억5천만달러에서 14억8천만달러로 늘었다.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초 8달러수준에서 1년만에 4배 가량 뛴 32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어렵게 잡은 시장점유율 유지여부 ‘미지수’이제 리복은 나이키를 목표로 더 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NFL(미국풋볼리그)과 NBA에 운동화와 의류를 독점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른 회사들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인 내년(NFL)과 2004년(NBA)부터는 프로 풋볼과 농구선수들이 리복 상표가 붙어있는 유니폼과 운동화를 신고 나오게 된다.복고풍을 선택하고 도시 청소년들에 맞는 광고모델을 잡아 재기에 성공한 리복에는 이제 이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포츠용품 정보잡지 발행인인 밥 호랜은 “복고풍 유행은 언제 왔다가 언제 갈지 모르는 것”이라며 “퓨마 아디다스 등 운동화업체들도 한때 복고풍 바람을 타고 잘 나갔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그러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도시 청소년층을 꽉 잡아놓기 위해서는 나이키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80달러 이상의 값비싼 운동화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말한다.올가을 스포츠의류 및 운동화시장에서 벌어질 리복과 나이키의 전쟁이 더욱 볼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