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 연예계 최대 이슈는 다름 아닌 트랜스젠더 하리수. 단순한 화젯거리에서 이제 어엿한 빅 스타의 자리에 올라 선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성적 다양성에 대한 열린 마음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회들에서 성적 소수자들이 온전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인생을 향유하기란 그다지 수월한 일이 아니다. 제 아무리 동성애자들의 자기 권리 찾기의 소리가 높아져 간다고 해도 말이다.그러나 분명 사회 구성원들로서의 동성애자들이 자리매김을 해 감에 따라 우리의 다양한 사회체들은 그 모양을 빠르게 변화시켜가고 있다. 영화 <넥스트 베스트 띵 designtimesp=21631>은 가족이라는 가장 보수적 형태의 집단이 이런 변화 속에서 겪게 되는 위기와 혼란을 다루고 있다. 40대를 바라보는 노처녀 애비(마돈나)와 노총각 로버트(루퍼트 애버릿)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 중년의 나이에 이제는 혼자가 버거운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은 결합할 수 없는 사이다. 그건 바로 로버트가 게이이기 때문.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두 사람은 그만 넘지 못할 선을 넘어 버리고 말고 급기야 애비는 로버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고백한다. 이제 두 사람은 우정을 넘어 하나의 가족을 이뤄야 할 상황에 놓인 것.세월은 흘러 어느덧 두 사람은 아들 샘과 함께 어느 가정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애비가 새로운 연인 벤(벤자민 브랫)을 만나 결혼을 결심하면서 이 독특한 가정은 위기를 맞게 된다. 애비가 샘의 양육권을 주장하면서 아들만을 바라보고 살아오던 로버트는 급기야 소송을 걸기에 이르고 둘도 없는 친구이자 샘의 부모였던 애비와 로버트는 법정에서 부모의 자격을 놓고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다.이미 동성애자와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10여년 간 영화를 비롯,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익숙해진 이슈 중 하나. 하지만 <넥스트 베스트 띵 designtimesp=21636>은 동성애자인 로버트를 중심으로 부성애 가족애 등 가장 보편적인 감성을 접지시키면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다 가까워진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부권을 놓고 외로운 싸움을 하는 로버트의 모습은 이성애 사회에 의해 버림받는 불쌍한 동성애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성적 입장을 떠나 누구에게든 소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들을 드러내기에 적지 않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결국 영화의 제목인 ‘넥스트 베스트 띵’은 자신들에게, 그리고 아들 샘에게 과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인지를 찾아가는 애비와 로버트 두 사람의 미래가 아닐까. 아니 어쩌면 성적 입장을 떠나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삶과 권리를 보장받게 될 그 언젠가의 미래에 대한 조심스런 희망을 언급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할리우드에서는 드물게 실제로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루퍼트 애버릿의 연기는 마치 자신이 경험한 일인 듯 자연스럽고 또 그만큼 처절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