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 새터, 그리고 경춘 국도를 떠올려 보자. 서울을 잠깐 동안 벗어나면서도 어느덧 강과 산을 무척이나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터에 연인들에게는 낭만을, 그리고 M.T 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진 대학 시절의 작은 설레임을 함께 전해 주던 곳들이 아닌가.갈 곳과 볼 것들이 많아진 요즘이지만 그래도 경춘 국도와 몇몇 북한강의 푸른 느낌은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이 길을 찾게 된다면 이젠 자연의 빛깔 위에 예술과 만나는 또 하나의 여정을 덧붙여 보자. 어느덧 가족과 연인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해진 모란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지난 70년 노동법 개정과 노동자들의 좀더 인간다운 삶을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 고 전태일이 묻혔고, 그후 민주화 운동의 와중에 유명을 달리한 이들이 잠들어 있는 모란공원과 나란한 곳에 모란 미술관은 자리하고 있다.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야트막한 구릉을 내어 아담하게 조성돼 있는 넓은 야외 조각공원과 깔끔하게 지어진 실내 전시관의 정겨움이 널찍한 정원과 잘 어우러지는 이곳 모란 미술관은, 입구를 들어서면 널찍한 정원이 사람들의 마음을 벌써 미감에 친숙해지게 만드는 풍경이 있는 공간이다.국내외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을 4개의 전시 구역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는 8,500여 평의 야외 조각공원은 알아보기 힘든 난해한 추상적인 것들보다는 인물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마치 스틸 사진을 담아내듯 표현한 작품들이 많아 산책과 감상이 모두 부담 없는 곳이다.뾰족 지붕 세 개 둘레로 자연광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창이 나 있는 실내 전시실은 앞뒤의 타원형 유리벽을 배려해 놓아 따스한 햇살을 가득 받아들이는 터에 유럽식 별장의 거실을 연상시키는 밝은 느낌을 전한다. 이 실내 전시실은 지상과 지하 전시실로 나뉘는데, 지하 전시실에서는 국내외 조각가들의 브론즈나 테라코타가 상설 전시되고, 지상 전시실에서는 최근 파푸아 뉴기니 부족 미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인물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표현했어도 오히려 정감 있어 보이는 인물상과 가면을 비롯해 주술적 의미를 담은 조각상 등이 그들의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지하 전시실 바닥은 목재로 산뜻하게 깔려 있어 만약 조금이라도 경솔한 걸음을 딛는다면, 살짝 빠져드는 단잠을 깨우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모처럼의 예술 여행을 방해할지 모른다. 이들 작품들을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유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무나 가깝게 한눈에 마주 들어오는 정원과 주변의 산, 그리고 야외 조각공원의 정경은 자연과 예술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를 한껏 느끼게 할 것이다.최근의 국내 미술관들은 갤러리 카페를 함께 마련하는 것에 눈을 돌리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 모란 미술관에서도 잠깐의 차 한잔이 더욱 향기로울, 화려하지 않고 아늑한 통나무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레스토랑 모란’이란 이름의 이곳을 더욱 정감 있게 만드는 것은 바깥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넓은 창과, 추운 겨울에 더욱 소중한 느낌을 전하는 벽난로이다. 구식 화로를 갖춘 작은 벽난로는 수북하게 쌓인 장작더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특히 서설이라도 하얗게 내린 날이라면 일부러 이곳 모란 미술관을 찾아보는 수고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소복한 눈을 맞은 조각품들과 정원은 이미 설경의 일부가 돼 있고, 그 작품들 사이를 구분 짓던 것들은 모두 눈으로 살짝 가려져 자연과 예술이 그토록 사람과 가까이 닿아 있을 수 없다. 간혹 이곳을 체험학습장소마냥 조각품들을 만지고 두드려 보고 심지어 올라타기도 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보며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이 눈에 띄어 안타깝기도 하다. 길잡이만 할 뿐 보고 느끼는 길은 함께 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무신경함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점차 가족 나들이가 확대되고 있는 이 즈음에 이만큼 여유로운 공간도 없을 듯싶다. 어른들의 지혜와 아이들의 차분함만 더해진다면 모란은 늘 이방인들에게 개방된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주말, 가족과 함께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명소로 추천할 만 하다.여행 정보1. 이용방법 : 모란 미술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동절기에는 오후 5시까지) 개장하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고 주차료는 없다. 월요일은 휴관.문의 : 031-594-8001∼2. 레스토랑 모란(031-594-8003)2. 찾아가는 길●자가운전 : 경춘 국도인 46번 국도를 따라 서울에서 춘천 방향으로 가다 보면 마석의 서울리조트를 지나 작은 고개를 너머 도로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버스 : 청량리역에서 30, 133(일반), 1330(좌석)번 버스를 이용해 마석 종점에서 하차. 걸어서 10분 소요, 청평행 좌석버스 133번 모란 미술관 하차.●기차 :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경춘선을 이용, 마석역 하차(문의: 1544-7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