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 이상 임원은 CEO 후보’ 자격 부여…외부 영입파도 과감하게 발탁

SK의 경영 시스템을 알기 위해서는 ‘대주주임을 내세우지 않는 대주주와 대주주만큼의 권한을 가진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 경영철학’을 이해해야 한다.지난 98년 8월 최종현 회장이 후계구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타계하자 그룹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소문이 안팎으로 나돌았다. 이때 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나서 가족회의를 한 끝에 가족들이 보유한 지분을 최태원 SK(주) 회장에게 맡기기로 결론을 내렸다.그 대신 그룹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아서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손길승회장과 최회장의 ‘파트너십 경영’이 본격화된 것.당시 ‘손회장 체제는 과도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파트너십 경영’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됐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즉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굴뚝세대 경영인과 디지털 경영인과의 ‘파트너십 경영’이 그룹의 안정적인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SK측 설명이다. 예를 들어 ‘부회장 트로이카’로 일컫는 김승정, 황두열, 조정남 부회장과 이른바 ‘디지털 경영 3인방’으로 불리는 김창근, 표문수, 박주철 사장 등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도 ‘파트너십 경영’에 따른 것이다.지난 3월에 있었던 올 그룹 임원인사에서 실력 있는 젊은 임원을 대거 전진 배치한 것도 파트너십 체계를 강화하는 차원이라는 것이 그룹 안팎의 평가다.디지털 경영 3인방‘디지털 경영 3인방’은 원로급 CEO들의 조언을 받아 SK의 중장기 전략을 이끌고 있는 뉴리더 그룹의 핵심멤버다.김창근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SK(주) 사장으로 임명돼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주력계열사 사장을 겸임, 그룹의 장래를 결정할 전략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김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 남가주대 MBA를 거친 재무통으로 2000년말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취임한 지 1년여 만에 SK(주) 사장을 맡게 된 것.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은 오너 일가이면서도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경영인. 고 최종현 회장 누나의 아들인 표사장은 경기고 서울대를 나와 미국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로다. 그는 SK가 한국이동통신을 맡으면서 SK텔레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체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박주철 SK글로벌 상사부문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27년 만인 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마케팅 전문가. 캐나다 현지법인을 맡고 있을 때 당시 대다수 상사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철수하는 와중에도 흑자법인을 유지해 실력을 인정받았다.그는 국내에 돌아와서도 SK글로벌의 내수사업을 일으킨 공을 세웠다. 그가 주도한 패션사업부문은 지금도 회사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SK관계자는 귀뜸 했다.전무·부사장급 CEOSK에는 전무 또는 부사장급 대표이사가 유난히 많다. 이는 ‘전무 이상 임원이면 CEO 후보’라는 그룹 최고경영진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따라서 전무로 승진한다는 것은 특별한 결격사유나 사고가 없으면 언제든지 CEO로 성장할 수 있는 뉴리더군에 포함된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전언. 현재 SK는 대표이사 중 부사장이 2명, 전무가 3명 있다. 이들은 그룹의 인력관리 시스템에 따라 발탁된 실력파다.올해 인사에서 가장 많은 눈길을 끌었던 SKC&C의 윤석경 대표이사 부사장. 윤부사장은 상무에서 2단계를 점프해 부사장이 된 데다 사업부문장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직급과 직책이 모두 파격적으로 올랐기 때문.SK글로벌에서 그룹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국내 및 해외에서 활발한 마케팅을 벌여 풍부한 마케팅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SK케미칼 홍지호 대표이사 부사장은 2000년 전무로 대표이사를 가장 먼저 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CEO로 올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폴리에스테르 사업 분야를 삼양사와 빅딜을 통해 원활하게 처리한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지금은 새로운 사업영역인 생명과학 사업과 환경사업을 맡고 있어 ‘미래 SK’의 그림을 그려갈 뉴리더로 꼽힌다.지난해부터 전무이면서 SK증권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우평 전무는 SK(주)에서 경영지원과 인사, 교육 등을 맡아 업무능력을 기른 전문경영인. 후발업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SK증권 대표이사를 맡아 6개 증권사를 규합해 모바일 증권거래 시스템인 ‘모바일로’ 사업을 런칭하는 등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을 듣는다.SK텔레텍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홍경 전무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SK텔레콤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SK의 단말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SK텔레텍 대표이사라는 중책을 맡았다.SK텔링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신헌철 전무는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와 (주)SK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주로 담당했다.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뒤 시장이 가장 치열한 수도권 지사장을 맡아 역량을 발휘했다.외부 인재 중용‘SK에서 확실한 줄은 SKMS(SK경영시스템) 학파뿐이다.’ 실력만 있으면 어느 학교를 나왔던, 출신지역이 어디든 따지지 않는 것이 SK의 인력활용 원칙이라는 설명. 실제로 올 임원 인사에서 총 60명이 승진했는데, 이들의 출신대학은 19곳, 전공은 29개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62년생 전무 승진으로 올해 인사에서 눈길을 끌었던 유정준 (주)SK 전무는 고려대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딴 뒤 95년 LG건설에 입사했다. 그후 97년 35세의 나이로 임원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그는 98년 (주)SK 종합기획실장 보좌역 상무로 자리를 옮긴 뒤 경영지원 부문장 등을 맡아 에너지 사업 전문업체인 (주)SK가 마케팅 전문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박학준 SKC 전무는 구 체신부 출신으로 한국이동통신에 근무하던 중 SK의 피인수 회사 종업원 승계 방침에 따라 옮겼다. SK텔레콤의 CDMA 사업이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올 인사에서 SKC 정보통신사업본부장으로 옮겨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추진 중인 정보통신 사업을 총괄,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밖에 SK건설에서 전무로 승진한 4명이 모두 처음부터 SK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수혈된 인재라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이 중 유웅석 전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계열 건설사에서 부장까지 지낸 뒤 SK에 합류한 토목 전문가. 김명종 전무는 서울대 임산가공학과를 나와 현대계열에서 해외마케팅을 담당한 해외마케팅 전문가로 해외건설 수주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