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남기환 월드컴 기자 / 사진·지호영 KaMP스튜디오취재협조·스위스 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02-739-0034·www.myswitzerland.co.kr)하이디는 1960년 작가 박목월이 최초로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J. 슈피리(Johanna Spyri)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우리에게 이 작고 귀여운 소녀는 그저 소설 속의 인물이라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가지는 따뜻함의 의미를 일러준 것으로 기억된다.그리고 우리에게 알프스, 스위스의 그 푸른 산을 알게 해준 전령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스위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책과 아름다운 삽화로 만났던 하이디의 흔적들을 생생히 보고 만질 수 있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하이디 하우스’(www.heidihaus.ch)가 바로 그곳이다.스위스 동부의 오랜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 쿠어에서 자동차로 약 15분쯤 떨어진 마을, 마이엔펠트(Maienfeld). 농사와 목축 또는 넓은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빚어내는 사람들이 한가롭게 살고 있는 이 마을을 따라 올라간 산자락에 하이디 하우스가 있다. 산꼭대기의 뾰족한 봉우리 아래의 만년설과는 달리 완만하게 뻗어 내린 산자락을 타고 하늘만큼이나 파란 초원을 펼쳐놓은 그림엽서와도 같은 풍경이 함께한다.하이디는 물론 소설의 배경이 됐던 1880년 전 당시 고단했던 스위스 산사람들의 삶을 말해 주듯 낡은 목조 가옥 한 채가 조용히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알프스 주민들 생활상 생생히 느낄 수 있어지붕 아래 다락방을 포함해 3층으로 지어진 하이디의 집은 작은 방을 여러 개 내놓고 낮은 천장의 구조를 띤 전형적인 스위스의 시골집으로 지어졌다. 대체로 어두침침한 좁은 계단과 마룻바닥을 지나며 만나는 부엌과 침실, 식탁이 놓인 작은 식당은 소설을 보며 머릿속에 그렸던 그대로다.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흐르고 있음을 놓칠 수 없다.이곳은 조금 전까지 하이디와 할아버지가 함께 있다가 금방 산으로 올라간 듯 무척이나 생생한 느낌이다. 거둬들인 곡식이 부엌 한쪽 자루들에 가득 담겨 있고, 밀가루 반죽과 요리재료들이 담긴 오븐 위의 냄비들.집안 곳곳에는 외투며 모자며 농사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어느 하나 사람의 손길이 묻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여기에 하이디와 피터가 숙제를 하던 2층의 공부방은 제법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따스한 창이 있고, 그 햇살이 내려앉은 곳에는 낡은 페이지 위에 써내려 간 아이들의 글씨가 가득하다.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애잔하게까지 만드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하이디의 다락방이다. 조그만, 너무나 앙증맞기까지 한, 그저 짚을 쌓아 올려 만들어 놓은(하이디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었던) 하이디의 침대에는 하얀 시트만이 깔려 있고, 가지런히 옷 한 벌이 놓여 있다.지붕 위의 첫 침실이란 점에서는 부호들의 펜트하우스와 다를 것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추억과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는 따뜻함이다. 방을 나와 마루 귀퉁이에서 마주한 클라라의 휠체어(하이디의 할아버지가 손수 만들어 주었던)에서도 이런 느낌은 여전하다.하이디 하우스 주변에는 염소와 젖소를 키우던 우리와 작은 샘이 있는데 하이디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사람들은 하이디가 다녔던 알프스 산길을 거닐어 보는 트래킹을 시작하기도 한다.1시간 30분 정도를 걷다 보면 하이디 샘이 나오는데, 어린 염소와 함께 물을 마시려는 하이디의 조각상이 함께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재미있는 것은 하이디 하우스 앞의 울타리에는 살아 있는 염소와 젖소들이 사육되고 있는데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는 염소들 사이로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물론 하이디는 소설 속의 인물일 뿐이다. 그래서 마이엔펠트의 하이디 하우스도, 샘도 모두 작품구상과 요양을 위해 자주 이 마을을 찾았던 작가가 이 마을을 배경으로 쓴 소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 먼저인지, 이 마을이 먼저인지 즐거운 착각에 빠져들게 할 만큼 하이디 하우스는 스위스의 또 다른 관광명소로 우리들의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 여행메모1. 가는 길 : 대한항공은 주3회 취리히 직항편을 마련하고 있고, 베이징ㆍ홍콩에서 출발하는 스위스에어라인스항공편도 이용할 수 있다. 홍콩에서는 매일, 베이징에서는 월요일과 수요일을 제외한 주5회 항공편이 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베이징과 홍콩을 비롯해 도쿄를 경유하기도 한다. 해당 도시들에서 한국으로 오가는 연결편을 함께 안내받을 수 있다(www.swissairlines.co.kr).취리히에 도착한 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열차편을 이용해 마이엔펠트로 향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로 가까운 편. 마이엔펠트 역에서는 하이디 하우스를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30분마다 역 앞에서 출발해 하이디 하우스, 하이디 알프스, 하이디 샘을 오간다. 하얀 외관에 하이디와 피터, 염소의 그림이 그려진 앙증맞은 버스는 좁은 마을길을 지나다니기에 그만이다.2. 연결 프로그램과 마을 투어 : 하이디 하우스에서 출발해 하이디 산, 하이디가 염소를 몰고 다니던 들판, 그리고 하이디 샘을 돌아오는 트래킹이 단연 인기다. 소요시간은 코스에 따라 2시간 30분, 4시간으로 나뉘는데 4시간 트래킹의 경우 하이디 산 등산도 포함돼 있다.마이엔펠트는 하이디 하우스 외에도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드넓은 포도밭에서 알프스의 맑은 물과 햇살로 자라난 포도로 몇 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 작은 마을에 자그마치 70여 가족이 나름의 브랜드를 자부하며 와인을 숙성시키고 있다. 떫은맛이 없고 향기로운 스위스 와인은 전량 스위스에서 소비될 만큼 인기가 높아서 아예 수출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다.3. 하이디 하우스 이용 : 하이디의 집은 박물관으로 지정돼 있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어른은 5스위스프랑, 어린이는 2스위스프랑이다. 이곳에서는 하이디 하우스의 브랜드로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스위스 자수제품, 등산용구, 치즈, 초콜릿, 인형 등 다양한 종류의 물품들이 진열돼 있다.하나같이 에델바이스나 하이디 하우스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이곳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것들로 관광들의 지갑을 절로 열리게 만든다. 마을에도 하이디 하우스가 지정한 기념품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