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5~10년 뒤 먹고살 신사업 인식 진출러시..."종주국 일본 따라잡자"의욕

삼성, LG,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5~10년 후에 먹고살 수 있는 신사업으로 ‘2차전지’를 꼽으면서 국내 2차전지업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2차전지가 각광받는 것은 성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전화, 노트북, PDA, 캠코더 등 모바일제품의 경우 반도체(인간의 두뇌), 디스플레이(인간의 눈)와 함께 ‘인간의 심장’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으로 제품의 성능과 국제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다.올해 2차전지는 세계시장규모가 약 131억달러다. 이는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D램(약 119억달러), LCD(약 210억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아울러 전체 전지사업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전지산업은 2000년 136억달러에서 오는 2006년 17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1차전지의 비중은 2000년 13%에서 2006년까 11%로 줄어들고, 소형 2차전지는 같은 기간에 38%에서 47%로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차전지의 한 종류인 리튬이온 2차전지의 경우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18.9%의 고속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했다.삼성, LG, SK 선점격돌국내 대기업 중에는 삼성, LG, SK 등 자산순위 1~3위 그룹이 모두 2차전지산업에 뛰어든 상태다. 이들 기업은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지금까지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던 일본 기업들을 누르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삼성SDI는 생산능력 기준으로 국내 1위 업체다. LG화학보다 1년 늦은 2000년 7월부터 2차전지사업을 시작했지만 2년 만인 지난 6월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이미 1,700억원을 투자해 7개 생산라인에 리튬이온과 리튬폴리머 2차전지를 월 720만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삼성SDI는 내년 4월까지 1,02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월 생산능력을 1,200만개로 키워 세계 ‘빅3’ 반열에 오른다는 목표다.삼성SDI는 올 초 삼성전자, 팜, 컴팩 등에 매월 320만개를 팔아오다가 지난 5월부터 500만개로 늘렸다. 삼성SDI의 장점은 현재 생산 중인 STN-LCD와 유기EL 등 모바일 디스플레이 공급처가 대부분 2차전지 공급처와 동일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2차전지’를 묶어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삼성SDI는 2차전지 주도국인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핵심물질인 활물질 등을 독자개발하는 등 양ㆍ음극 활물질과 전해액 국산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정복환 상무와 김기호 박사를 중심으로 기흥 소재 중앙연구소와 천안공장에서 250여명의 연구진이 기초소재 및 생산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LG도 삼성 못지않게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LG화학의 2차전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93년 2차전지 개발에 뛰어들어 99년 3월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전지의 대량생산체제를 가동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충북 청주의 생산라인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월 350만개 규모의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 월 700만개로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또 2005년까지는 2차전지 생산규모를 월 1,500만개 규모로 늘려 세계 3대 전지업체에 진입한다는 중장기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다. LG화학은 기존 거래처인 LG전자, 모토롤러 외에도 소니에릭슨, HP, 애플사 등 다양한 매출처를 확보, 올해 손익분기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대덕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 배터리연구소의 경우 연구팀 180여명이 자동차와 스쿠터 등에 장착이 가능한 중대형 2차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 현지에 전지연구법인(CPIㆍCompact Power Inc)을 설립, 현지 연구인력 및 국내 연구진과 공동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등 차세대 자동차용 대형전지개발에도 본격 참여하고 있다.향후 세계적인 종합전지메이커로 성장한다는 야심 찬 계획의 일환인 셈. 이미 이 회사는 90년대 말부터 중대형 2차전지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춰 준비해 왔다. 최근 자체 개발한 대형전지를 장착한 전기자동차 시제품을 미국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경주대회에 출전시켜 우승한 바 있다.홍순용 전지사업부장은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현재 4% 수준인 세계시장점유율을 2005년까지 15%로 올려 산요, 소니와 함께 세계 선두그룹에 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후발주자인 SKC는 96년부터 2차전지사업을 시작했다. 20년 동안 비디오테이프와 가공필름을 만들며 보유하게 된 코팅기술을 2차전지에 적용한 것이다. 천안공장과 미국 뉴저지에서 리튬폴리머전지만을 전담하는 R&D센터 운영을 통해 고성능의 안정된 품질의 리튬폴리머전지를 독자기술로 개발하게 됐다.2001년 7월에는 월 200만개 규모의 리튬계 2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전극(양극ㆍ음극) 생산 라인을 구축해 현재 생산 중이다. 천안에 월 25만개 생산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에 들어갔다.기존 국내 2차 전지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의 주력 제품은 리튬이온전지였다. 이들 업체는 리튬이온전지와 리튬폴리머전지의 개발과 생산을 병행했다. SKC는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차세대 2차전지인 리튬폴리머전지만을 개발, 생산하는 ‘선택과 집중’ 방침을 보인 것.특히 SKC가 주력하고 있는 리튬폴리머전지시장은 아직 도입기라 ‘절대강자’가 없다는게 SKC측 입장이다. 김용원 SKC LB판매담당 상무는 “기존 일본 기업들 및 국내 경쟁사들보다 SKC의 리튬폴리머전지가 품질이 더 우수하다고 본다”며 “이 분야 세계 최고기술 및 생산업체가 되는 것이 SKC의 목표”라고 말했다.SKC는 그룹 차원에서도 휴대전화, 노트북, PDA 등 차세대 유망 기기의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는 2차전지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정보통신’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SK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창출, 정보통신그룹 이미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2차전지 소재 및 부품(SKC)에서 이동통신 단말기(SK텔레텍), 이동통신 서비스(SK텔레콤)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 관계사인 SK텔레콤과 SK텔레텍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국내외 노트북, 휴대전화, PDA 전문기업 및 벤처기업 등 리튬폴리머전지를 필요로 하는 업체 위주로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있다.미국과 일본, 유럽,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세계 각처에 있는 SKC 현지법인은 물론 SK글로벌 지사 등 관계사 조직을 영업망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SKC는 2002년도를 리튬폴리머전지사업 원년으로 정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및 생산활동을 펼쳐 전세계 초기 리튬폴리머전지 시장(2002~2004년)의 20% 이상을 차지, 업계 3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2005년에는 리튬폴리머전지 부문에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또한 2010년에는 리튬폴리머전지 부문 세계 1위, 그리고 연료전지 및 전기자동차용 전지시장에서 세계 3위 안에 들어 전지 및 모바일 에너지 초우량 업체로 성장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SKC는 향후 리튬폴리머전지 수요증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생산라인을 증설, 내년 상반기까지 월 100만개 이상의 리튬폴리머전지 생산설비를 추가로 설치해 월 130만개 이상 규모의 리튬폴리머전지를 양산할 계획이다.자동차업계 ‘살길은 연료전지 개발’‘자동차업계의 살길은 연료전지차 개발에 달렸다,’도요타, GM, 포드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의 연료전지차 개발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지난 98년 연료전지차 개발에 뛰어든 현대자동차의 첫 작품은 2000년 9월에 나왔다. 당시 10㎾ 메탄올 연료전지시스템과 60㎾급 Ni-MH 배터리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이에 고무된 현대자동차는 이후 혁신적으로 부피를 줄이고 출력을 높인 연료전지 시스템을 장착한 2세대 메탄올 연료전지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2000년 4월 연료전지전문회사인 미국의 인터내셔널 퓨어셀사와 연료전지차 공동개발 프로그램에 착수했고 2001년 3월 미국 퀀텀사와 제휴해 수소연료전지차량 개발도 진행했다.현대자동차의 연료전지차 개발능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9월 수소연료전지차 ‘산타페’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2002년 퓨어셀 로드밸리’에 참가해 3일 동안 300마일 연속주행에 성공하면서 진가를 드러냈다.랠리에 성공한 ‘산타페’는 수소연료전지차로 탑재된 연료전지 출력은 75㎾급으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18초 정도 걸린다. 또 최고속도는 시속 124㎞로 한 번 수소연료를 충전하면 160㎞ 이상을 달릴 수 있게 설계돼 있다고 한다.현대자동차의 연료전지차 개발은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전무와 권문식 선행개발센터장(전무)이 주도하고 있다. 연구개발인력은 산차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과 맞먹는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한편 기아자동차는 R&D 부문이 현대자동차와 통합됐고, 대우자동차는 개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특명’일본을 넘어라’국내 대기업들이 2차전지시장에서 세계를 석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본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일본은 세계 최초로 2차전지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다. 그렇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90%에 이르렀던 세계시장점유율이 올해 들어 80%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99년 처음으로 시장에 뛰어든지 2년 만에 국내 업체들이 10% 이상 시장을 잠식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렇듯 국내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전면에 나서자 이미 일본에는 ‘2차전지가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지난 9월 한 달 동안 산요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본 2차전지업체들이 한국 내 공급가격을 평균 7~8% 인하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상반기 10% 이상의 가격인하분과 합칠 경우 연초 대비 최고 20% 이상 내린 것.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기술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LG화학, 삼성SDI, SKC 등 국내 전지업체들의 경우 제조공정에서 수율 90% 이상을 보여 일본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용량전지의 경우 일본에 앞서 개발할 정도. 이처럼 제조기술에 있어서는 이미 일본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하지만 아직 일본과 상대하기에는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많다. 전지연구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산업이 축적한 소재기술은 일본의 20∼70%, 부품은 30∼80%, 장비제작은 50∼80%, 전지평가기술은 50∼9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LG화학 배터리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시장진입이 늦어 원재료와 부재료의 경우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된다”며 “특히 2차전지의 핵심기술인 소재의 경우도 음극이나 세퍼레이터 부분에서는 국산화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이런 핵심기술 외에도 첨단전지 기술력 역시 마찬가지다. 리튬고분자전지기술만 일본의 70% 수준에 이르렀을 뿐 아연공기 2차전지, 군용 특수전지, 전력저장용 전지 30% 등의 첨단전지 기술력은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전지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큰 난관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력, 소재 인프라가 개선 돼야 하는 것은 물론 국내 전지업체들끼리 협력해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돋보기 / 전지의 역사1794년 볼타가 ‘볼타전지’발명전지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볼타(Volta)다. 1794년 구리와 아연으로 구성된 ‘볼타전지’의 발명 이후 다른 과학자들은 좀더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방법을 연구했다. 1836년 다니엘(Daniell)이 발명한 전지는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이 전지는 오늘날 주로 쓰이는 건전지 형태가 아니라 습전지 형태였다.‘다니엘 전지’는 구리와 아연판, 황산구리와 황산아연을 사용했다. 다니엘전지는 볼타전지보다 강한 전류를 만들어낼 수가 있어 전보와 초인종 등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액체 형태인 전해액의 민감성 때문에 움직이는 곳에는 사용할 수 없어 용도가 제한됐다.아연-탄소(Zinc-Carbon)전지는 1860년대에 개발된 것으로 현대적인 전지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수명이 길고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어서 기존에 사용하던 다니엘 습전지를 빠른 속도로 대체해 나갔다. 액체 대신 고체 형태의 전해액을 사용한 것이 이 전지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납-산(Lead-Acid)전지도 비슷한 시기에 개발됐다. 이것은 전화교환기, 철도차량, 자동차의 자가 시동 등에 사용됐다. 재충전이 가능한 전지는 볼타 전지의 발명 이후 불과 몇 년 후에 설계됐지만 효율적으로 재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곧 사장되고 말았다. 1890년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수산화니켈과 알카리성 전해액을 사용해 최초의 알칼라인 전지를 개발했다.세계 제2차대전은 배터리의 진보를 가져왔다. 손전등, 지뢰탐색기, 무전기 등에 사용되던 기존의 전지는 전선에서 형성되는 모진 기후에 견딜 수 없었다. 따라서 기후에 대한 내구성이 강한 수은전지가 개발됐다. 독일의 한 기술자는 가벼운 중량과 높은 에너지 수준이라는 요구조건에 맞춰 충전용 니켈-카드뮴(Nickel-Cadimum) 배터리를 개발했다.1949년 알카리 망간전지는 실용화됐고, 1962년 밀폐형 수소전지가 발명됐다. 1970년 리튬 1차전지가 실용화된 후 각종 리튬전지의 개발이 활발해졌다. 같은해 미국 GM은 델코(Delco) 칼슘 MF 연축전지를 개발했고, 1973년 이산화망간-리튬(MnO2/LiClO4/Li) 1차전지가 실용화됐다.1981년 리튬 이온 2차전지가 발명된 후 1990년 일본 소니사는 리튬 이온 2차전지를 생산했다. 1990년에는 밀폐형 니켈-수소전지(NiOOH/KOH/MH)가 실용화됐다. 같은해 미국 켈리포니아주에서는 대기정화법(Clean Air Act)이 통과됐다. 그후 세계 각국은 전기 자동차용 전지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용어설명2차전지란1차전지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라면 2차전지는 여러 번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지다. 손전등, 라디오, 시계 등에 쓰이는 알칼리전지, 수은전지, 리튬전지 등이 1차전지다.반면 2차전지는 여러 번 충전을 할 수 있어 전지의 전기화학적 특성이 유지되는 한 얼마든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니켈-카드뮴전지, 니켈-수소전지, 리튬이온전지, 리튬폴리머전지 등이 대표적이다. 2차전지는 휴대전화, 노트북, PDA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