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위축 가장 우려돼(52%)...새정부 지속적인 성장정책 추진해야(35.8%)

국내 기업들은 2003년 계미년을 맞아 ‘경제 4강’을 꿈꾸고 있다.그만큼 기업들도 불굴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경제상황을 어둡게 보는 가운데에서도 지난해보다 많은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또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채용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국, 동남아 등 해외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이 같은 사실은 <한경BUSINESS designtimesp=23383>가 국내 대표기업 CEO 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한경BUSINESS designtimesp=23384>는 지난해 12월16부터 24일까지 국내 대표기업 CEO 70명을 대상으로 ‘2003년 경기전망’과 ‘2003년 경영계획’을 조사했다. (CEO명단 참조)과연 국내 대표기업 CEO들은 계미년 한국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계획은 무엇일까. CEO들의 솔직한 답변을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상과 주요기업들의 진로를 알아본다.‘새해 경기 나빠질 것’ 46.4%국내 대표기업들의 CEO 70명 중 절반 가량이 새해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라는 물음에 ‘가능성이 약간 높다’는 응답자가 무려 43.5%에 달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CEO들이 이처럼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북핵문제, 이라크전쟁 가능성 등 최근의 불안한 국내외 경제 변수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반면 ‘(위기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라는 응답자가 56.5%에 달해 새해 한국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는 CEO가 많았다. 올해 ‘한국경제호’의 순항을 점치는 CEO들은 한국경제가 지난 건국 이래 최대 위기였던 IMF 사태를 다시 겪지 않을 정도의 기본 체력을 비축했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이들도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지 않더라도 올해 펼쳐질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걱정스러운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03년도 경제상황이 2002년보다 얼마나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란 물음에 응답 CEO들의 46.4%가 지난해에 비해 ‘약간 나빠질 것’이라고 답변한 반면, ‘약간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CEO는 21.7%에 불과했다. 국내 주요기업들이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를 과감히 하면서도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내실경영’을 새해 경영화두로 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CEO들이 국내 경제를 어둡게 보는 것은 올해 세계경제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한몫 거든 것으로 풀이된다. 절반에 가까운 47.8%가 2003년 세계 경제상황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응답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반면 세계경제가 ‘약간 좋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CEO는 30.5%에 불과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연말 펴낸 <2003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불확실한 상태”라며 “선진국가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경제위기의 재발을 막고 경제활성화를 이루기 위한 대책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주가 900선까지 오른다’ 27.5%설문에 응한 절반 가량의 CEO가 ‘수출시장 다변화 및 수출활성화를 촉진’(44.7%)이 급선무라고 여겼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무선통신기기 등 국내 대표업종들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대한 CEO들의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환율, 금리, 주가 등 가격변수의 안정화’(26.9%), 가계부채의 해소방안(20.9%), 금융구조조정 강화(3.0%) 등의 순으로 경제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해당기업의 주가는 CEO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인사철이 돌아오면 주가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주가전망은 어떨까. 국내외 경제를 다소 어둡게 보는 것과는 다르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CEO들이 적지 않았다. 무려 75.4%의 CEO가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 ‘900선까지 오를 것이다’라고 응답한 CEO도 27.5%에 달했다.또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변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에 43.5%의 응답자가 ‘더 하락한다’고 보고 있어 올해도 원화가 약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더 상승한다’라고 답한 CEO는 15.9%에 불과했다.CEO들이 새해 경영계획을 짜면서 가장 염려하고 있는 부문은 뭘까. 올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극히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CEO가 지난 연말부터 지속돼 온 ‘소비위축’(52.2%)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수출부진(26.9%), 노사분규(14.9%), 물가상승(3.0%) 등의 순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CEO들은 주5일 근무제(3.0%) 실시가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몇 년 전부터 재계를 강타하고 있는 화두는 ‘5~10년 후 뭘 먹고 살 것인가’였다. 대기업 CEO들은 지난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신사업 찾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들에게 ‘90년대 한국경제를 짊어지고 온 반도체 이후에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산업이 무엇인가’를 물었다.이에 무려 64.7%의 CEO가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산업으로 ‘IT산업’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이어 생명공학산업(20.5%), 나노산업(10.3%), 게임산업(1.5%), 환경기술산업(1.5%) 등의 순이었다.국내 IT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로 많은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의 키워드로 삼고 있는 산업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03년 IT산업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IT산업은 약 12%대의 성장을 보여 사상 처음으로 210조원대를 넘어섰고, 수출도 지난해보다 18%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어린 전망을 내놓았다. CEO들이 IT산업에 거는 기대도 이런 까닭에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해다. 그만큼 새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지대하다.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기업 CEO들도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들에게 ‘새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35.8%의 CEO가 ‘지속적인 성장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기업 구조조정 지속’과 ‘규제완화’를 촉구한 CEO도 각각 20.9%에 달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새정부 최대의 현안임을 분명히 했다. 특이한 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개혁적 성향과 일치하는 ‘소득분배체계 개선’을 새정부의 중점과제로 꼽은 CEO도 14.9%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형 국가모델을 지향하는 젊은 CEO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설문조사에 응한 CEO명단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강동석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사장, 이용경 KT 사장, 유상부 포스코 회장, 김정태 국민은행 행장,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구자홍 LG전자 회장, 홍석주 조흥은행장, 이경준 KTF 사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김뇌명 기아자동차 사장, 구학서 신세계 사장김승유 하나은행장, 주용조 국민신용카드 사장직무대행, 황두열 SK(주) 부회장,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노기호 LG화학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 김갑렬 LG건설 사장, 배종렬 삼성물산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하원만 현대백화점 사장, 백운철 외환신용카드 사장, 김주형 CJ(주) 사장,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한동규 LG전선 사장, 김동철 S-Oil 부사장, 이상운 (주)효성 사장서경배 (주)태평양 사장, 이종원 롯데칠성음료 사장,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 이수호 LG상사 사장, 유인균 INI스틸 회장, 김상갑 두산중공업 사장, 성재갑 LGCI 부회장, 이용구 대림산업 사장, 윤종웅 하이트맥주 사장, 양재신 대우종합기계 사장, 한수길 롯데제과 사장, 최영재 LG홈쇼핑 사장, 김반석 LG석유화학 사장, 조명재 LG생활건강 사장, 김극년 대구은행장, 이문원 풍산 사장, 송도균 SBS 사장, 이상윤 농심 사장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박수웅 삼성정밀화학 사장, 윤명중 현대 하이스코 회장,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 배동만 제일기획 사장, 조영철 CJ홈쇼핑 사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백호익 동부건설 사장, 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김선진 유한양행 사장, 조정호 코오롱 사장, 윤신박 이수화학 사장박재영 한진중공업 사장, 김준희 웅진닷컴 부사장, 송운한 코리아나화장품 사장, 신중상 LG칼텍스가스 사장, 이철우 연합철강 사장, 담철곤 동양제과 회장, 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 허태학 호텔신라 사장, 민경조 코오롱건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