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낸싱’의 파도가 상호저축은행에 거세게 일고 있다.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본래 은행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는 것을 뜻해 왔다. 그러나 순이익 향상을 위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끊임없이 찾던 저축은행이 다소 변형된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은 주로 부동산 부문의 투자금융 형태로 이뤄진다. 부동산개발업자나 소유주가 건물시공이나 증축 등 부동산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저축은행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부동산개발 이후 얻는 수익을 개발자와 금융사가 일정비율로 나눠 갖는 일반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달리 저축은행권에서는 보통 담보대출 형식으로 이뤄진다.저축은행은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에 담보권을 설정한 후 연 10~15% 금리로 6개월~1년 만기로 대출해준다. 하지만 부동산개발 이후 1~2% 정도 수익을 분배받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수수료를 더한다는 점에서는 일반적 의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성격과 부동산담보대출 성격을 적절히 혼합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저축은행 중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한국상호저축은행. 총여신의 35%를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거두고 있을 정도로 주력사업 부문이다. 주상복합빌딩과 오피스텔, 리모델링사업, 상가분양 등의 부동산에 주로 투자해 지난해 12월 말 결산에서 10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원용 한국상호저축은행 경영지원부 과장은 “활성화됐던 부동산경기와 맞물렸던 것”이라며 “분양도 잘돼 대출금을 바로 회수할 수 있었다”고 자랑한다. 고과장은 또 “일찍 뛰어든 까닭에 노하우가 쌓인 직원과 검증받은 채무자를 확보해 경쟁력 면에서 유리하다”며 “시장성이 있는 매력적인 수익원으로 저축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한솔상호저축은행도 2002년 4월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2,000억원의 대출실적을 올렸다.이처럼 저축은행권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부가가치가 높은 고수익 사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여신자금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저축은행권에서 볼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수 있다. 그러나 여신규모가 큰 만큼 뒤따르는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부동산경기에 민감하고 중도에 건축업체가 부도라도 나면 ‘프로젝트’에 지대한 차질이 생긴다. 실제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일부 저축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진출을 꺼리고 있다. 정희탁 동부상호저축은행 경영지원팀장은 “부동산개발 단계에서 중단이 되면 문제가 커진다”며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심사팀을 별도로 둬야 하는 등의 이유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김백철 한신상호저축은행 경영지원팀장은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 상당히 위험할 것으로 보여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이 부동산 투자에만 몰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이한구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 상호저축은행감독팀장은 “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부동산개발에만 연계하기 때문에 부동산경기에 민감해진다는 위험이 따른다”며 “벤처기업이나 납골당 등 다른 부문에도 연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실제로 2001년 10월에 금융감독원 검사역 출신인 임진환씨가 인수해 화제를 모았던 분당의 좋은상호저축은행은 동대문 상가에서 시행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실패해 자금이 묶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또 동대문 상가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동일인 여신한도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진 교체를 요구당하기도 했다. 결국 좋은저축은행의 경영진은 지난 2월21일 전면 교체됐다. 무리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지난해 6월 결산에서 190억원대의 순익을 올려 화제가 됐던 좋은저축은행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또 다른 문제점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일부 저축은행이 이 분야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정책도 저축은행들의 무분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진출을 부추겼다. 신규 진출 저축은행은 이미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서 기반을 닦고 있는 대형저축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처럼 한때 유망했던 저축은행권의 소액대출 사업은 이제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일부 저축은행의 소액대출 성공 후 다수의 저축은행은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1년 4월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에서, 2001년 12월 푸른상호저축은행에서 시작한 소액대출 사업은 저축은행권에 거센 물결을 일으켰다.다른 저축은행들도 소액대출이라는 괜찮은 수익모델을 재빨리 벤치마킹해 도입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도입 초창기에는 순이익 행진을 거듭하던 저축은행들은 현재 30% 이상 소액대출 부문 연체율을 떠안아 끙끙거리고 있다. 프라임상호저축은행 등 소액대출을 아예 접은 저축은행도 있다. 소액대출 사업은 ‘임시방편’ 격이었고 300만 신용불량자를 앞둔 시대의 흐름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저축은행 관계자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소액대출과 비슷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1년 상환이 대부분인 소액대출과는 달리 2~3년 후에 연체율이 집계된다. 또 여신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이른바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상호저축은행들의‘태풍전야’가 언제일지 가늠할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