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379호 (2003년 03월 10일)

상아탑, ‘돈맥을 찾아라’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4

상아탑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 부도공포증에 휩싸여 있고, 존립에 대한 위기감에 대학 구성원 전체가 몸살을 앓는 곳도 적지 않다. 학생수 감소로 일부 지방대학은 최근 몇 년 사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줄도산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곳은 드물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2003년 대학입시를 보면 대학정원(72만6,000여명)보다 지원자수(64만여명)가 적은 실정이다. 최근 2~3년 사이 정원의 20~30%밖에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생길 정도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파산위기에 내몰린 대학만도 1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교육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4개 대학 가운데 등록금 의존율이 80%를 넘어 학생수 감축이 곧바로 재정위기로 연결된 대학이 28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재정이 괜찮다는 일부 서울소재 대학과 지방소재 국공립대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대학 전체의 등록금 의존율은 60%를 웃돈다. 40% 선인 미국 사립대나 10%대인 영국 대학들에 비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비해 정부지원금은 ‘쥐꼬리’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예산지원액은 9,980억원 수준. 2001년에 비해 오히려 2,000억원 정도 줄어든 수치다. 그렇다고 사립대의 경우 재단에 손을 벌릴 처지도 안된다. 재단전입금이 전체예산의 10%를 넘는 대학은 극소수다.

대부분이 0~5% 수준이다. 결국 대학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 외에 마땅하게 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없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대학의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 101개 4년제 사립대학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2조4,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원 못채우는 대학 수두룩

대학들이 최근 들어 ‘돈줄 잡기’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학생수 감소로 등록금 수입은 줄고 있지만 다른 수익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대학에서 기부금입학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벽이 너무 높다. 특히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어 이 제도가 도입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일즈 총장’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도 이제는 경영하는 시대인 만큼 총장이 직접 나서서 어려운 재정문제를 푸는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이다. 동문이나 사회유지들을 대상으로 모금행사를 여는 대학이 크게 증가했는가 하면 심지어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일정액이 학교에 기부되는 ‘ARS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졸업생들을 상대로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일과성 모금행사 등으로 대학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미국 대학들의 경우 스탠퍼드나 MIT, 칼텍, 하버드대 등이 특허권판매 등으로 해마다 수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특히 MIT대는 매년 3억~4억달러 정도를 끌어모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그동안 국내 대학의 수준은 매우 열악했다. 재단소유 빌딩 2~3채를 굴리거나 학교 내 식당이나 매점 등을 운영하는 정도였다.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부 대학에서 우유회사를 운영하고 베이커리사업을 하는 것이 그나마 규모가 큰 사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대학들 스스로 적극성을 보이는데다 외부환경도 이제는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건국대가 체육시설 부지에 대단위 주상복합아파트와 쇼핑몰 건설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향후 대학의 수익사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인터넷쇼핑몰 역시 대학가 발상전환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창업지원센터는 향후 상아탑 비즈니스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지난해 이후 성공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데다 몇 년 후 기업규모가 커질 경우 파괴력 또한 아주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캠퍼스 창업에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대학에 적잖은 기부금과 주식 등을 내놓고 있어 학교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일단 대학재단의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 대학마다 재단은 있지만 별도의 수익사업팀을 운영하는 곳은 별로 없다. 대학 내 행정기관인 총무처에서 수익 관련 업무를 보는 곳이 있을 정도다. 자금력 역시 난제다. 수익사업을 하려면 초기에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데 그럴 여력이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김재춘 고려대재단 사무국장은 “어디를 막론하고 대학 구성원들 모두 수익사업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는 적잖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최근의 사례가 수익사업에 소극적인 대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6-09-04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