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 김모씨(32).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그는 5,000만원을 투자하고 있는 전업투자자다. 한 달 주식약정액은 어림잡아 60억원. 거래일수로 따지면 하루에 3억원대의 주식을 매매하는 셈이다.그가 이용하는 증권사 키움닷컴에 매달 지불하는 수수료만 웬만한 회사원의 월급인 150만원에 달한다. 그는 얼마전 키움닷컴으로부터 ‘영웅클럽’ 회원이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수수료가 상위 1%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다.최근 김씨는 ‘영웅엔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영웅엔젤은 키움닷컴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자신과 같은 ‘영웅’들을 전담하고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를 챙긴 이 영웅엔젤은 며칠후 김씨에게 뜻밖의 선물을 보냈다.바로 결혼을 축하한다면서 신혼살림용 밥솥을 보내온 것이다. 김씨는 “주가가 많이 떨어져 다소 손실을 보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고서 위안을 받았다”고 즐거워했다.키움닷컴의 ‘영웅클럽’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이정근 콜센터장은 “영웅엔젤들은 별다른 일이 없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꼭 ‘영웅’들에게 전화를 한다”며 “또한 기념일 등에는 직접 쓴 편지를 보내는 등의 감성마케팅으로 고객들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최근 들어 김씨처럼 투자금액은 크지 않지만 거래횟수가 많은 ‘큰손’ 고객을 향한 증권사의 마케팅경쟁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산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수수료를 많이 내는 이른바 ‘알짜투자자’에 대한 대접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증권사의 수익원은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랩어카운트 서비스가 대형사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소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이런 서비스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큰손이면 수수료도 ‘인하’그렇다면 이들의 ‘큰손 마케팅’은 어떤 형태일까. 우선 주식거래수수료를 인하해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하나증권의 ‘VIP 우대제도’는 주식약정이 20억원을 넘는 손님에 대해서는 유관기관에 내는 것을 뺀 수수료를 면제해준다.예컨대 하나증권의 현재 온라인 수수료가 0.13%임을 감안할 때 월 26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내는 손님은 이후 매매를 하더라도 유관기관 수수료만 내면 된다는 뜻이다. 유관기관 수수료란 주식거래시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증권전산 등에 내는 수수료를 일컫는 말로 거래소는 0.0109%, 코스닥은 0.0119% 수준이다.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을 때 이 유관기관 수수료도 합산해 청구한다.임천묵 영업추진팀 대리는 “하나증권의 온라인 비율은 30~40%였다”며 “온라인 비율이 낮다는 것이 앞으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문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소개했다.수수료를 깎아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은 하나증권뿐만이 아니다. 각 증권사는 신규투자자에 대해 일정기간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의 서비스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증권사는 왜 수수료 인하를 선호할까.이에 대해 임대리는 “주식투자자와 은행 이용고객의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수수료를 많이 내는 고객이라고 꼭 자산규모가 크리란 법이 없으며 또한 약세장일수록 이들 투자자는 수수료 절감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설명이다.이밖에도 ‘협의수수료’라는 것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나온 서비스”라며 “이는 수수료를 많이 내는 고객과 증권사가 서로 수수료를 협의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다만 그는 일반 수수료율과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지만 큰손을 유치하는 면에서는 매우 유용하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일부 증권사는 큰손에게 증권사 지점의 일부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등의 혜택도 부여한다. 증권사 지점 입장에서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VIP’ 정보 서비스도 제공증권사의 ‘알짜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단지 수수료 인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래에셋증권이 선보인 ‘프레스티지 멤버십’ 서비스가 좋은 예다. 이 서비스가 타사와 구별되는 점은 바로 ‘VIP 메신저 서비스’에 있다.장중 특이 상황이나 동향을 증권사 투자정보팀에서 메신저로 바로 전송한다. 김대홍 미래에셋증권 e-biz팀장은 “아직은 고객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수 있는 식의 쌍방향통신은 아니다”며 “그밖에도 경제주간지 정기구독 서비스, 생일케이크 서비스 등도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굿모닝신한증권 ‘골드리서치’도 비슷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굿모닝골드’에 속한 투자자는 ‘골드리서치’라는 보고서를 제공받는다. 이 보고서는 일반투자자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내용은 부동산이 이슈가 될 때는 부동산전문가가 기고한 글을 싣는 식이다.다시 말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이슈가 되는 사안을 망라한 셈이다. 정환 굿모닝신한증권 마케팅부장은 “자산 1억원 이상의 고객이 대상”이라며 “다만 최근 자산규모가 큰 손님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는 5억원대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신설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증권사의 포석은 무엇인가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이런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증권사는 이런 전략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둘로 나뉜다. 김대홍 미래에셋증권 e-biz팀장은 “증권사도 상위 20% 고객이 전체 수익의 80%를 좌우한다는 20대80 법칙이 적용된다”며 “자연히 돈 되는 고객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요즘처럼 주식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증권사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시점에 이들의 이탈은 회사로서는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이 경쟁사로 계좌를 이관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반면 이런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대해 ‘랩어카운트 활성화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동건 한화증권 리테일기획팀 대리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한 고객에 대해 부자마케팅이란 서비스를 꾸준히 해나갈 여건이 미흡하다”며 “단지 증권사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많은 수익을 우리에게 주는 것에 대한 보답일 뿐이다”고 설명했다.은행 등의 서비스는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꾸준히 해나가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증권사는 약정기준으로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 동일인이 일정기간 후에도 ‘VIP’가 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그의 말을 달리 생각하면 증권사가 온갖 정성을 쏟은 인물이 큰 손실이 나서 주식투자를 그만두기라도 한다면 증권사는 헛수고를 한 셈이라는 뜻도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랩어카운트 등으로 유인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설명이다.특히 수수료 상위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홍보에 증권사가 딱히 열을 올리지는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장대리의 설명은 설득력을 갖는다.반면 미래에셋증권의 김대홍 팀장이 주목한 것은 중소형증권사에서 이런 마케팅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고객 대상 서비스는 아직 ‘일천한’ 수준이며, 특히 중소형증권사일수록 이를 준비할 여건 조성이 안됐다는 뜻이다.따라서 당분간 랩어카운트를 본격 실시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들어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는 와중에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큰손’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