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보니 사방이 초원이네요.’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있는 2,000여평 규모의 ‘대원농장’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버스로 10분, 그리고 5분 정도 주택가를 걸어 들어가다 보면 갑자기 눈앞이 탁 트인다. 마치 신천지에 온 것처럼 주위는 온통 초록색으로 가득하다. 흙냄새도 물씬 풍기고 공기도 상큼하게 느껴진다. 서울 하늘 아래 이런 곳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농장주인 김대원(50), 최성희(47) 부부는 스스로를 ‘농사꾼’이라고 부른다. 10대째 이곳 원지동에서 농사를 가업으로 삼고 살아온 것. 이들이 처음 주말농장을 하게 된 것은 1989년,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이다. 처음에는 3가구였던 회원이 올해는 1,200가구로 10여년 사이에 400배가 늘었다. 특히 올해는 분양을 못받아 대기하고 있는 가구도 300가구가 넘는다.“주5일 근무제 등으로 주말농장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고 안주인 최씨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40대 이후의 중장년층이 많았는데 올해는 30대 젊은층 가족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대개는 어린 자녀들에게 현장체험을 통해 산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분양을 받은 경우라고 최씨는 전한다.주말농장의 가장 큰 매력은 ‘7거리’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쉴거리,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 할거리, 살거리, 알거리’가 그것이다. 주말농장에서 가족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하면서 뛰놀고 쉬고, 때로는 일하고, 그리고 신선한 먹거리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전문농사꾼에게 농사법도 보고 배우고 되는 것. 또한 이웃들과 즐거움을 나누며 사람들 사이의 정도 느끼게 된다.대원농장 곳곳에는 이 ‘7거리’를 누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주인의 조그마한 배려들이 눈에 띈다. 우선 사무실 앞에 있는 큰 화이트보드에는 그날 오신 분들이 꼭 해야 할 일을 친절하게 적어 놓는다.또 텃밭 이외의 공터에는 평상을 놓아 회원들이 직접 수확한 야채를 편안하고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주위 사람들과 유기농산물을 나눠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주인가족이 직접 기른 야채들을 무인판매대에서 판매도 한다. “농사를 모르는 초보자라고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라며 “주위의 도움을 받아 정성을 들인다면 그만큼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김씨는 설명한다.주말농장은 1년 단위로 운영이 된다. 2월에 분양모집을 해서 대개 4월부터 11월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무렵까지 농사를 짓게 된다. 가족단위로 연 7만원의 회비를 받고 3평의 밭을 분양한다. 여기에는 모종, 종자비, 밭갈이 등의 비용도 포함돼 있다.봄이면 상추 생채 겨자 적근대 등을, 가을에는 열무 배추 등 김장재료를 심어 수확한다. “주말에 900세대가 다녀갑니다. 하나같이 표정들이 환해집니다. 이게 바로 자연과 함께하는 주말농장의 매력이 아닐까요”라고 말하며 김씨부부는 바쁘게 텃밭으로 발길을 돌렸다.여행“夜테크로 비용은 절반, 기쁨은 두 배”손은주 한화투어몰 일본팀 대리(27)는 요즘 친구들로부터 ‘너희 회사는 괜찮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해외여행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어 여행업계가 몹시 어렵다는 뉴스 때문이다. 하지만 손대리는 “일본쪽 여행상담은 큰 타격이 없어 이전과 별 차이를 못 느낀다”고 말한다.오히려 주5일 근무제 시행 기업들이 늘면서 여행상품 문의도 잦아지고 실제 여행을 떠나는 직장인들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들 중 80%가 20~30대로 언어소통에 별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인지 패키지보다 자유상품을 선호한다.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상품의 대표선수는 단연 ‘동경 밤도깨비 여행’이다. “올 들어 다른 일본항공사에서 ‘올빼미 여행’이라는 비슷한 아류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인기예요”라고 손대리는 분위기를 전해준다. 매주 190석의 비행기가 꽉 차서 떠난다고 한다.“주말을 이용해 저렴하고 알차게 여행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고 손대리는 인기의 이유를 설명한다. 손대리도 지난해 다녀왔는데 웬만한 4박5일 일정 여행 정도의 실속이 있었다고 귀띔한다. 새벽시간에 이동하기 때문에 꽉 찬 3일을 온전히 여행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일본 국적 항공사인 ‘ANA’에서 처음 개발한 이 상품은 주말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어 호응을 얻었다. 토요일 새벽에 출발하는 전세기를 이용해 이동과 수면에 낭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절약함으로써 저렴하고 효율적인 여행을 가능하게 한 것이 히트 요인이라는 것이다.실제로 왕복항공권과 비즈니스급 호텔 숙박료가 포함된 기존 도쿄 자유여행 상품(2박3일 일정)은 대략 50만~60만원대이다. 그러나 밤도깨비 상품처럼 새벽을 이용한 자유여행 상품의 경우 대부분 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어 경비부담이 크게 준다. 항공권과 호텔 1박, 3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다.하지만 아무래도 밤에 움직이다 보니 체력적인 부담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1박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알차게 여행하고 오면 몸은 피곤해도 재충전이 됐다고 뿌듯해하는 고객들이 더 많아요”라며 손대리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게 여행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한다.“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힘들지 않더라도 중간 중간에 쉰다고 합니다. 혹시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까 봐요. 늘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짧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한 번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주5일 근무제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라며 손대리는 활짝 웃는다.이현숙 기자 hsle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