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겉으론 ‘전면회수’, 속으론 ‘대책마련 중’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일단 2004년 5월에는 일부만 상환하고 2005년까지 나눠 갚고 싶습니다.”

“한꺼번에 그 돈을 다 마련하긴 벅차요. 만기상환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벤처 프라이머리 CBO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많은 기업의 재무담당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현재 이 채권의 보증을 선 기술신용보증기금(이하 기보)이 파악한 바로는 모두 6차까지 채권을 발행한 808개 기업 중 현재 160개 기업이 도산한 상태다. 결국 1~6차까지 모든 벤처 프라이머리 CBO를 청산할 시점까지는 27%의 손실을 볼 것으로 기보는 예상하고 있다. 만기원리금을 합쳐 2조3,000억원(발행금액 1조9,000억원) 중 6,300억여원이 손실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발행 당시 예상 수치를 훌쩍 넘는 손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도덕적해이 초래할라” 대책 언급 피해

일단 기보는 보증을 약속했기 때문에 손실분을 갚아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기보의 박봉수 이사장은 “이미 전체금액 2조3,0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2,300억원을 내부에 적립해 두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주식 전환분 등을 통해 예상되는 자본 이득이 900억원으로 예상되고, 보증수수료 수입도 600억원 들어왔다. 이를 모두 더해도 손실분 중에서 2,500억원이 부족하다. 기보측은 “정부출연금이 시급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결국 추가 자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예상되는 손실액을 보전할 재원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기업활동은 지속하고 있지만 만기에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거나 갚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기업들의 처리가 더 큰 문제다. 만기에 일시 상환을 강행할 경우, 벤처업계가 연쇄도산의 폭풍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CBO 자금을 사용한 기업들은 “기보측이 대환대출이나 신규 채권발행을 통한 사실상의 롤-오버 등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며 희망섞인 전망을 했다. 또한 개별기업별로 사정에 따라 일부금액은 갚게 하고 나머지는 다른 보증을 통해 천천히 갚게 하는 방법 등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기보 1차유동화전문회사의 자산관리 운용을 대리하고 있는 IMM투자자문은 내년 5월에 처음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1차 CBO 자금을 사용했던 기업들에 상환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기업의 재무담당자는 “상당수 회사가 일시에 상환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기보에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보측은 이처럼 벤처업계에서 회자되는 대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아직 만기가 다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대환을 해주느니, 새로 채권을 발행케 하고 보증을 서 주느니 하는 얘기가 나가면 업체들이 애써 갚으려 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어 원칙대로 회수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보 고위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편 박봉수 이사장은 이 같은 단순한 일회성 대책보다는 근본적으로 유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고 밝혔다. 사모형 공개매각, 온라인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해 유통시장을 활성화해야 일회성 자금 지원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이사장은 “이를 위해 SR캐피탈이라는 솔루션업체와 공동으로 시장형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현재 재정경제부 및 금융감독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기보는 CBO를 발행하는 특수목적회사(SPC)와 이를 통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신고서 제출 면제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유가증권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삽입하는 방안을 놓고 금감위와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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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