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서울 중심 67개 회사 난립 ‘부익부 빈익빈’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최근 이민알선회사들 사이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홈쇼핑과 이민알선회사인 이민타임이 공동으로 내놓은 이민상품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불의에 일격을 당한 일부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다른 홈쇼핑회사에 제안서를 내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최근 여러 이민 관련업체로부터 이민상품을 취급해보지 않겠느냐는 문의를 받았다”며 “이 가운데 3~4개 업체는 이미 제안서까지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민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500억~600억원대로 추산된다. 얼핏 봐도 시장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에 등록된 업체수는 최근 크게 늘어 서울을 중심으로 무려 67개사에 달한다. 자연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의 아이디어 싸움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업체들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뚜렷하다. 일정한 규모를 갖추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는 보통 1년에 300~500가구 정도를 내보낸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는 1년에 100가구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한다. 정상적으로 회사를 꾸려가기가 벅찰 정도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앞서 말한 66개 업체 가운데 10여개 이상이 영업부진 등으로 거의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도태한 것이다.

이민알선업체들의 수입은 이민을 가는 사람에게서 받는 수수료가 거의 전부다. 이민이 성사됐을 경우 400만~500만원 정도를 받는데 액수는 업체나 이민 프로그램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요즘 들어서는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더 낮추는 사례도 있다. 어쨌든 연간 100가구를 내보낼 경우 매출액이 4억~5억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미나 개최나 현지답사 프로그램 등 다른 수익모델도 갖고 있지만 회사 매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민자를 모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높지 못한데도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것은 회사를 만드는 데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법인체 보증보험 3억원 가입’ 요건만 충족되면 회사 간판을 걸 수 있다. 더욱이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도 현실적으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몇몇 업체의 경우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암암리에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알선업체들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96년까지만 해도 10여개 업체에 불과했지만 국가경제가 휘청하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이민자가 늘자 관련업체들도 덩달아 크게 증가했다. 지금 영업을 하는 회사들의 상당수가 이때 생긴 업체들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 사이의 아이디어 싸움도 뜨겁다. 최근 홈쇼핑업체와 제휴해 이민상품을 파는 업체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업체들은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외에 제3국의 이민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피지, 몰타, 말레이시아 등지로 이민을 가는 상품이 등장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로 만족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부가적으로 유학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차피 이민을 가려면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부가적인 서비스로 택한 것이다. 몇몇 업체들은 부설 유학원을 잘 운영해 이민서비스와 비슷한 규모로 성장시킨 사례도 있다.

요즘 이민알선업체들은 새로운 기대에 들떠 있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업계에는 이러다가 모두 고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2002년 6월에 캐나다 연방정부가 이민법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민을 나가는 사람들이 한때 크게 줄었던 까닭이다. 캐나다 이민은 희망자가 많아 국내 업체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쏟는 프로그램인데 업체 입장에서는 직격탄을 맞았던 것. 구체적으로는 월 평균 20~30가구를 내보내던 우량한 업체들도 성사 건수가 50% 이상 감소하는 등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후 업체들이 자구책 차원에서 캐나다의 주정부가 연방정부와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이민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리면서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여기에다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이민열풍은 업체들이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유연희 신세계이주공사 이사는 “최근 이민 관련 설명회 등을 개최해 보면 지난해보다 30% 가량 더 몰린다”며 “특히 30~40대의 젊은층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담 건수 역시 업체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지난해보다 20~30% 정도 늘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심각한 실업문제도 이민알선업체들에는 호재다. 몇몇 업체들의 경우 아예 미국 취업이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할 정도로 여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없어도 취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업이민 희망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취업이민 전문업체인 세계로이주공사 이종만 사장은 “국내에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아예 미국 등지로 나가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미국 등지에서 용접, 제과제빵, 요리, 주방보조 분야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당분간 이민알선업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와 전문화도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특기나 노하우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연희 신세계이주공사 이사는 “결국 경쟁력을 갖춘 회사 중심으로 업계가 다시 한 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돋보기 이민알선업체 제대로 고르는 법

등록업체 가운데 신뢰성 있는 곳 이용하라

이민사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법으로 취업이민 비자를 조작하거나 급행료를 챙기고 도주하는 업체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는 것. 이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누구든 피해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민알선업체를 선정할 때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이민 수속이 모두 마무리되는 데는 보통 2~3년이 걸린다. 서류를 접수시킨 후 인터뷰 등을 거쳐 영주권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그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적인 일이 행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영주권을 빨리 따주겠다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케이스다. 자연 많은 돈을 요구하기 마련이고, 이런 경우 성사는 뒷전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에도 최근 ‘돈을 뜯겼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외교통상부에 등록된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교통상부에 문의하면 등록업체명단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등록업체라도 가능하면 여러 군데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본 다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고르는 방법도 필요하다. 전문성과 정보제공 능력을 비교하는 것도 좋다.

무조건 ‘가능하다’거나 ‘통과된다’고 큰소리치는 업체도 요주의 대상이다. 실제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민을 신청해 통과되는 경우는 약 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계약서나 약관도 잘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이민을 준비할 때는 많이 뛰어다니며 알선업체를 비교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단 피해를 당하면 구제받을 길이 막막한 만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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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