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개봉한 <바이센테니얼 맨 designtimesp=24584>이라는 영화에는 설거지와 청소, 요리, 정원손질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가정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일종의 지능형 로봇이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SF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지능형 로봇이 이제는 우리 일상생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사람을 인식하고 책을 읽어주는 로봇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기 때문이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터넷컴퓨팅연구부(부장 함호상)는 2003년 12월 정보통신부의 ‘디지털 생명체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영상인식기술, 문자인식기술, 음성합성기술 등이 결합된 IT 기반의 지능형 서비스 로봇인 ‘에트로’(ETRO)를 개발했다. ETRI가 개발한 로봇이라는 뜻에서 에트로(ETRO)로 명명됐다.이 로봇의 지능지수(IQ)는 대략 40 정도로 동물로 치면 돌고래 수준이고, 침팬지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다. 이 로봇은 산업용 로봇이나 가정용 청소로봇 등 육체적인 노동 서비스만 제공하는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로봇 개념에서 탈피, 인간과 공존하면서 인간에게 각종 지식 및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중심의 로봇이라는 점에서 개인용 및 지능형 로봇 산업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에트로’에는 문자인식기술, 사용자인식기술, 제스처인식기술, 정보검색기술 등 첨단기술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특징으로 사람의 얼굴 생김새로 신분을 인증할 수 있다. 지문인식을 위해 손가락을 대거나 홍채인식을 위해 눈동자를 맞추지 않아도 얼굴 생김새를 인식하고 등록된 사용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또한 디지털 문자인식 기술이 적용돼 책, 현수막, 벽보 등 로봇의 시야에 들어오는 문자를 읽을 수 있으며 사용자가 요구하면 이를 소리내어 읽어주는 능력도 있다. 게다가 교통, 날씨 등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채팅으로 질문하면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해 음성으로 응답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음성인식기술의 부족으로 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이 능력 많은 로봇이 개발됨에 따라 화장실이나 식당의 간판을 읽어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로봇, 상대에 따라 동화책이나 신문 등을 스스로 골라 읽어주는 로봇, 식품포장에 인쇄된 조리방법을 읽고 요리하는 주방장 로봇 등 다양한 지능형 로봇 개발이 앞당겨질 전망이다.함호상 인터넷컴퓨팅 연구부장은 “이번에 개발된 로봇 기반 기술들을 기업체에 이전해 상품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연구원 내 지능형 로봇연구단을 신설해 내년부터 인공지능 및 감성기술을 포함한 본격적인 지능형 서비스 로봇 연구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함부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로봇개발에서 하드웨어로 승부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내야 한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IT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고 하드웨어업체와 전략적인 제휴를 하면 로봇 선진국보다 경쟁우위를 가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한편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2010년 1,000억달러에 이르며 국내에서만 2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