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짖어대는 소리를 분석해 감정상태를 알아내는 음성분석기가 히트상품으로 한차례 화제를 뿌린 데 이어 이번에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분석해주는 도구가 일본 육아시장에 등장했다. 주인공은 하라사와제약이 지난 1월15일부터 소니플라자 등의 전문점과 잡화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와이크라이’(왜 울어?).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상품은 말을 하지 못하는 갓난아기가 자신의 주요 의사표시 수단인 울음소리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착안해 개발된 아이디어 신제품이다. 길이 15cm, 폭 9cm, 두께 4cm의 콤팩트 사이즈로 어른이 한손에 쥐고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으며 아기의 옆에 놓아두면 울음소리의 강약과 호흡상태 등을 약 20초간 판독한 후 감정상태를 다섯가지로 분석해낸다.와이크라이가 분석, 표시해주는 감정은 다섯가지. ‘배가 고파요’ ‘불쾌해요’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요’ ‘졸려요’ ‘심심해요’ 등이다. 울음소리를 토대로 이에 맞는 감정을 휴대형 게임기 화면과 같은 곳에 나타내준다.와이크라이를 개발해 낸 곳은 원래 일본 메이커가 아니다. 스페인의 육아용품 전문회사인 네트링이 만든 것을 하라사와제약이 일본시장에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판단해 수입, 선보인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한 국가인 스페인에서 개발됐지만 세계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하라사와제약에 따르면 네트링은 인종, 성별, 발육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100명의 아기 울음소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말을 배우기 전의 아기들에게서는 울음소리에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는 점을 찾아냈다. 따라서 이 같은 점을 충분히 반영해 만들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네트링의 주장이다.와이크라이는 스페인 외에 프랑스 등의 타 국가에서도 효능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10만대 이상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의 판매가격이 개당 1만6,800엔의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하라사와제약이 시장전망을 낙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하라사와제약은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의 불안을 덜어주고 부모와 아기 사이의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도구로 와이크라이가 각광받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핵가족화 및 출산인구 감소로 그러지 않아도 어린아이의 수가 줄어드는데다 취업 등의 이유로 육아 경험이 부족한 여성이 늘어나니 아기에게 쏟는 부모들의 신경과 정성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와이크라이의 등장에 대해 의학계는 어디까지나 장난감 같은 보조기구로 인식해달라고 주문, 이채를 띠고 있다. 사카키바라 요이치 도쿄대학 의학부 소아과 교수는 “부모는 육아 경험을 통해 아기들의 울음소리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와이크라이를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신뢰를 보내지 말고 개, 고양이의 음성번역기처럼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제품의 기능과 반짝이는 개발 아이디어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새내기 주부 등 육아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도구에만 의존해 실수하지 않도록 하라는 의미인 셈이다.일본시장에서는 반다이가 개발, 지난 2002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바이링구얼’이 세계 최초의 애완견과 고양이 음성번역기로 빅히트를 날린 후 음성분석 기술 및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태다. 바이링구얼은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히트상품에 꼽힌 데 이어 일본 이외의 미국, 아시아 시장에서도 수십만대가 팔리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한편 일본의 일부 전문기관에서는 음성분석으로 항공기 조종사들의 피로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 구미 국가들로부터 상당한 주목 대상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