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서 캐치프레이즈는 후보의 또 다른 모습이다. 유권자들은 후보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를 보고 어떤 사람인지 구별하고,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차린다. 후보들이 선거에 임하면서 보다 나은, 보다 친숙한, 보다 참신한 구호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것도 이 같은 파괴력 때문이다.17대 총선에 나서는 경제인 출신 후보들의 캐치프레이즈 역시 톡톡 튀는 것이 많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경제전문가답게 ‘경제’를 주제로 한 것이다. 서울 서초을에 출마하는 열린우리당 김신배 후보는 ‘디지털 경제인 김신배’를 적극 홍보한다. IT분야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이 배어 나온다. 경제관료와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을 지낸 경북 경산ㆍ청도의 최경환 후보는 ‘경산ㆍ청도의 아들, 젊은 경제전문가’로 표몰이를 하고 있다. 윤의권 후보(한나라당 충북 청주 상당)는 ‘벤처 신화를 정치 신화로’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17대 총선에 임한다.이계안 후보(열린우리당 서울 동작을)는 좀더 파격적이다. ‘수출할 만한 국회의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가경제를 살리고 경쟁력을 갖춘 선량이 되겠다는 각오가 느껴진다. 또 산자부 차관 출신의 임래규 후보(민주당 서울 노원을)는 ‘나라경제 30년 경륜 노원에 쏟아붓겠습니다’가 모토다. 회계법인을 경영하는 박철용 후보(열린우리당 서울 강남갑)는 ‘실물경제 전문가 박철용’으로 잡아 자신의 이름을 아예 구호에 넣는 자신감을 보였다.확신에 찬 구호도 보인다. 심재엽 후보(한나라당 강원 가을)는 아예 ‘강릉경제 반드시 살린다’를 부르짖는다. 경제만은 맡겨 달라는 투다. 또 손창현 후보(자민련 서울 중랑을)는 ‘경제 살릴 적임자’임을 강조한다.간단명료한 캐치프레이즈도 관심을 끈다. 자민련 후보로 경북 경산ㆍ청도에 출마하는 박치구 후보는 ‘기술한국 조성’이 구호다. 또 신원수 후보(민주당 경북 포항북)는 ‘민생경제 살리기’를 강조한다. 정해주 후보(열린우리당 경남 통영ㆍ고성)는 ‘정치개혁 경제회생’을 구호로 내세웠다.경제인이지만 엄연히 선거인 만큼 정치를 주제로 삼은 캐치프레이즈도 적지 않다. 화두는 대개 책임 있는 정치와 새로운 정치로 요약된다. 김창업 후보(자민련 제주 북제주)는 ‘정치를 바꿉시다’며 직설적인 표현을 쓰고 있고, 차은수 후보(자민련 서울 동작갑)는 ‘책임 있는 정치인’을 강조한다.한규태 후보(민주당 경기 양평ㆍ가평)는 좀더 포괄적이다. ‘깨끗한 정치, 희망의 정치, 국민중심의 정치’로 이번 선거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최근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따온 문구도 있다. 김철하 후보(민주당 인천 서강화을)는 ‘정치인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은 잊어라’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다.후보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박판렬 후보(민주당 경북 경주)는 ‘인생에 향기가 물씬 풍기는 남자’를 적극 밀고 있다. 또 김정호 후보(열린우리당 대구 동을)는 ‘열린 남자, 뜨는 동구’를 강조하며 표밭을 누빈다. 서장은 후보(한나라당 서울 동작갑)는 ‘보통아빠의 반란’을 내세웠는가 하면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최낙정 후보(열린우리당 부산 서)는 ‘잘 만났다, 서구와 최낙정’을 구호로 사용하고 있다.이밖에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후보(열린우리당 수원 영통)는 ‘이젠! 바꾼다’를 내걸고 거물임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고, 이종구 후보(한나라당 서울 강남갑)는 ‘강남이 일어나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서울 강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갑의 열린우리당 김맹곤 후보는 ‘대통령의 미래 곧 김해의 미래입니다’를 내세워 대통령과 자신을 연결시키고 있다. 국민경선 붐을 입증하듯 백영기 후보(한나라당 서울 도봉을)는 ‘국민경선 도봉 후보’를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