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한해 50만명 떠나… 13만명 부족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의 근간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사업체수로 따지자면 전체 제조업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종업원수로 치면 전체의 75%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전국의 중소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중기협)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소제조업 가동률은 정상가동률인 80%에 크게 못미치는 67.1%에 지나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70% 아래로 떨어지지 않던 가동률이 2002년 11월 이후 60%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더 이상 기업을 유지하기조차 힘겹다는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질 만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업은행이 발표한 <최근의 환경변화가 중소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는 전체 60%에 이르는 중소기업의 경영상태가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고 전하고 있다. 호전됐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불과 13.7%였다.

경영환경 악화의 주범은 원자재구입난(78.9%), 환율변동(44.3%) 등이었다. 인력난은 22.7%로 4위를 차지했지만 경영자에게 주는 심리적 허탈감은 오히려 더 크다. 반월공단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모 사장은 “원자재나 환율 때문에 생기는 고통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인력난으로 곤란을 겪을 때는 자괴감마저 든다”며 “어렵게 구한 직원이 며칠 만에 연락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을 때면 기업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3만명 모자라

‘인력난은 중소기업의 숙명’이라는 말은 업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탄식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일까. 중기협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중소기업의 50.5%가 인력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 69.9%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좋아할 일이 전혀 아니라고 조합측은 분석했다. 인력이 풍부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채용여력이 줄어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실 90년대 초중반에 비해 최근의 인력부족률은 크게 감소한 상태다. 91년 10명 이상 사업체의 인력부족률은 무려 5.48%로 지난해 2.18%의 2.5배를 상회했다. 그후 3~4%대를 유지하던 인력부족률은 IMF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98년 0.65%까지 급락했다. 기업의 줄도산에 따른 결과였다.

2%에 재진입한 것은 2002년의 일이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인력부족률 상승은 그만큼 경제가 되살아났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기업이 생산증가를 위해 인력을 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한 염색업체의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사람을 구했는데 놀고 있는 사람이 없어 구하지 못했다”며 “요즘에는 놀면서도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통에 현상유지조차 힘들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3 노동력 수요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업장의 노동력 부족인원은 14만 1,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의 부족인원이 13만3,000명으로 전체의 94.4%를 차지했다. 부족률 역시 평균을 웃도는 2.66%에 달했다. 특히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가구제조업(9.4%), 가정용 기구(6.59%) 등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대기업의 경우 부족인원은 8,000명에 그쳤고 부족률은 0.55%에 불과했다.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부족률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비단 지난해만의 일은 아니다. 2002년에도 대기업의 부족률은 0.73%였던 반면, 중소기업의 부족률은 4.53%에 달해 6배가 넘었다.

1년내 이직 25%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중소기업인력실태 조사보고>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 충원의 주요 장애요인은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31.7%), 임금조건(26.3%), 회사 지역여건(12.8%), 열악한 작업환경(12.7%) 등이었다. 이 가운데 부정적 인식, 지역여건, 작업환경 등의 영향력은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반면, 임금조건 요인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임금요인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우선 매년 중소기업의 임금인상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6.6%였던 중소기업의 임금인상률은 2002년 5.8%, 2003년 4.0%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중기협측은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종업원 500명 미만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500명 이상 대기업의 67.7%에 그쳤다고 밝혔다. 70% 중반대를 유지하던 임금수준이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하향세를 보인 결과 64.4%를 기록했던 93년 이후 10년 만에 60%대로 떨어졌다는 것.

종업원들의 잦은 이직도 중소기업의 고민거리다. 높은 이직률(47.9%)은 인건비(56%)에 이어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가장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고 중기협은 밝혔다.

실제로 업계의 이직률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5월에서 2003년 4월까지 1년 동안 이직자는 무려 52만5,000명에 이르러 중소기업 전체 종업원의 25%가 직장을 옮겼다.

중소기업 회피, 잦은 이직 등으로 정규직 종업원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매우 제한적이다. 생산설비의 자동화는 비용부담이 커 일부 기업만이 시행할 수 있을 뿐이고 공장의 해외이주는 실패율이 높아 섣불리 시도할 수 없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일용직 근로자, 외국인 노동자, 여성인력, 인턴사원, 병역특례 등 대체인력 활용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여성을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은 제한적이고 인턴과 병역특례의 숫자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중소기업은 일용직 근로자(69.3%), 외국인 노동자(13.4%)를 대체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어 업계는 정부의 효과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중소기업의 공멸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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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