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을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두 얼굴’의 청년실업을 푸는 해법은 무엇일까. 각계 전문가들과의 좌담회를 통해 문제해결책을 들어봤다. 좌담회를 통해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현장과 연계된 대학교육’이었다. 대학졸업자들이 매년 대량으로 양산되는 상황에서 대학 간판만으로 취업이 되는 시절은 오래전에 지났다는 것. 이에 따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대학이 적극 수용, 학생들을 미리 준비시켜 사회에 내보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고학력화가 청년실업 부채질

사회: 청년실업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유박사: 우리는 지금 유례없는 고학력화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고교졸업자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고학력화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사회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라는 시각에서 보면 낭비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장상무: 1980년에는 10만여명이 대학을 졸업했는데 지난해에는 51만명으로 늘었습니다. 20년 사이 5배가 늘어난 것이죠. 그동안 우리 경제가 급속히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충분히 창출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대졸자의 대량 미취업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한마디로 산업인력 수요는 피라미드형인데 배출되는 인력구조는 점점 더 역피라미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처장: 고학력화 때문에 중소기업에는 일자리가 있어도 일하려는 사람이 없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의 경우 연매출 1,000억원 정도의 우량기업이고 보수도 대기업 수준인데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2년째 필요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대기업 사무직만 원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으로는 무엇이 있다고 봅니까.

장상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대학의 교육수준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필요로 하는 전공분야의 응시자는 많아도 당장 현업에 투입시킬 수 있는 인재는 매우 드물다고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얘기합니다.

대학이 기업의 변화 못 따라가

유박사: 몇몇 기업의 요청에 따라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 적이 있는데 지원자들이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돼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어떤 능력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무조건 응시하고 보자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업무 분야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무한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게 되고, 대졸자들은 사회에서 처음 직장 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최처장: 중소기업에서도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고 있지만 신규인력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무환경이 취약하다는 선입관 때문에 청년층의 기피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신입사원 가운데 고교졸업이 54.4%, 대학졸업이 39.1%의 비율인데, 대졸자는 거의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고졸 생산직 직원의 상당수는 대학 진학이나 전직을 위해 일찌감치 회사를 관두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유박사: 기업들이 해마다 채용인력을 대폭 늘리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제대로 준비된 소수 핵심인력만 채용하고 나머지 인력은 비정규직 등 탄력적으로 운용해 가는 것이 대세입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이 이런 경향을 좇아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학은 관행대로 이런 변화에 아무런 대비 없이 대졸자만 양산해 내고 있습니다.

장상무: 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에게 학생들의 원활한 취업을 위해서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교수는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지 기업을 위해 인력을 찍어내는 곳이 아니다’고 말해 당황했었습니다. 대학이 변하지 않는 한 청년실업 해결은 요원합니다.

노사정 합의 통한 해결방안도 가능

사회: 문제가 있으면 풀어야 하는 법인데 해결방안에 대해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유박사: 실업발생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노동시장과 대학간의 정보교류가 차단돼 있다는 점입니다. 노동시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가 대학과 학생에게 신속히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정확히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장상무: 기업들도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수시로 대학에 알려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분야가 유망하고, 어떤 신사업에 진출할 것인지, 또 어느 분야에서 얼마 정도의 인재가 필요할 것인지 등 어떻게 보면 기업비밀에 속하는 내용일 수 있지만, 기업에 피해가 안 가는 선에서 이런 정보가 보다 광범위하게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처장: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업난 속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 것도 급선무입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키워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도록 하는데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합니다. 또 청년층을 대상으로 근로경험과 경제적 자립의 가치를 알리는 범국민 사회운동의 전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상무: 노사정이 합심해 해결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노조의 과도한 기득권 보전 노력 때문에 인력의 신규채용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참에 노조와 회사측이 타협을 통해 신규채용 폭을 늘리면 정부는 이에 대해 세제혜택 등 재정지원을 하는 식의 방안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처음으로 의회 진입에 성공했는데, 제도권 내에서 그들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유박사: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이 방안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금세 나타날 뿐만 아니라 노사정이 합심해서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도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인력의 단절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어느 기업을 방문했는데 부서의 가장 낮은 직급이 평균적으로 대리급이더군요.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신규인력 유입이 필수적입니다. 또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처장: 기업의 해외이전도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도 낮은 인건비를 찾아 중국 등 해외로 거점을 많이 옮기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산업공동화 현상이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상륙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면 그만큼 일자리가 더 없어진다고 봐야겠죠.

참석자 :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유길상 노동연구원 박사, 최윤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처장

시간 및 장소 :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공원

사회 : 최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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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