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선 우리은행 본부장, '자신과 싸워 이겨라'

‘701대8’이는 한국 금융계의 보수적인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 금융계의 남녀 임원 비율이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조재환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4개 은행, 증권, 보험, 카드사에 재직 중인 남성임원은 701명, 여성임원은 단 8명(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은행권의 여성임원은 5명(2.8%), 증권ㆍ생명보험ㆍ손해보험사는 각 1명이었고 카드사는 한명도 없었다.최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끝낸 은행권의 임원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임원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력을 갖춘 여성금융인들이 다방면에서 크게 늘고 있어 우먼파워를 실감케 하고 있다.국민 신대옥, 은행의 신뢰감 중시국내 은행권을 대표하는 여성금융인은 단연 이성남 금융통화위원이다. 이위원은 시중은행(국민) 가운데 유일한 여성임원(집행위원 이상)을 지낸 인물로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사를 포함한 전 금융계 여성들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관심대상이다.특히 이위원은 ‘여성 1호’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여성 1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여성 1호 시중은행 감사’ 등에서 비롯된 것. 지난 22일에는 금융통화위원으로 임명돼 다시 한 번 ‘여성 1호’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이위원은 지난 69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한국영업담당 총지배인, 한국재정담당 수석을 지냈으며, 이후 금융감독원 검사총괄실장, 검사총괄담당 부원장보 등을 역임했다. 이감사의 장점은 선진 금융업무 및 금융감독ㆍ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 공정한 업무처리를 꼽을 수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제 이감사에게 남은 유일한 직함은 ‘여성 1호 은행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영업 최일선에는 신대옥 강남지역본부장이 버티고 있다. 신본부장은 올 초 둔촌동 지점장에서 지역본부장으로 승진한 케이스로, 지금까지 신본부장이 맡았던 영업점의 영업실적은 모두 최상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신본부장은 “한번 고객은 평생고객이라는 신념으로 80~90년대 연을 맺은 고객을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다”며 “은행은 신뢰감이 생명이다.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은행 만들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국민은행 관계자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물론 영업의 귀재로 불리는 신본부장을 강남지역 야전사령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지역점포 관리는 물론 상당한 영업개선 효과까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우리은행, 여성지점장 강세최근 우리은행이 실시한 인사에서는 여성파워가 한층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고 출신의 황의선 학동지점장이 처음으로 여성영업본부장 자리에 올랐고 여성부지점장 4명 또한 지점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우리은행 송파지역의 26개 영업점을 맡게 된 황의선 송파영업본부장은 지난 70년 여고를 졸업하고 승진시험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여행원으로 입행했다. 그러나 황본부장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여행원에서 행원이 될 수 있는 전직시험을 한번에 통과하는 기량을 발휘했다. 그 결과 황본부장은 과장 승진 대상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여성 최초의 심사역을 거친 여성은행원으로 기록됐다.황본부장은 “과거에는 결혼하면 관둬야 하고 승진시험 자격조차 없었지만 요즘은 그런 제약이 없어진 만큼 여성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길 바란다”고 충고했다.더불어 우리은행의 최근 인사에서는 여성부지점장 4명이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권은이 용산구청지점장, 김진미 난곡지점장, 박송옥 동소문지점장, 최정애 서부기업영업본부장이 그 주인공. 이로써 우리은행의 여성지점장은 27명에서 31명으로 대폭 늘어났다.한편 우리은행의 이번 인사는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한 영업중시로 풀이된다. 학연, 지연에 따른 연고인사 또는 내ㆍ외부 청탁에 의한 구태인사를 배격하고 능력에 따른 적소에 배치했다는 것이 은행안밖의 중론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황영기 행장 취임 후 처음 실시한 이번 인사는 영업과 능력을 중시하는 ‘황영기식 인사’로 보면 된다”고 이를 뒷받침했다.증권ㆍ보험은 아직 미흡은행권의 여성파워가 강보합세라면 증권ㆍ보험권 여성들의 활약은 아직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에는 이렇다할 여성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이채롭다. 단 보험의 경우에는 계약부문에서 보험설계인들의 행보가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영진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임원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법무법인 광장 출신의 변호사인 이정숙 삼성증권 상무가 그나마 증권계를 대표하고 있다. 지난 99년 삼성증권 법무실 변호사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무는 2001년 법무실 상무에 올랐고 현재 컴플라이언스실장 겸 상무로 재직 중이다. 박미경 대한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장도 증권업계에 떠오르고 있는 여성파워 가운데 한명이다. 박팀장은 마포지점장과 전략홍보실장을 거친 실력파로 증권업계 여성파워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보험업계에서는 김유미 ING생명보험 부사장의 활약이 눈에 띈다. 씨티은행에서 전산부문 본부장급으로 활동한 김부사장은 2001년 ING생명보험 부사장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김부사장은 “회사의 급성장으로 인해 시스템 개선 및 추가 자동화의 필요성이 큰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 보험업계 IT의 특성”이라며 “끝없는 공부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IT인 만큼 남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고 좀더 남아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두 딸과 시어머님에게 가장 죄송하고 고맙다”고 털어놓았다.국내 채권펀드매니저 ‘여성 1호’ 김정숙 외환코메르쯔투신운용 과장도 여성파워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과장은 하루에 1조5,000억원대를 거래하는 펀드매니저업계의 ‘큰손’으로 유명하다. 김과장은 “수백억, 수천억원을 만지느라 돈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률로 업무를 평가받기 때문에 남녀차별이 존재하지 않아 여성에게 유리한 직종”이라고 밝혔다.이밖에 김선주 제일은행 상무, 김희수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즈 사장,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부사장, 정옥희 씨티은행 상무, 유니스 김 글로벌마켓증권 상무, 이춘희 AIG생명보험 상무, 조정숙 뉴욕생명보험 상무,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 등 역시 국내 금융계를 대표하는 여성파워로 잘 알려져 있다.돋보기 이성남 금융통화위원금융계 여성1호 제조기“솔직히 국민은행 감사직 임기를 채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금융통화위원에 뽑히고 나니 걱정이 앞서네요. 저를 추천하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최근 이성남 국민은행 감사(57)가 여성 최초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차관급)으로 임명됐다. 지난 4월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공석 중인 금통위원 선정에 대한 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감사를 금통위원으로 뽑았다. 이로써 이위원은 여성 1호 금융감독원 검사총괄담당 부원장보와 여성 1호 시중은행 상근감사에 이어 또 하나의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제게 국가의 금리정책을 세우는 금융통화위원을 맡긴 것은 실물경제와 현장경제의 접목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거시경제 부문을 더욱 열심히 공부할 예정이고 실물 쪽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이위원은 지난 69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영업담당 총지배인과 재정담당 수석 등 22년간 은행의 요직을 두루 거친 금융계의 여성 파이어니어로 유명하다. 특히 이위원은 99년 금융감독원 출범과 동시에 여성 1호 검사총괄국장 자리로 옮겨 효율적인 검사정책 시행에 앞장섰다. 또 2001년 이감사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여성 최초로 4,000여개 금융사의 검사들을 총괄하는 검사총괄담당 부원장보에 올라 여성금융인들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아울러 이위원은 지난해 3월 국민은행 상근감사로 시중은행에 화려하게 복귀한 후 국민카드 합병과 LG카드 사태 등을 슬기롭게 처리하기도 했다. 선진은행 업무기법과 금융감독기관 근무 등 다채로운 경력에 의연함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위원 다음 직함에 벌써부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