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산업계의 기록제조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 14조원은 지난 분기(12조원)에 이어 사상 최고 매출실적을 연속 경신한 것이다. 분기영업이익 4조원도 국내 최고 기록이자 전세계 IT기업 중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한경BUSINESS>가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함께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선발하는 ‘한국 100대 기업’에서도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시가총액, 매출액, 순이익 순위에서 2위 기업인 한국전력을 두 배 이상 따돌리며 각각 1위에 올라 ‘삼성전자의 힘’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지난해 북핵문제, 사스 여파, 내수침체 등 최악의 여건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44조원, 순이익 6조원을 기록, ‘역시 삼성답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경영실적이 뛰어났다. 게다가 3월말 현재 9조5,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순차입비율 마이너스 25%, ROE 41% 등 재무구조 역시 초우량을 자랑했다.삼성전자의 비약적 성장은 외국 언론에서 더 알아준다. 올 5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하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기업 순위에서 시가총액 750억6,620억달러로 지난해 67위(404억400만달러)에서 22계단 상승한 45위를 차지했다. 전자ㆍ전기장비부문에서는 지멘스(53위), 캐논(103위), 필립스(127위), 마쓰시타(133위)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전세계 1위에 올랐다.이에 앞서 3월 미국 <포브스>지가 매출, 순익, 총자산, 시장가치 등을 토대로 선정한 세계 2,000대 기업에서도 국내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인 45위에 오른 바 있다.삼성전자 홍보팀에 ‘삼성전자의 강점이 뭔가’ 물었더니 ‘변화의 유연성’과 ‘스피드 경영’이 뛰어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변화’는 삼성전자의 윤활유나 다름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변신을 독려했다.삼성전자는 이회장의 외침을 100% 수용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상시 구조조정 체제’라는 말을 즐겨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97년 IMF 직후의 비핵심분야 매각이나 최근 가전부문의 일부 라인을 해외로 이전한 것이 좋은 사례다.‘스피드 경영’은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따라오기 힘든 삼성전자만의 강점에 속한다.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 삼성의 주력 제품이 모두 일본 등의 경쟁업체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들을 앞서 나가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삼성전자의 스피드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제품구상부터 출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5개월에 불과하다”며 “일본 기업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정도 빠른 것”이라고 한다.이공계 인력, 4만 4,000명삼성전자의 강점을 더 거론하면 강력한 포트폴리오와 국내 최고의 인재풀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알다시피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전화 같은 정보통신, 디지털TV 같은 디지털미디어, 그리고 에어컨, 냉장고 같은 생활가전 등 4가지 부문으로 사업군이 나눠져 있다. 이 4가지 사업군이 상호 시너지를 내는 것은 물론 수익 면에서도 보완 기능이 작용한다. 삼성의 휴대전화와 디지털 가전이 강점을 보이는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인재확보에 대한 집념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다. ‘부존자원 없는 우리나라가 빌 게이츠 같은 인물 10명만 확보하면 온 나라가 먹고 살 것’이라는 ‘천재론’을 철저하게 신봉하고 있다. 연말 사장단 평가에서 유능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했는가에 100점 만점에 30점을 줄 정도이다. 현재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이공계 인력은 4만4,000여명이다. 이중 R&D부문 석사가 7,000명, 박사가 2,000명이다. 참고로 서울대 교수가 1,500여명이다.삼성전자의 올해 경영방침은 일류를 넘어 ‘초일류 기업’에 진입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스로 시장과 고객을 창출해 내는 회사를 초일류 기업’이라고 정의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 700억달러, 세계 1위 제품 26개 확보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IT분야 세계 최고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P램, F램, M램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와 모바일CPU 같은 차세대 복합칩, 컨버전스폰, 유비쿼터스, 홈네트워크, 로봇, MEMS 등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돋보기 / 윤종용 부회장 탐구‘기술의 마법사’ 명성 높아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60)은 97년 총괄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8년째 국내 최고의 기업 CEO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춘>으로부터 ‘기술의 마법사’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전자산업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뛰어난 미래 예측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윤부회장은 올해 색다르게 한해를 시작했다. 올 초 인사에서 생활가전 총괄을 겸임한 것이다. 지난 8년간 삼성전자의 고속비행을 이끈 윤부회장의 생활가전사업부문 대표 겸직은 재계에 이례적인 일로 비쳐졌다. 그러나 평소에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그의 경영철학을 들여다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지난해 생활가전부문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적자사업부문이었다. 국내에서조차 LG전자에 밀리는 상황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런 가운데 그가 직접 나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이런 철학은 최근 사내에 배포한 <초일류로 가는 생각>이라는 책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경영상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지 사무실과 책상 위에 있지 않다. 사무실과 책상 위에는 탁상공론과 인의 장막이 진을 치고 있을 뿐이다.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며 행동하는 솔선수범이 수십 마디의 말보다 훨씬 더 조직을 활성화하고 감동시킬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생활가전부문은 올 1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이와 함께 올 들어 윤부회장의 입가를 맴도는 화두는 ‘나눔과 상생’이다. 올 2월 550여개 협력업체가 모여 ‘상생경영의 원년’을 선포하기도 했다. 나눔경영을 위해 틈나는 대로 직접 어려운 이들을 찾아 앞치마도 두르고 도시락에 밥을 담기도 한다. 윤부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에 맞게 해외에서의 사회공헌활동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