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이란 ‘책상(座)의 오른쪽(右)에 놓아둔 쇠붙이에 새긴(銘) 글’을 말한다. 늘 쳐다보면서 반성하는 마음을 다지는 격언이나 경구다. 원래는 글이 아니라 중국 제나라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하나였던 환공(桓公)이 의자 오른쪽에 두었던 술독을 가리켰다고 한다. 비어 있을 때는 기울어져 있다가도 술을 반쯤 담으면 바로 섰다가 다시 가득 채우면 엎어지는 술독이었다. 공자도 나중에 이를 보고 “공부도 이와 같다. 다 배웠다고(가득 찼다고) 교만을 부리는 자는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되는 법이다”며 똑같은 술독을 만들어 의자 오른쪽에 두고 생활했다고 한다.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으면 괜스레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새로운 다짐도 해보는 게 우리네 마음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새해 소망은 굳이 묻지 않아도 ‘경제회생’이라는 한 가지로 모아질 것이다. 그런 만큼 노무현 대통령부터 ‘경제회생’을 좌우명으로 삼고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도 경제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를 바란다.마침 정부도 올해는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한다. 경제와 민생을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삼겠다며 지난해 말에 ‘경제수석’과 유사한 직제를 신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에도 대통령의 신년사는 “경제활력을 찾아 민생안정을 이루는 데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할 각오”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는 더 이상 말과 구호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말만 있고 실천은 없는 이른바 ‘NATO(No Action Talk Only)증후군’은 과거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엊그제 출범한 것 같았던 참여정부가 벌써 3년째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면 이제는 경제에 ‘올인’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5년 임기 중 집권 반환점을 돌고 나면 곧바로 ‘차기주자’들로 관심이 쏠리면서 레임덕 현상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좌고우면(左顧右眄)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문제는 경제에 올인하겠다지만 어떻게 하겠느냐는 점이다. 지난해 주요국 경제가 대부분 호전됐는데도 유독 우리만 어려웠다는 점을 보면 정부의 정책이 뭔가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백번 열심히 하겠다는 말보다는 어떤 정책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를 한 마디로 분명히 밝히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그런 점에서 ‘경제회생’이라는 좌우명의 각론으로 세 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첫째, 노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들이 적어도 경제에 관한 한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기업이 곧 나라’라는 말을 했지만 기업들이 목을 걸고 반대하는 법안들이 대거 입법화되는 현실에서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을 믿기 어렵다. 참여정부 들어 좌ㆍ우파 논쟁이 심각하게 불거졌지만 실제 구체화된 좌파 정책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경제에 관한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마치 ‘달리는 차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격으로 사고 위험성이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둘째,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누가 경제정책을 주도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내각에서는 총리와 경제부총리가 경제를 책임진다고 하고, 청와대에서는 정책실장ㆍ경제보좌관 등이 경제를 챙기고, 이제 경제수석까지 생겼다.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열린우리당의 힘도 과거 어느 때보다 세다. 대통령이 이곳저곳에 일거리를 주고 하나씩 선택하는 식은 곤란하다. 경제는 우리 몸의 신경세포처럼 모두 민감하게 연결돼 반응하는 만큼 어느 한 곳에서 책임지고 총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셋째, 대통령이 경제현장을 좀더 자주 찾아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이 이라크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했을 때 현지에 파병된 군인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신선한 감동을 받았고, 안보 불안감을 다소나마 씻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전시행정을 않겠다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움직임 자체가 국민들에게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기업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기업인들을 자주 만날 때 국민들은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의지를 읽게 되고 또한 우리 경제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