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억만장자’로 불린 하워드 휴즈(1905~1976)는 미국 현대사의 기인이다. 할리우드의 흥행감독이자 항공업계의 선구자였던 그는 극단적인 결벽증으로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킨 채 삶을 마감했다.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에비에이터>는 휴즈의 찬란했던 젊은 시절에 관한 드라마다. 작품 속의 휴즈는 완벽을 추구한 천재성과 통제할 수 없는 열정에 이끌린 인물이다. 탁월한 업적과 함께 비도덕적이고 기괴한 행동이 동시에 포착된다. 인간의 이런 양면성은 스콜세지 감독이 전작 <분노의 주먹>, <좋은 친구들>, <예수의 마지막 유혹> 등에서도 즐겨 다뤘던 주제다.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휴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할리우드에서 비행사에 관한 영화 ‘지옥의 천사’를 연출한다. 완성도를 높이려는 욕심으로 재촬영이 거듭된 탓에 영화는 당시 평균 제작비의 수십배가 투입됐지만 예상을 뒤엎고 흥행에 대성공한다. 그의 관심사는 영화 속 비행사에서 실제 항공기로 이동한다. 그는 항공기 디자인, 초고속 비행 도전, 신개념 항공기 제작, 항공사 인수에 직접 뛰어든다.휴즈의 사회적인 성공과 비례해 개인적인 괴팍함도 커진다. 타인과 악수를 꺼리게 되고 나중에는 문손잡이의 세균을 겁내 화장실에 갈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결국 그는 스스로를 세상과 유폐시키고 만다. 휴즈의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밀폐된 방으로 향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고독한 천재들이 걸어야 할 숙명일 수 있다. 그의 비범한 재능과 뜨거운 열정, 타고난 모험심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평범한 세상과는 조화롭게 어울리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의 찬란한 시절은 긴 인생의 한 토막에 불과하다. 이 주제는 휴즈와 여인들과의 관계에서 증명된다.진 할로(그웬 스테파니), 에바 가드너(케이트 베킨세일), 캐서린 햅번(케이트 블란쳇)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은 휴즈와 관계를 갖지만 그들에게 휴즈는 감당하기에 벅찬 상대다. 비범하고 예민한 햅번은 휴즈와 가장 비슷하지만 반려자가 될 수 없다. 그녀가 사랑하는 휴즈보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배우 스펜서 트레이시를 택한다.휴즈와 햅번이 항공기에서 굽어보는 LA 풍경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휴즈의 비행기가 땅에 곤두박질하는 장면은 압권이다.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메이어와 항공업계의 거물 트립이 휴즈와 대면하는 장면들은 흥미롭다. 메이어는 언제나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휴즈는 혼자다. 정장차림의 트립과 협상하는 휴즈는 알몸이다. 대중과 언론의 질타를 받은 아웃사이더 휴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디카프리오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걷고 있는 휴즈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이 영화에는 휴즈를 향한 스콜세지 감독의 존경심이 배어 있다. 젊은 시절의 재능과 야망, 격정적인 로맨스, 마약복용의 암울한 시절을 경험한 스콜세지 감독은 어쩌면 자신을 떠올렸는지 모른다. 2월18일 개봉, 15세 이상.▶제니, 주노임신한 여중생이 남자친구와 함께 아기수호작전에 돌입하는 로맨스코미디. 한국영화 사상 가장 어린 중학생 커플을 내세운 기획영화다. <어린신부>의 김호준 감독이 연출했다. 주연 박민지, 김혜성▶레이소울의 거장인 흑인맹인가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수작. 맹인이지만 정상인보다 영악하고 활달하며 대담한 면모를 포착하면서 마약복용에 탐닉하는 굴절된 이면을 보여준다. 레이 역의 제이미 폭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감독 테일러 핵포드▶파송송 계란탁방종한 짝퉁가수 청년에게 난데없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꼬마가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코미디드라마. 청년은 그를 떼어버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다가 서서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데…. 감독 오상훈, 주연 임창정, 이인성▶레드아이국내 최초로 기차를 소재로 삼은 공포영화. 폭우가 쏟아지는 날, 마지막 운행을 떠난 기차가 급정거하면서 환영들이 나타난다. 16년 전 100여명의 사상자를 낳은 열차사고의 악몽과 현실이 중첩되면서 공포가 극대화된다. 감독 김동빈, 주연 송일국, 장신영▶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가 퇴마사로 등장해 악마와 대결하는 액션대작.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선과 악의 본질을 성찰한다. 지옥과 천당에 관한 묘사가 돋보인다.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공동주연 레이철 와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