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공부하는 것은 꿀처럼 달다.’유대인에게는 이런 전통이 있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교사가 ‘성경(공부)은 나의 일’이라는 구절이 적힌 꿀 발린 접시를 보여주고 아이가 따라 읽게 한다. 공부를 강요하기보다 동기부여를 먼저 한다는 상징적 의미인 셈. 이것이 바로 유명한 유대인 교육의 핵심이다. 유대인의 성공비결 1순위로 꼽히는 게 바로 교육이다.그리고 이를 우리나라 실정에 대입해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꽤 밝아 보인다. ‘치맛바람’이라는 말로 평가절하돼 왔던 사교육시장이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초ㆍ중ㆍ고 교육시장은 더 이상 영어, 수학만 다루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적성을 찾아주려는 부모의 고민은 적성계발 교육사업 등장으로 이어졌다. 예체능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에게 국어, 영어가 아닌 음악, 미술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지, 운동을 잘하는지’를 미리 알면 훗날 뛰어난 인재로 키워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무엇보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생각하는 힘도 필요하다. 덕분에 한물간 것처럼 푸대접받았던 바둑, 주산 등 복고풍 교육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교육사업의 형식도 많이 달라졌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설립 붐을 이루고 있는 ‘영어마을’은 기존 영어교육 형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형태다.‘책상머리에서 배우는 영어’ 대신 ‘몸으로 익히는 영어’가 이들 영어마을의 컨셉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무엇을 가르치든 ‘영어로’ 가르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연기도 배우고 요리도 배운다. 단 배우는 수단이 영어이다 보니 영어를 사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어진다.한국 교육시장의 타깃은 ‘내 자녀’만이 아니다. ‘나’에게도 교육시장은 관심 대상이다.일본식 평생고용제에 익숙해 있던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최근 몇 년간은 참으로 고된 시간이었다. 서구식 성과주의 시스템이 도입ㆍ확산되면서 불어닥친 고용불안은 직장인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공무원시험과 교대ㆍ사범대 편입에 매달리는 직장인이 늘면서 관련업체들도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묻지마식’ 공무원시험 도전은 ‘노량진 비즈니스’를 만들었다. 노량진 일대에 공무원시험준비학원이 즐비한 것에 비유할 수 있는 용어다. 3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편입학원도 있다.학습지시장도 만만치 않다. 학습지시장은 단순히 규모가 커졌다는 점뿐만 아니라 적체된 여성인력 해소의 방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볼 만하다. 각 학습지 브랜드의 가정방문 교사는 미혼 대졸여성뿐만 아니라 사실상 사회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기혼여성까지 흡수한다.더욱이 사교육은 창업아이템으로도 유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무형자산이 중요한 평생교육시대인 만큼 교육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따라서 프랜차이즈사업 중 가장 유망한 아이템이 교육사업”이라고 예측했다. 이소장은 또 “교육사업의 핵심은 프로그램”이라며 “영세한 학원단위로는 계속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IT강국의 명성은 교육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온라인을 바탕으로 한 e러닝 기법은 초ㆍ중ㆍ고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자기계발, 기업체의 인재교육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물론 우리나라 교육시장을 무작정 밝게만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정부의 교육정책이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모토로 이뤄지고 있어 관련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된서리를 맞았다며 울상을 짓는 업체가 많다.하지만 이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사교육과 학교교육의 본질적 차이가 분명하지 않다”며 무조건적인 사교육 철폐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생학습사회의 주제는 교육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며 “학교교육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이뤄지는 교육적 병폐는 입시제도와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학교와 학원이 공동으로 교육의 본질을 위해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결국 사교육은 확산 자체에서 문제를 찾기보다 ‘경영자와 교사가 얼마나 책임의식을 갖고 꾸려 가느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비즈니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 ‘책임 있는 비즈니스’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굳이 ‘교육은 백년지계’라는 진부한 표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특히 한 국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