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수술이 잘못돼 ‘성난 1인치’가 남은 트랜스젠더. 그래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동독 출신의 록 가수 헤드윅. 그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에게는 분명 남보다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묘한 웃음도 있지만 힘든 과거사로 얼룩진 슬픔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인물이다. 무려 4명의 배우가 동시에 캐스팅돼 화제를 모은 서울의 <헤드윅>(원제 Hedwig And The Angry Inch)에도 이런 똑같은 인간의 본성이 숨어 있었다. 출연 일정 발표 2시간 만에 전회 매진시켰다는 조승우가 능수능란한 애드리브를 앞세운 웃음이 강점이라면, 조승우와 교대로 출연 중인 오만석은 뮤지컬 전문배우 특유의 감수성을 발휘, 트랜스젠더의 깊은 슬픔이 배어나는 진지한 연기를 보여줬다(송용진과 김다현은 5월12일 이후 출연).냉전시대 동독 소년 한셀은 베를린장벽 너머의 자유를 갈망하다 동성과의 결혼, 성전환수술, 이혼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꾸려가게 된다. 긴 머리 가발을 쓰고 ‘헤드윅’(hedwig)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 또는 그녀의 삶이 12곡의 뮤지컬넘버로 짜여진 110분간의 뮤지컬에 녹아 있다.1994년 뉴욕의 한 드랙퀸(여장남자)클럽에서 시작된 <헤드윅>은 98년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2000년 4월 막을 내릴 때까지 성공적인 공연을 이어가게 된다. 이후 2001년 영화화돼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관객인기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돼 마니아층의 지지를 얻었다.“헬로 뉴욕, 헬로 서울”을 외치며 무대를 여는 한국배우 버전의 <헤드윅>은 뉴욕 초연 당시 오프닝나이트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300석 규모의 대학로 라이브극장은 록클럽처럼 꾸며졌다. 탁월한 가창력을 갖춘 조승우, 오만석 두 배우는 단 한곡도 놓칠 수 없는 명곡들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철학적 의미가 담긴 가사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번역과 음향에도 무척 신경을 쓴 느낌이다.헤드윅의 모놀로그에 가까운 이 작품은 따라서 관객의 반응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조승우와 오만석의 공연은 관객 호응도에서도 무척 달랐다. 조승우의 헤드윅이 열혈팬의 환호와 괴성 속에 진행됐다면 오만석의 공연에서는 골수 <헤드윅> 마니아의 진지한 접근이 두드러졌다. “사랑은 창조 그 자체일 수 있다”는 헤드윅의 대사처럼 팬의 사랑이 <헤드윅>이라는 독특한 공연을 창조해낸 셈이다.예사롭지 않은 내용과 욕설, 물세례(?)까지 있는 파격적 공연인 까닭에 평일 낮 공연도 매진일 정도로 젊은 관객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 따라서 이 시대 젊은이의 문화코드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좌석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헤드윅을 만나봄직하다.기자가 관람한 4월19일 공연에서는 객석에서 다른 배우의 공연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는 4명 중 한명의 캐스트 송용진이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이 다 끝나기도 전에 5월부터 무대에 오를 그와 김다현의 또 다른 헤드윅이 궁금해졌다. 6월26일까지/대학로 라이브극장/02-3485-8740공연&전시▶연극 <벚나무 동산>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 <벚꽃동산>이 해방기의 경북 안동을 배경으로 한 <벚나무 동산>으로 거듭난다. 공연의 주 무대가 되는 안동 지방은 원작에서처럼 시대변화로 인해 지주와 농노의 갈등이 있었던 장소다. “‘어려운 연극’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원작의 인물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하고 표현함으로써 일상 속에 묻어나는 웃음을 전달한다”는 게 기획사측의 의도. 5월15일까지/사다리 아트센터 동그라미 극장/02-574-4012▶뮤지컬 <그리스>1972년 초연된 <그리스>는 지금까지 3,000여회 공연을 기록하며 전세계적으로 롱런하고 있는 작품이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청소년 시절의 사랑, 우정, 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국내 TV광고에 쓰일 정도로 친숙한 뮤지컬넘버들도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2005년 버전의 <그리스>에는 TV시트콤에서 ‘지PD’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겸 탤런트 지현우가 주인공 대니를 맡았다. 5월23일~8월7일/충무아트홀/02-556-8556▶연극 <소풍>천상병 시인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시인이 쓴 시에 작곡가 박환의 음악이 더해진 노래로 시인의 삶을 묘사한다. 작고 소박한 노래부터 웅장한 규모의 노래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재즈보컬 ‘정말로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한다. 양정웅, 김청조 모자가 연출과 극작을 맡았으며 배우 정규수가 천상병 시인을 연기한다. 2005서울연극제 공식초청작.5월19~22일/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02-744-7304유키 구라모토 내한공연한국팬 열정 ‘다시 한 번’‘1999년 첫 공연 이후 국내 최다 음반판매 기록, 내한공연 전회 매진, 2001년 예술의전당 야외극장 2회 매진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하트스트링스’(Heartstrings)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내한무대를 갖는다. 86년 첫 피아노 솔로앨범 를 발표한 유키 구라모토는 수록 곡 중 ‘루이스 호수’가 크게 히트하면서 데뷔에 성공했다. 유키 구라모토의 이름은 이미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일본의 리처드 클레이더만’, ‘동양의 조지 윈스턴’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 내한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대전, 울산, 대구 등 5개 도시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6월18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751-9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