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십자군전쟁에 내몰린 기독교도와 이슬람신도들의 확고한 신조이자 거대한 의문은 단 하나로 모아졌다. 이교도에 대한 학살은 천국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인가.모든 역사가 현대의 시각으로 재발견되듯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액션대작 <킹덤 오브 헤븐>도 오늘의 시선으로 십자군전쟁을 재해석한다. 그것은 종교를 핑계로 영토와 재물을 빼앗기 위한 양측 지도자들의 탐욕전이라고.올란도 블룸이 맡은 발리안은 사제를 살해한 뒤 구원받기 위해 십자군전쟁에 뛰어들어 고초 끝에 영웅이 된다. 발리안은 스콧 감독의 전작 사극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 장군처럼 도도한 운명의 강물에 휩쓸린 채 죽음과 재생을 거치는 신화적 인물과도 같다.막시무스의 신분이 장군에서 노예로 전락했듯 발리안은 적군에게 생포된 뒤 (상징적으로 죽은 뒤) 그들의 시혜로 풀려나 재탄생하게 된다. 재탄생이란 으레 당사자에게 숭고한 이념을 실천하도록 의무를 지워준다.막시무스를 움직이던 힘은 복수심이었지만 발리안을 이끄는 추동력은 회개심이다. 죄책감이 그에게 정의로운 힘을 부여한다. 참회는 또한 스스로 가장 낮은 자리로 찾아가는 겸허함을 일깨워준다. 때문에 공세적이던 막시무스와 달리 발리안은 언제나 방어적이다. 그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그마저도 상생을 모색하기 위한 타협의 수단일 뿐이다. 그것이 신의 뜻이다.영화 속 모든 인물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신의 계시다. 기독교도인 발리안과 이슬람교도의 살라딘도 마찬가지다.도입부 사제의 죽음은 종교의 본령이 상실됐음을 상징한다. 발리안은 원죄를 지닌 인간의 원형이며 그의 원정길은 참회와 구도의 길이 된다.스콧 감독은 생명이 뛰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창조할 줄 아는 거장이다. 그는 주인공에게 연민어린 시선을 던져 관객이 동일시하도록 만든 뒤 주인공으로 하여금 스크린 속 전장의 병사들을 감화시키도록 한다. 이때 관객은 마치 전장의 병사들처럼 주인공의 편에 서게 된다.화면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솜씨도 뛰어나다. 성(城)을 함락하기 위한 이슬람군의 총공세는 <반지의 제왕>에서 본 듯하기 때문에 참신하지는 않다. <글래디에이터>의 원형경기장 결투처럼 흥미로움도 부족하다.그러나 전장이 단순한 물리적 싸움터가 아니라 종교적 신념과 열정이 뒤범벅된 뜨거운 공간으로 재현되고 있다. 무엇보다 전장의 웅대하고 다채로운 음향은 전쟁액션의 질감을 한층 높여준다. 5월4일 개봉, 15세 이상.개봉영화▶ 밀리언즈영국화폐 ‘파운드’가 유로화로 통합되기 열흘 전 두 어린이 형제가 100만파운드의 현찰이 든 가방을 주은 뒤 겪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렸다. 열흘 동안 형은 투자, 동생은 선행에 돈을 쓰고, 두 형제의 아버지와 돈 가방의 주인이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감독 대니 보일, 주연 알렉스 에텔, 루이스 맥거본▶ 트리플X 2: 넥스트 레벨리 타마호리 감독의 액션스릴러. 제임스 본드와는 정반대 유형의 첩보원을 내세워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전편의 빈 디젤에 이어 아이스큐브가 2대 트리플X를 맡았다. 공동 출연 새무엘 L. 잭슨, 윌렘 데포▶ 댄서의 순정옌볜 출신 소녀가 한국에서 춤을 배워 댄스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사랑도 찾아가는 코믹드라마. 10대 배우로 최고의 스타파워를 자랑하는 문근영이 주연했다. 상대역은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화려한 춤 솜씨를 과시했던 박건형이 맡았다. 감독 박영훈▶ 어바웃 러브<이프 온리>의 제니퍼 러브 휴잇이 주연한 영국 로맨틱코미디. 주인공이 뜻하지 않게 남편의 사랑을 시험하면서 불륜의 비밀을 알게 되고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사랑을 바라보는 남녀간의 시각차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감독 존 헤이▶ 혈의누조선시대 말엽 외딴섬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극을 다룬 스릴러. 신문물과 구문화가 충돌하는 와중에서 인간 탐욕이 빚은 참극이 그려진다. 조선시대 행해졌던 엽기적인 다섯 가지 살인 방법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코믹배우 차승원이 진지한 연기자로 변신했다. 감독 김대승, 출연 박용우, 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