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액션어드벤처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의 탄생과정을 담고 있다. 이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가장 앞선다. 또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심리적이며 가장 현실적이다. 초현실주의 같은 분위기로 채색됐던 팀 버튼 감독의 두 전작, 샤갈과 마티스의 화폭처럼 눈부신 색채로 단장됐던 조엘 슈마허 감독의 두 전작과 차별화된다.<배트맨 비긴즈>의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어둠 속에 기거하는 느와르영화의 캐릭터 같다. 강박증 환자처럼 행동했던 놀란 감독의 전작 <인썸니아>와 <메멘토>의 주인공들처럼 웨인은 죄의식과 분노에 시달린다. 어린 시절 양친이 피살된 현장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과 살인자를 향한 복수심이 그를 고통의 수렁에 몰아넣는다. 웨인의 끔찍한 경험과 상처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경제적으로 전달된다. 대사는 거의 없고 몇가지 압축적인 신으로만 구성돼 있다.영화의 핵심은 악인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와 합법적 응징의 갈림길에서 웨인이 고뇌하고 번민하며 초극하려는 노력을 포착한다. 정의의 화신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배트맨의 초능력은 ‘슈퍼맨’이나 ‘헐크’, ‘스파이더맨’처럼 타고났거나 우연한 사고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웨인이 땀을 흘린 대가다. 부친이 물려준 막대한 재산은 그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다.웨인이 자신의 심벌로 채택한 박쥐는 가장 두려워했던 대상을 극복해 자신의 무기로 만든 것이다.이 영화에는 액션판타지물로는 드물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웨인 부친의 비서였던 알프레드(마이클 케인)가 웨인의 충직한 하인으로 대물림하는 모습에서는 봉건시대의 유습이 읽혀진다. 그러나 가정부의 딸이던 레이철은 웨인의 여자친구(케이티 홈스)로 돌아온다. 웨인의 저택은 초현대식이 아니라 고풍스럽다. 비밀기지도 천연동굴 같은 분위기이며 엘리베이터는 20세기 초의 구닥다리다.시대 구분이 모호한 만큼이나 선악의 경계도 식별하기 어렵다. 악당 듀커드(니암 리슨)는 웨인을 가르친 스승으로 설정돼 있다. 듀커드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의적으로 범법행위를 저지른다. <쉰들러 리스트>와 <스타워즈> 등에서 선의 화신이었던 배우 니암 리슨은 듀커드의 궤적처럼 기존의 역할과 이미지를 뒤집는다. 배트맨 역의 크리스천 베일은 출세작 <아메리칸 싸이코>에서 연쇄살인범 역할을 했던 개성적인 배우다. 청렴한 경찰 고든 역의 게리 올드먼도 <레옹>에서 마약에 찌든 악당 경찰로 선명한 인상을 남겼었다. 6월17일 개봉, 12세 이상.개봉영화▶연애의 목적고교선생이 여자교생에게 호시탐탐 수작을 걸면서 전개되는 멜로. 전형적인 로맨스영화의 주인공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이 밀고 당기는 연애행각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박해일과 강혜정이 주연했다. 감독 한재림▶간 큰 가족가족들이 유산상속을 받기 위해 실향민 아버지를 대상으로 ‘통일사기극’을 펼치면서 전개되는 코미디. 거짓말들로 자꾸 꼬이는 상황과 슬랩스틱코미디가 어우러지면서 웃음을 낳는다. 감독 조명남, 주연 감우성, 김수로▶사하라보물찾기 모험을 그린 <내셔널트레저>의 아프리카 버전. 남북전쟁 당시 금화를 싣고 아프리카로 떠난 전함의 행방을 찾는 보물사냥꾼들이 질병 퇴치를 목적으로 온 여의사를 만나 모험을 벌인다. 주연 매슈 매커너히, 페넬로페 크루즈, 스티브 잔, 감독 브렉 아이즈너▶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섹스심벌인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킬러부부’로 출연해 총과 칼로 부부싸움을 벌이는 액션코미디. 피트와 졸리 부부가 주방에서 벌이는 부부싸움과 외부 킬러들과의 자동차추격전 등이 볼 만하다. 감독 덕 라이먼▶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러브레터>의 이와이 순지 감독의 신작. 한 창녀의 인생과 사랑을 담았다. 순지 감독의 다른 작품인 <릴리슈슈의 모든 것>, <언두>, <피크닉> 등을 포함해 4개 작품이 서울 시네코아 등에서 교차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