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00호 (2005년 07월 04일)

연예기획사 급부상…스타마케팅 ‘활활’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한때 한국 지도층 인사들의 공식석상에서 형식상 수사로 등장했던 ‘문화의 시대’는 거대한 이윤창출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힘을 획득하면서 허언(虛言)이 아닌 진언(眞言)의 ‘문화의 시대’가 됐다.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은 연예인이 됐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는 한 자리나 마이너스 성장에 머무르는 제조업과 비교가 안될 정도의 급성장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 대중문화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그 브랜드 이미지와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지난해 한국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해외수출은 2003년에 비해 72.5%가 증가했고 제작을 발표하고 캐스팅에 들어간 김종학프로덕션의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제작비 4분의 1을 대중문화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프로덕션 에이벡스가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영화 <외출>은 아시아 13개국에서 동시에 개봉할 예정이며 가수 보아는 일본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현주소를 알려주는 지표와 현상들이다. 이뿐인가. 배용준, 장동건, 이병헌, 이영애, 권상우, 차인표, 원빈 등은 국내 스타를 넘어 아시아의 스타로 떠올랐고, 이들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은 해외 각국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압사해 숨조차 쉬지 못하고 고사 직전에 있는 한국영화산업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고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을 해도 한국영화는 끄덕 않고 흥행에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팝시장을 압도하는 가요시장 역시 인터넷과 모바일로 시장을 확대하며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한국드라마는 지상파 방송이라는 1차시장을 넘어 케이블, 위성방송, 그리고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등 다양한 2차시장에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화려한 부상 저변에는 스타를 관리하며 한국 스타시스템의 핵으로 떠오른 연예기획사와 영화사, 음반사, 외주제작사 등 콘텐츠의 제작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연예기획사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큼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강자로 떠오른 연예기획사는 자사가 발굴해 키운 스타를 앞세워 다양한 스타 마케팅을 전개, 막대한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심지어 자회사를 만들어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1992년 SBS의 등장으로 연예인을 독점하는 데 활용됐던 방송사 전속제가 폐지되고 방송사들이 연예인을 발굴해 스타로 키웠던 연예인 관리, 유통기능마저 포기하면서 한두 명의 스타 매니지먼트에 업무가 한정됐던 연예기획사는 도약기를 맞았다. 연예인 자원을 직접 발굴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스타로 키우는 연예인 자원 양성 업무를 확대하는 한편 소속 스타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의 확대, 그리고 해외진출 등을 하면서 대형화ㆍ종합화된 연예기획사로 거듭났다.

전지현ㆍ정우성ㆍ박신양ㆍ송혜교ㆍ성유리 등 수십명의 스타를 보유한 싸이더스HQ, 한채영ㆍ이나영ㆍ조현재ㆍ수애 등의 소속사 스타제이, 이효리ㆍ옥주현 등 핑클이 있는 DSP 등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자사 소속의 스타를 활용해 드라마 제작에 나서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또한 거대 연예기획사는 외주제작사, 방송사, 영화사 등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자사 소속 스타를 출연시키면서 지분을 나눌 수 있는 공동제작을 요구하는가 하면 스타 출연료의 인상, 자사 소속의 무명 또는 신인의 끼워 팔기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MBC 이은규 드라마국장은 “편성권과 제작권, 그리고 전속제를 바탕으로 연예산업의 권력의 총아라고 인식됐던 방송사는 이제 그 힘을 상실했다. 스타를 쥔 쪽이 힘을 갖는다. 대형 스타를 보유한 거대 연예기획사는 엄청난 권력집단이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연예 권력’은 이미 대형 기획사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가수를 발굴하고 스타로 키우며 음악산업의 주역으로 자리잡은 가수기획사들 역시 사업의 다각화로 엔테터인먼트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체로 성장했다. HOT, SES, 신화를 스타가수로 키운 SM엔터테인먼트는 보아, 동방신기, 천상지희 등 가수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사업 외에 연기자, 개그맨 등의 매니지먼트 사업분야까지 진출했는가 하면 자사 소속의 연예인들의 해외진출을 활발하게 전개해 막대한 이윤을 올리고 있다. 또한 한 연예인 자원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Multi Use) 전략의 보편화로 가수 비 등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 등 가수기획사는 자연스럽게 연기자 매니지먼트산업으로까지 사업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이정현 등 가수발굴과 음반기획 등 가수기획사 업무에 전념했던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연기자 최지우, 황수정 등을 영입해 연기자 매니지먼트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자회사 팬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드라마 제작을 하고 있고 연예정보 케이블TV EtN마저 인수해 연예기획사에서 종합미디어회사로 도약하고 있다.

이처럼 연예기획사는 대형 스타의 영입과 업무의 다각화, 그리고 기획사 합병 등을 통해 대형화ㆍ종합화하면서 엔터테인먼트의 영향력을 증강시키는 한편 코스닥 상장 등으로 안정적인 자본을 확보해 사업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미디어의 폭증과 해외시장 확대로 인해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곳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제작사와 영화사 등이다. 60~100여개 채널이 방송되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등장, 새로운 매체로 선보인 DMB, 막대한 수입창구로 떠오른 인터넷 등 매체의 급증과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해외시장 확대 등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제작하는 외주제작사와 영화사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움직이는 강력한 주체로 부상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김종학프로덕션, JS픽처스, 이관희프로덕션 등 10여곳에 불과하던 드라마 외주제작사는 이제 한류의 영향과 드라마 투자 붐, 방송사의 외주제작 비율의 상승으로 인해 100여곳으로 늘어났다.

‘대중문화’는 ‘스타의 문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재 성장일로에 놓여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주역이자 실세는 스타다. 일정한 소비층, 즉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는 이제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무한권력으로 통한다. 그리고 스타를 활용한 다양한 스타 마케팅은 최대의 각광받는 사업이다. 10대였던 보아는 일본 활동 3년 만에 1,00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매출을 올렸으며, 배용준은 일본에서의 한국 이미지마저 바꿔놓는 위력을 발휘했다.

스타는 높은 한계생산력과 희귀한 자원이라는 점을 십분활용해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스타의 위상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출연료로 대변되는 몸값이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스타의 드라마 회당 최고 출연료는 200만원이었던 것이 현재에는 10배에 달하는 2,000만원으로 뛰었으며 최근 방송가 일각에서는 1억원을 제시받는 스타도 등장했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스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스타의 영화출연료 역시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2억원대를 돌파해 뉴스가 됐던 것이 이제는 5억~6억원대의 출연료에 관객당 수입을 챙기는 러닝개런티까지 받는 스타가 있다. 스타의 위상변화는 몸값에서만 감지되지 않는다. 대본과 시나리오의 수정, 상대배우 캐스팅의 영향력 행사에서도 나타난다.

스타, 연예기획사, 드라마ㆍ음반ㆍ영화 등을 제작하는 제작사 등의 노력과 발전으로 세계 10대 엔터테인먼트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들이 오늘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주역이자 원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제작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콘텐츠의 부실, 대형 기획사의 독점적 횡포, 스타의 무한권력화로 인한 파행적 연예시장 형성 등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문제도 속출하고 있다. 연예산업의 주역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은 명실공히 문화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의미 있는 주체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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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