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00호 (2005년 07월 04일)

홈쇼핑ㆍ동대문 주무대로 사업가 ‘변신’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최근 사업가로 변신하는 연예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연예인의 브랜드 가치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지면서 100억원대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케이스가 나올 정도다. 특히 연예인들의 감각과 대중의 모방심리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도 불안정하고 수명이 짧은 직업의 특성상 식당과 술집 등을 겸업하는 연예인이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인기가 떨어지거나 은퇴 후에 대비한 생계수단으로 부업을 하던 과거와 달리 활발한 연예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들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는 것.

가장 눈에 띄는 연예인은 가수 출신 탤런트 이혜영. 홈쇼핑을 통해 20대를 타깃으로 한 의류브랜드 미싱도로시를 선보이고 있는 이혜영은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연예활동을 하면서 패션리더로 이름이 높았던 이혜영의 이미지가 브랜드와 결합되면서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한다. 패션컨설팅을 컨셉으로 한 방송에도 출연한 바 있는 이혜영은 미싱도로시의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직접 방송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도 미싱도로시 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려놓는 등 세심한 홍보에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

전성곤 CJ홈쇼핑 홍보팀 대리는 “1년 남짓한 기간에 CJ홈쇼핑 하면 미싱도로시를 떠올릴 만큼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면서 “1~5월까지 이미 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가을ㆍ겨울시즌 의상이 봄ㆍ여름시즌 의상에 비해 단가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200억원 매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의류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혜영씨가 참여한 이후 트렌드에 민감한 20대의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며 “매출 자체도 대단하지만 홈쇼핑 의류시장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홈쇼핑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연예인으로 탤런트 황신혜와 클론의 구준엽을 꼽을 수 있다. 황신혜는 속옷브랜드 엘리프리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으며 디자인을 전공한 구준엽은 캐주얼브랜드 G-LIMIT를 선보이고 있다.

스타들이 몰리고 있는 또 다른 곳은 동대문이다. 탤런트 이승연이 지난 4월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 어바웃엘이라는 의류매장을 열고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팔고 있으며 가수 김완선도 최근 쇼핑몰 두타에 섹시룩을 컨셉으로 한 6평 규모의 의류매장 카멜리아S를 오픈했다. 김완선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할 뿐 아니라 방송스케줄이 없을 때는 늘 매장에 나와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 이들 두 스타의 매장은 주위 상인들에게 볼멘소리를 들을 만큼 돋보이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김완선의 매니저인 신현아 실장은 “오픈한 지 열흘 만에 물건이 모두 동나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소개했다. 김완선은 매장에서 팬사인회를 여는 등 ‘스타 사장’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고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가수활동을 할 당시 직접 의상 코디를 하는 등 남다른 패션감각을 과시해 온 김완선은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판매나 유통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만큼 동대문에서 작게 시작해 크게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완선은 오는 8월 말 새 앨범을 발표하고 가수활동도 병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낳겠다는 전략이다.

10대들의 우상으로 불렸던 그룹 HOT 출신의 가수 토니안은 젊은 스타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 개그맨 조혜련ㆍ정형돈, 탤런트 정려원ㆍ이켠, 아나운서 최은경ㆍ정지영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티엔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토니안은 교복회사 스쿨룩스의 공동대표도 맡아 사업가로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연예계에서 ‘토사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다.

지난해 런칭한 스쿨룩스는 올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교복시장에 안착했다. 김도영 스쿨룩스 브랜드전략팀 과장은 “지난해 14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230~24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37개 대리점과 대형할인마트 등 총 70개로 출발한 판매망도 15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교복을 판매하는 경쟁사들이 그룹 동방신기 등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를 선보이고 있는 데 비해 스쿨룩스는 토니안이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뒀다. 토니안은 정기회의에 참석하는 등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특히 광고와 홍보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비층인 중고교생과의 교류가 많아 신세대적 감각을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탤런트 이상아는 조만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자신의 이름을 딴 외국인 대상 편의점 ‘무비 스타 이상아의 컨비니언스 스토어’를 오픈한다. 98년부터 액세서리 전문점, 의류점 등을 운영하며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든 이상아는 이후 애견전문점과 양주바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2003년 25평으로 시작한 서울 서초동 소재 바의 경우 두 배 이상 규모를 늘리며 확장, 이전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가수 이현우는 지난 2002년 캐주얼의류 팻독을 런칭, 전국에 15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화장품브랜드 얼라이브 아시아퍼시픽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가수 옥주현은 자신의 다이어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요가서적과 비디오를 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외식업에 대한 선호도 여전하다. 탤런트 선우재덕은 스파게티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고 개그맨 박명수는 치킨집 사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박명수가 운영하는 교촌치킨 매장은 전체 매장 1,000여곳 가운데 매출 수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사업가 변신이 활발한 첫 번째 이유는 생계유지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에 등록돼 있는 연예인은 총 1,600여명이지만 고정적으로 활동을 하는 이들은 400명 남짓에 불과하다. 일부 톱스타들에게만 캐스팅이 집중되고 있는데다 금세 뜨고 사라지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외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문화의 대상과 소비층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스타들도 적극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하게 된 것.

이상아는 “방송을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체념하고 있기보다 팬들에게 당당히 보이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오랜 연예활동을 바탕으로 패션ㆍ뷰티 분야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이는 것도 사업가 변신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샐러리맨들이 취미를 살려 투잡스족으로 나서는 것과 같은 이유인 셈이다. 또 대중의 스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들의 겸업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물론 스타가 제작이나 마케팅에 참여한 브랜드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의 이름만 앞세웠다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따라가지 못해 잠시 반짝하고 영영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브랜드들도 허다하다. 연예 관계자들은 스타의 이미지에 기댄 후광효과는 단기적인 붐업에 그치기 쉽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싱도로시로 대박을 터트린 이혜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패션에 대해 조언해 주는 등 고객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스타 파워의 엄청난 성장과 더불어 스타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에 대한 동경과 모방심리가 존재하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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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