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줄담배를 피워댄다. 1940년대 느와르영화의 장면처럼 어두운 거리에는 늘 비가 내린다. 흑백화면에는 초록 눈동자, 빨간 피, 노란 머리만이 유난히 빛난다. 여인의 나신을 덮은 빨간 담요도 빼놓을 수 없다.미국 프랭크 밀러의 만화소설 원작을 옮긴 범죄액션 <씬시티>는 만화의 삽화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화면을 제시한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이 만화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스타일을 따랐던 것과 대조적이다. <씬시티>의 캐릭터들은 행동양식도 만화적이다. 그들은 중력을 초월한 듯한 몸놀림으로 적에게 일격을 가한다. 무수한 총탄 세례에도 끄떡없다. 그들은 끔찍한 테러에도 두려움을 모른다.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강도는 대단히 강하지만 만화 같은 화면은 혐오감을 누그러뜨린다. 무자비한 행위도 하나의 상징적인 몸짓으로 치환된다. 충격적인 도입부는 작품의 성격을 집약하고 있다. 멋진 남자가 여인에게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면서 총으로 쏴 죽인다.영화 속 대부분의 여성들은 창녀, 스트립댄서, 웨이트리스 등 관능을 파는 거리의 여인들이다. 그녀들과 관계를 맺는 남자들은 악질 형사, 착한 바람둥이, 헌신적인 늙은 형사, 복수를 대행하는 스트리트파이터, 여성 인육을 즐기는 살인마 등이다.모든 캐릭터들은 성취할 수 없는 꿈을 지녔다. 그들은 아무것도 잉태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몇몇 올바른 행동은 법과 정의가 아니라 여인을 향한 뜨거운 사랑에서 비롯된다. 사랑만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구원의 빛이다. 내레이터는 드물게 남성 범법자들이다.세 가지 에피소드를 하나로 잇는 구성 솜씨는 능란하다. 브루스 윌리스가 헌신적인 늙은 형사로 등장한 도입부와 종반부가 맞물리는 순환구조는 공동연출자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픽션>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또한 <씬시티>의 인물들은 <펄프픽션> 속 싸구려 대중문화를 대변하는 원형적 캐릭터들과 닮아 있다. 주연출자인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천재악동’이란 별칭의 소유자답게 만화원작의 실사영화에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풍성한 출연진도 볼거리다. 80년대 후반 <나인하프위크>와 <와일드오키드>에서 여성을 사로잡았던 미키 루크가 무지막지한 스트리트파이터로 변신한 모습은 놀랍다. 약간의 분장이 더해지긴 했지만 우람한 근육의 몸매와 다부진 얼굴은 예전의 ‘섹시가이’와는 무관한 타고난 ‘싸움꾼’ 같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 역으로 출연했던 엘리야 우드는 우유부단한 청년에서 냉혹한 여성 살인마로 바뀌었다. 그는 선량한 얼굴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캐릭터를 소화했다. 6월30일 개봉, 18세 이상개봉영화▶배트맨 비긴스배트맨의 탄생과정을 담은 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 사실적인 액션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했다. <아메리칸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이 배트맨 역을 맡았고 게리 올드먼, 리엄 니슨, 마이클 케인, 와타나베 겐 등이 출연한다.▶사하라보물찾기 모험을 그린 <내셔널트레져>의 아프리카 버전. 남북전쟁 당시 금화를 싣고 아프리카로 떠난 미국 전함의 행방을 찾는 보물사냥꾼들이 질병퇴치를 목적으로 온 여의사를 만나 모험을 벌인다. 주연 매슈 매커너히, 페넬로페 크루즈, 스티브 잔, 감독 브렉 아이스너▶간 큰 가족가족들이 유산상속을 받기 위해 실향민 아버지를 대상으로 ‘통일사기극’을 펼치면서 전개되는 코미디. 거짓말로 자꾸 꼬이는 상황과 슬랩스틱코미디가 어우러지면서 웃음을 낳는다. 감독 조명남, 주연 감우성, 김수로▶연애의 목적고교선생이 여자교생에게 호시탐탐 수작을 걸면서 전개되는 멜로. 전형적인 로맨스영화의 주인공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이 밀고 당기는 연애행각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박해일과 강혜정이 주연했다. 감독 한재림▶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섹스심벌인 브레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킬러부부’로 출연해 총과 칼로 부부싸움을 벌이는 액션코미디. 피트와 졸리 부부가 주방에서 벌이는 부부싸움과 외부 킬러들과의 자동차추격전 등이 볼 만하다. 감독 덕 라이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