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500호 (2005년 07월 04일)

폭력 넘치는 만화 같은 스크린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줄담배를 피워댄다. 1940년대 느와르영화의 장면처럼 어두운 거리에는 늘 비가 내린다. 흑백화면에는 초록 눈동자, 빨간 피, 노란 머리만이 유난히 빛난다. 여인의 나신을 덮은 빨간 담요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프랭크 밀러의 만화소설 원작을 옮긴 범죄액션 <씬시티>는 만화의 삽화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화면을 제시한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이 만화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스타일을 따랐던 것과 대조적이다. <씬시티>의 캐릭터들은 행동양식도 만화적이다. 그들은 중력을 초월한 듯한 몸놀림으로 적에게 일격을 가한다. 무수한 총탄 세례에도 끄떡없다. 그들은 끔찍한 테러에도 두려움을 모른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강도는 대단히 강하지만 만화 같은 화면은 혐오감을 누그러뜨린다. 무자비한 행위도 하나의 상징적인 몸짓으로 치환된다. 충격적인 도입부는 작품의 성격을 집약하고 있다. 멋진 남자가 여인에게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면서 총으로 쏴 죽인다.

영화 속 대부분의 여성들은 창녀, 스트립댄서, 웨이트리스 등 관능을 파는 거리의 여인들이다. 그녀들과 관계를 맺는 남자들은 악질 형사, 착한 바람둥이, 헌신적인 늙은 형사, 복수를 대행하는 스트리트파이터, 여성 인육을 즐기는 살인마 등이다.

모든 캐릭터들은 성취할 수 없는 꿈을 지녔다. 그들은 아무것도 잉태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몇몇 올바른 행동은 법과 정의가 아니라 여인을 향한 뜨거운 사랑에서 비롯된다. 사랑만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구원의 빛이다. 내레이터는 드물게 남성 범법자들이다.

세 가지 에피소드를 하나로 잇는 구성 솜씨는 능란하다. 브루스 윌리스가 헌신적인 늙은 형사로 등장한 도입부와 종반부가 맞물리는 순환구조는 공동연출자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픽션>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또한 <씬시티>의 인물들은 <펄프픽션> 속 싸구려 대중문화를 대변하는 원형적 캐릭터들과 닮아 있다. 주연출자인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천재악동’이란 별칭의 소유자답게 만화원작의 실사영화에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

풍성한 출연진도 볼거리다. 80년대 후반 <나인하프위크>와 <와일드오키드>에서 여성을 사로잡았던 미키 루크가 무지막지한 스트리트파이터로 변신한 모습은 놀랍다. 약간의 분장이 더해지긴 했지만 우람한 근육의 몸매와 다부진 얼굴은 예전의 ‘섹시가이’와는 무관한 타고난 ‘싸움꾼’ 같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 역으로 출연했던 엘리야 우드는 우유부단한 청년에서 냉혹한 여성 살인마로 바뀌었다. 그는 선량한 얼굴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캐릭터를 소화했다. 6월30일 개봉, 18세 이상

개봉영화

▶배트맨 비긴스

배트맨의 탄생과정을 담은 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 사실적인 액션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했다. <아메리칸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이 배트맨 역을 맡았고 게리 올드먼, 리엄 니슨, 마이클 케인, 와타나베 겐 등이 출연한다.

▶사하라

보물찾기 모험을 그린 <내셔널트레져>의 아프리카 버전. 남북전쟁 당시 금화를 싣고 아프리카로 떠난 미국 전함의 행방을 찾는 보물사냥꾼들이 질병퇴치를 목적으로 온 여의사를 만나 모험을 벌인다. 주연 매슈 매커너히, 페넬로페 크루즈, 스티브 잔, 감독 브렉 아이스너

▶간 큰 가족

가족들이 유산상속을 받기 위해 실향민 아버지를 대상으로 ‘통일사기극’을 펼치면서 전개되는 코미디. 거짓말로 자꾸 꼬이는 상황과 슬랩스틱코미디가 어우러지면서 웃음을 낳는다. 감독 조명남, 주연 감우성, 김수로

▶연애의 목적

고교선생이 여자교생에게 호시탐탐 수작을 걸면서 전개되는 멜로. 전형적인 로맨스영화의 주인공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이 밀고 당기는 연애행각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박해일과 강혜정이 주연했다. 감독 한재림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섹스심벌인 브레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킬러부부’로 출연해 총과 칼로 부부싸움을 벌이는 액션코미디. 피트와 졸리 부부가 주방에서 벌이는 부부싸움과 외부 킬러들과의 자동차추격전 등이 볼 만하다. 감독 덕 라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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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