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시장에 판도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의 3파전 양상이던 시장에 동아제약의 ‘자이데나’가 가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이데나는 비아그라의 핵심성분인 ‘실데나필’의 구조를 변형시킨 ‘실데나필 유도체’다. 하지만 모체에 해당하는 비아그라에 효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알려진데다 국내업체의 제품이라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업고 있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사실 발기부전치료제시장의 판도변화는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이미 세계시장에서는 비아그라의 위상이 상당부분 꺾인 상태다. 후발제품인 시알리스와 레비트라의 공세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시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관련업체가 늘면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다. 발기부전치료제시장도 마찬가지다. 2003년 비아그라가 시장을 독점했을 당시 국내시장 규모는 415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2003년 하반기에 시알리스와 레비트라가 가세하면서 시장이 커져 지난해 660억원으로 몸집을 불린 데 이어 올해는 75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자이데나가 합세하는 내년에는 1,000억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반면 소비자 입장에서 관련업체의 증가는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제품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2년 비아그라가 처음으로 나왔을 때 이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성분은 비슷하지만 각각 특성이 다른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경쟁제품이 나오면서 비아그라에서 만족을 얻지 못한 환자들에게 대안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조만간 국산 제품이 가세할 예정이니 한국의 소비자들은 운이 좋은 셈이다.발기부전치료제시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유망하다. 세계적으로 발기부전 환자가 약 1억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기부전 환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에 3억2,200만명으로 현재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특히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다. 40대 남성의 경우 유병률이 39%인 데 비해 70대 남성은 67%가 발기부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발기부전 유병률이 정상 남성에 비해 매우 높다. 당뇨병 환자의 발기부전 유병률은 정상적인 남성의 3배에 달한다. 또 당뇨병 남성환자의 절반 이상은 진단을 받은 지 10년 이내에 발기부전이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우울증 등 정신적인 질환도 발기부전 발병률을 높인다. 우울증과 불안증세를 보이는 남성의 26%가 발기부전 증상이 있다. 반대로 발기부전 환자의 25%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세를 보여 양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하지만 전체 환자 가운데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알약 형태의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치료법이 단순함에도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 가기를 꺼린다. 미국 매사추세츠 남성노화연구소에 따르면 40~70대 남성의 52%가 발기부전 장애가 있지만 이 가운데 8%만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실제로 치료에 임하는 비율은 60%에 머물렀다. 유럽의 경우 전체 환자의 66%만이 약물치료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치료에 대한 반감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아시아지역 남성이 심하다. 특히 한국은 발기부전 정도가 가장 심하면서도 치료에는 오히려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 메일스 스터디(ASIAN MALES study)>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다른 지역 남성들에 비해 발기부전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력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 흡연, 음주량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로 치료에 나서는 환자는 전체의 19%에 불과해 말레이시아(36%)나 대만(31%) 등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특히 한국의 발기부전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질병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려된다. 국제남성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아시아 남성의 성 태도 연구>에 따르면 발기부전을 앓고 있는 한국남성들은 우울증(22%), 당뇨병(25%), 전립선염(14%), 고혈압(21%), 심혈관계질환(22%), 고지혈증(21%)을 앓고 있다. 이들 질환은 발기부전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발기부전은 치료도 쉽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발기부전이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서도 치료를 꺼리는 이유는 뭘까. 최근 유럽성기능장애연구회는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8개국의 40~70대 남성 1,600명을 대상으로 발기부전에 대한 인식성향을 조사한 바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치료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는 발기부전에 대한 오해, 자신의 상태에 대한 당혹감, 약물치료에 대한 실패경험 등으로 나타났다.발기부전치료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가운데 하나는 제조사와 상관없이 원리나 효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다. 어느 제품을 선택하든 마찬가지라는 것.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오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품별로 효능과 부작용, 강점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사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3개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원리는 같다. 음경해면체 평활근의 이완과 발기를 유도하는 cGMP의 농도를 떨어뜨리는 PDE 효소를 억제해 발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PDE는 현재까지 11개 이상의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 발기에 관여하는 것은 주로 PDE5다. 3개 제품 모두 PDE5 억제제지만 이 효소를 제어하는 주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효능도 다른 것이다.앤드류 액실로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가 비슷한 약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며 “합병증에 대한 고려, 환자와 파트너의 상황과 니즈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제품들의 효능과 장점이 다르다는 사실은 업체들이 내세우는 마케팅 슬로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알리스의 슬로건은 ‘36시간 내내 강력한 자신감’이다. 복용 후 최대 36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 시간에는 성적 자극만 있으면 언제든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정도의 발기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음식물이나 알코올 등의 섭취 여부와 상관없이 약효가 나타난다는 점도 자랑거리다.레비트라는 ‘단단하고 신속함’을 강조한다. 복용 후 빠르면 10분 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성교 한참 전에 약을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적은 셈이어서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강직도도 높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적인 성의학 권위지인 <성의학지(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따르면 북미지역 800명의 발기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레비트라의 발기 강직 만족도는 58%에 달했다. 또 북유럽의 유사한 조사에서도 레비트라에 대한 만족도는 42%로 경쟁사에 비해 5~20%포인트 높았다.발기가 어렵다는 특정 질병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탁월하다. 당뇨병(72%), 전립선 절제시술(71%), 척추손상(80%), 우울장애(83%) 등의 환자들의 발기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나이, 질병의 원인, 중증도에 상관없이 발기능력이 개선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회사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 제품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레비트라의 효능을 측정한 조사가 있었다”면서 “이 가운데 62%가 발기상태가 개선되고 46%는 성공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전했다.최근 발기부전치료제업계는 자사 제품의 장점을 내세운 독특한 컨셉의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시장확대’로 모아진다. 전체 환자의 10% 이하만이 치료에 임하는 국내 실정에 변화를 일으켜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시알리스를 판매하는 한국릴리의 한 관계자는 “치료를 꺼리고 있는 90%의 환자를 발굴하는 것이 기존 10% 시장을 나눠먹기 위해 경쟁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며 “올해 마케팅 컨셉을 ‘전체시장 넓히기’로 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비아그라를 판매하는 한국화이자는 마케팅 대상을 전문의에서 일반인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2004 남성 건강 캠페인’을 전개했다. 남성질환에 대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무료연극을 8개 도시에서 실시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중년부부의 성생활 개선을 위한 ‘부부행복교실’ 이벤트를 실시해 성생활 강좌, 레크리에이션, 연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한국릴리의 마케팅 컨셉은 ‘주말 내내 강력한 자신감’이다. 효능 지속시간 36시간이라는 이 제품의 강점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것. 성생활의 90%가 주말에 이뤄진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된 마케팅이다. 한국인이 성능력의 척도로 삼는 ‘새벽 발기’를 복용 후 2~3일간 경험할 수 있다는 마케팅도 같은 맥락에서 고안됐다. 또 ‘여성마라톤대회’,‘등산대회’, ‘중년남성 건강수호 라디오 캠페인’ 등 발기부전에 대한 편견을 허물기 위한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공동판촉사인 대웅제약과 제휴를 강화, ‘자이데나’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다.레비트라의 제조사인 바이엘은 지난해 12월에 ‘먼저 말을 꺼내보세요’(Strike up a conversation)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자체 조사결과 발기부전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와 파트너의 65% 이상이 ‘발기부전에 대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대화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지난 6월부터는 보다 구체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엄지손가락 캠페인’(Thumbs Campaign)을 전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 이 캠페인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의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하기 위해 기획됐다. 손가락을 위로 들면 정상, 아래로 내리면 발기부전을 의미한다. 말없이 증상을 전달할 수 있어 쉽게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현재 이 캠페인은 ‘닥터 레터’와 ‘무료상담 콜센터’, ‘거리 이벤트-엄지손가락으로 말하세요’, ‘온라인 포털사이트와 함께하는 온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닥터 레터’는 상담을 진행할 때 환자가 의사에게 건네는 편지로 말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상태를 전달할 수 있어 상담에 대한 환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거리 이벤트’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팬터마임 형식의 이벤트로 ‘엄지손가락’을 발기부전의 상징으로 알리기 위해 진행됐다.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캠페인은 벌써부터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바이엘의 한 관계자는 “(캠페인 이후) 제품에 대한 소비자 문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영업부 직원이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들이 먼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선택하는 안정성 있는 약’이라는 이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INTERVIEW / 앤드류 액실로드 펜실베이니아대 임상학 교수‘발기부전 치료는 창피한 일 아닙니다’최근 세계 성의학계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앤드류 액실로드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방한했다. ‘놓칠 수 없는 순간’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세계남성과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놓칠 수 없는 순간’이란 환자가 원하는 때 성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발기부전치료제의 우열을 가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약효 발현력’입니다. 얼마나 빨리 약효가 나타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성교 하루 전에 복용해야 발기가 된다는 것은 난센스 아닙니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아그라는 복용 후 1시간, 시알리스는 25분, 레비트라는 10분 후에 약효가 발현됩니다.”약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약효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최근 비아그라가 실명 등 안과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발기부전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현재 시판되고 있는 3가지 약물 모두 두통, 콧물, 안면홍조 등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외에 약물에 따라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최근 안과적 부작용이 나타난 케이스가 늘고 있지만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작용이 가장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겠죠.”액실로드 교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른 처방을 강조했다. 60대 남성과 40대 남성의 처방이 같아서는 안되고 심혈관계통의 질환을 가진 환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레비트라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양한 처지의 환자들에게 부담 없이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발기부전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실패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레비트라를 처방했는데 치료되지 않았을 때죠. 레비트라의 시장점유율이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케팅과 약품의 질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액실로드 교수는 한국인의 성생활 개선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섹스리스 커플(Sex-less Couple)이 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치료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용이 쉽고 약효가 빠르며 식품과의 상호작용이 적은 제품을 골라야 만족도가 높다고 액실로드 교수는 강조했다.“아시아 남성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지역의 남성에 비해 발기부전치료에 소극적입니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발기부전은 창피해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질병이라는 사실입니다. 질병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파트너와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