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비 주역 급부상 … 생활편의·뷰티 관련 사업 호황

탄탄한 경제력을 갖추고 자신들만의 삶을 만끽하며 홀로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싱글족’이 현대사회의 새로운 소비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의 독신자 가정은 전체 1인 가구수 268만명의 30% 수준인 98만여명. 이들은 과거 노총각, 노처녀(혹은 이혼남, 이혼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갖고 있지 않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열정을 쏟으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이고 여가를 활용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특성이 있다. 또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높고 수용이 빠르기 때문에 소비가 왕성할 뿐 아니라 소비를 선도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바람난 것은 이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일명 ‘싱글마켓’이다.생활가전 부문에서는 1~3㎏ 내외의 미니 세탁기, 1~2인용 전기밥솥 등 소형 가전제품들이 인터넷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주거공간은 원룸 형식의 오피스텔이나 빌트인(built-in)을 선호하며, 별도로 세탁기나 식기세척기가 필요 없는 코쿤하우스(전용면적 2~3평대의 미니 기숙사형 주거공간ㆍ1인1실이 원칙)가 유행하고 있다.육아에 대한 부담이 없어 결혼한 또래보다 상대적으로 경제력 있는 싱글족은 음식도 웰빙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몸에 좋은 선식이나 간단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밥ㆍ국 배달 테이크아웃 음식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배달 혹은 테이크아웃 음식점은 시간에 쫓기는 이들에게 편리하게 먹거리를 제공한다.소형 패밀리레스토랑 ‘조이스’(www.ijoys.com)는 패밀리레스토랑 수준의 음식을 배달ㆍ테이크아웃해주는 음식점이다. 독신자들이 많은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매장규모를 줄여 홀 영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게 운영비나 인건비 등이 줄어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돼지 등갈비 요리인 립바비큐, 돼지고기 안심을 튀겨 칠리소스를 바른 칠리폭찹, 로즈마리 허브소스를 이용한 소고기 스테이크 등 다양한 육류 메뉴가 있으며 가격은 1만원선이다. 세트메뉴는 두 가지 육류를 반씩 즐길 수 있는데다 사이드메뉴까지 있어 처음 주문하는 고객에게 반응이 좋은 편.인천시 계양구청 인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최성열씨(49)는 “주변에 오피스텔이 2,000세대 정도 있어 싱글족의 주문이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이곳은 구청을 비롯해 경찰서, 소방서, 등기소 등 관공서들이 밀집해 있는 전형적인 오피스상권으로 기본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아파트와 오피스텔도 1만2,000세대나 된다.오피스텔의 싱글족은 음식을 직접 해 먹지는 않으면서도 새로운 메뉴나 음식점에 관심이 많아 전단지를 돌리면 반응이 확실히 좋다는 게 정평이다. 최씨가 매장 앞에 두는 전단지 500장은 하루면 다 나간다. 어린이 고객이 많은 아파트보다도 훨씬 반응이 좋아 최씨는 전단지를 돌릴 때나 홍보활동을 할 때 오피스텔을 우선순위에 둔다.남자보다는 여자, 홀이나 테이크아웃보다 배달비중이 높은 이 점포(전체 매출 중 배달 75%, 홀 20%, 테이크아웃이 5%)는 오픈 2개월째인 7월 말 현재 15평 매장에서 월평균 매출 3,000만원에 순수입 900만~1,000만원을 올리고 있다.싱글족은 기혼자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만 귀찮은 것은 싫어한다. 때문에 빨래방이나 청소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싱글족이 많이 모여 사는 대학가나 원룸 오피스텔가에는 편의점, 빨래방, 청소대행업체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모여 있다.유독 건강에 관심이 많아 남녀 할 것 없이 피부관리, 체형관리, 헬스, 요가, 스파 등 자기관리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 이에 따라 과거 피부관리실 일색이던 이미용시장도 다양한 컨셉으로 차별화를 선언한 곳이 점점 늘고 있다.서울시 봉천동에서 산소다이어트카페 산소미인(www.o2miin.com)을 운영하는 김영옥씨(37)는 석 달 전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의아해하는 눈빛을 받았지만 지금은 창업 전보다 예상매출을 훨씬 뛰어넘어 주변 점포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산소다이어트카페란 청정산소 속에서 유산소운동을 하는 보디&멘털케어숍으로 다이어트와 찜질방, 피부관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신개념 웰빙 공간이다. 특히 카페 내 설치된 자연영상과 기능성 음악, 아로마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1회 이용에 1만원으로 저렴하지만 인테리어가 워낙 고급스러워 경제적 여유가 있는 20대 후반의 독신여성들이 일차적으로 고객이 됐고, 이후 점차 30~40대까지로 고객층이 넓어졌다.부천시에 위치한 메디컬뷰티피트니스센터 비타레이디(www.vitamax.co.kr)는 보디컨설턴트의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 피트니스와 스킨케어, 다이어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여성전용 피트니스센터. 피부관리숍, 다이어트숍 등은 가격파괴를 통해 여성들에게 이미 확고한 시장으로 자리잡았지만 피트니스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객층이 점차 확산되는 업종이다.메디컬이 결합된 뷰티피트니스센터는 아직 국내에 익숙한 업종은 아니기 때문에 보디컨설턴트가 처방을 내리고 이에 따라 운동을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 최첨단 운동장비, 세련된 인테리어 등 고객이 반할 만한 갖가지 요소를 갖췄기 때문에 일단 방문하기만 하면 단골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부천점의 소은형 사장(33)은 “할인쿠폰을 갖고 방문한 테스트 고객의 60%가 회원에 가입하고 있다”며 “주변의 오피스텔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험마케팅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의 월평균 매출액은 1,500만원이고 순수입은 800만원선이다.혼자서 생활하는 싱글족은 시간관리에도 철저하다. 원스톱피부관리숍(얼짱몸짱)이 싱글족에게 인기 있는 것도 그 이유. 이곳에서는 먼저 4단계에 걸쳐 피부관리를 받고 70% 정도 진행되면 미시라인관리기를 통해 복부관리를 받는다. 복부마사지가 70% 정도 진행되면 마지막으로 발마사지를 받는 과정을 통해 서비스 시간을 절약해 바쁜 미혼여성들에게 인기다.자신에 대한 투자에 아끼지 않는 싱글족은 자유로운 경제생활을 하기 때문에 외모와 유행에도 민감하다. 액세서리도 무조건 고가를 선호하기보다 개성을 강조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많이 찾는다. 원석액세서리전문점 ‘프시케’는 다량판매가 아닌 다양한 디자인을 소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개성을 중요시하고 유행에 민감한 싱글족이 좋아한다.한편 많은 싱글족이 재테크나 투잡, 경제활동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축과 투자, 창업 등을 통해 노후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3년 만에 1억원 모으기>나 <3,000만원의 연봉으로 3년 안에 1억 만들기> 같은 책들이나 적립식펀드 등의 투자상품이 유행이다.또 이들을 위해 건강, 재테크 정보, 법률상담, 인테리어 컨설팅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모임이나 온라인 동호회, 커뮤니티도 급증하고 있으며 혼자서 떠날 수 있는 레저상품이나 해외여행 패키지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싱글족은 마케터들에게 매력적인 소비군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을 하나의 성향을 가진 집단으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 싱글족에도 자발적, 비자발적, 한쪽 부모, 비혼자 등 많은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러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편의업이나 이미용업 등 서비스업은 한동안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