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 소비자의 수준은 남다릅니다.”김정호 휘슬러코리아 사장(42)은 여성고객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보관용기를 만드는 ‘타파웨어’의 마케팅 이사를 거쳐 화장품을 파는 ‘뉴웨이스’의 사장자리에 올랐다. 2003년 독일계 주방용품회사인 휘슬러코리아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에도 김사장은 ‘여심’(女心) 잡기에 심혈을 기울여왔다.“한국의 여성고객은 단순히 필요한 제품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구매 전후의 만족감까지 따지며 종합적 만족도로 기업과 브랜드를 평가합니다. 여성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제품 마케팅과 서비스가 조화를 이뤄야 하죠.” 그는 까다로운 국내 여성들의 마음 문을 열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객충성도가 강해서다. 단골고객이 되면 좀처럼 다른 브랜드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고객에 대한 이해와 분석력이 뛰어난 김사장은 취임 후 2년여 동안 휘슬러코리아를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올해 휘슬러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50% 성장했다. 또 ‘문화마케팅’과 ‘사회공헌활동’으로 휘슬러 브랜드의 이미지에 친근감을 더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1965년부터 사용돼 온 양철 구세군 냄비를 철제냄비로 무상교체해 줬다.“1845년 독일에서 창업된 휘슬러는 올해 1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기나긴 세월 동안 압력솥과 냄비, 프라이팬 등 오로지 주방용품만을 생산해 왔죠.”‘주방명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김사장은 제품 현지화에도 실력을 발휘했다. 휘슬러는 국내시장에 70년대 진출, 일찌감치 마니아 고객을 확보했다. 제품가격이 40만~50만 원대 이상으로 고가지만 매출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국내 소비자에게 딱 들어맞는 제품의 판매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런 이유로 1.8ℓ의 2인용 프로압력솥을 제작했습니다. 늘어나는 싱글족과 핵가족의 니즈(Needs)를 간파한 뒤에 만들었죠.”그의 노력은 시장을 적중했다. 휘슬러코리아의 독자개발 모델들은 대성공을 거두며 히트상품이 됐다. 2인용 압력솥으로 보다 많은 젊은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유럽에는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쓰는 가정이 많습니다. 그래서 냄비손잡이가 그리 길지 않죠. 하지만 가스레인지를 주로 쓰는 한국에서는 가스불에 손잡이가 타지 않도록 손잡이를 좀더 길게 만든 냄비를 개발했습니다.”김사장은 몇 해 전부터 국내에 자리잡은 웰빙 열풍도 놓치지 않았다. 다양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음식문화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요리는 이제 더 이상 주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남녀노소 구분 없이 요리에 흥미를 느낀 사람이 늘어나자 그는 ‘쿠킹 콘서트’를 기획했다. 소비자에게 요리정보를 알리며 동시에 요리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문화와 요리를 접목시켰다. “지난 8월부터 백화점 등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요리연구가가 ‘알래스카 연어’처럼 색다르면서 집에서도 따라하기 쉬운 요리를 매월 선보입니다. 매회 뮤지션을 초청해 요리와 라이브공연, 토크쇼를 함께 보여줍니다.”김사장은 요리실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 유학시절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다른 학생들에게 대접하곤 했다. 지금도 버섯소고기볶음부터 해물찜까지 각종 요리를 척척 해낸다. “냄비만 팔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더라도 휘슬러 주방용품으로 요리하면 최고의 음식을 조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고객에게 ‘휘슬러가 있어서 보다 영양가 높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는 신뢰를 판매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약력1963년생. 86년 고려대 통계학과 졸업. 89년 미국 라이트(Wright) 주립대 MBA 졸업. 2001년 타파웨어 마케팅 이사. 2002년 뉴웨이스 사장. 2003년 휘슬러코리아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