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MP3플레이어(MP3P) 시장의 70%를 휩쓸고 있는 미국 애플컴퓨터의 아이팟. 아이팟은 미국에서는 단순한 MP3P로서의 역할을 넘어 일종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았다. 이런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기와 의류가 결합한 제품으로 새로운 문화코드를 만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아이팟 맞춤형 스노보드 재킷을 선보인 데 이어 올 가을에는 유명 청바지업체인 리바이스에서 ‘아이팟용 청바지’도 내놓을 예정이다. 아이팟 청바지는 앞주머니에 아이팟을 조작할 수 있는 조이스틱 같은 조정기와 도킹 크래들이 장착돼 있어 아이팟과 이어폰을 쉽게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이렇게 디지털 기기는 더 이상 단순히 몸에 착용하고 다니는 ‘기기’가 아니다. 기기의 색깔과 디자인, 맵시를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 디지털 기기는 이제 진정한 ‘입는’ 기기가 돼 가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패션 액세서리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특히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귀를 적당히 덮어주는 이어폰과 헤드셋을 보온효과까지 더해줄 수 있는 요긴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미있는 디자인과 인체공학적 설계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어폰과 헤드셋을 만나보자.최근 이어폰과 헤드폰은 전통적인 디지털 오디오 가전의 부속품 개념에서 탈피해 ‘드러내고 싶은’ 아이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제품의 성능이나 착용감은 기본이고, 색상이나 디자인, 휴대성과 같은 소비자의 까다로운 감성적 수요까지도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특히 컬러풀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귀걸이형 백헤드폰(귀 뒤에 거는 형식의 헤드폰)과 헤드밴드(흔히 DJ헤드폰으로 불리는 헤드폰) 등은 10~30대 소비자들이 패션 액세서리로 받아들이면서 그 어떤 아이템보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이어폰과 헤드셋 부문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곳은 소니코리아다. 소니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이어폰과 헤드폰 신제품 6종을 동시에 출시하고 헤드폰 전용 홈페이지인 ‘소니 헤드폰즈’라는 사이트를 구축하고, 편의점 훼미리마트와 제휴를 통해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보급형 이어폰인 ‘MDR-E10LP’의 가격을 회사 최초로 8,000원이라는 저가에 출시해 ’소니’라는 브랜드가 주는 가격부담을 제거하는 데 힘썼다. 이외에도 고급형 PC 주변기기 제조사로 유명한 로지텍코리아는 게임용 헤드셋과 이어폰 부문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MP3P나 PMP의 색상이 화이트, 블랙, 실버 외에도 레드, 블루, 옐로 등의 원색 또는 파스텔톤으로 진화해감에 따라 이와 함께 쓰는 이어폰과 헤드폰 역시 다양한 컬러의 옷으로 바꿔 입고 있다. 색상표현에서도 이중코팅이나 그라데이션 기법을 이용해 독특한 색감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로지텍코리아의 MP3P용 헤드폰인 ‘아이덴티티 헤드폰’은 그날의 기분이나 개인의 기호에 따라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일명 맞춤형 제품이다. 네 가지 색상의 ‘컬러 플레이트’가 들어 있어 기분이나 음악에 맞춰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오래 착용하고 있어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머리 뒤로 넘길 수 있는 벡헤드폰 디자인을 채택했다.미적 감각과 함께 편리함을 중시하는 디자인,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반영하는 제품들도 눈에 많이 띈다. 소니코리아의 ‘MDR-NE2’는 아크릴 소재의 제품으로 목걸이형 디자인이 독특하다. 또 JVC코리아의 ‘HA-G770’은 보다 역동적인 디지털 사운드를 느낄 수 있도록 40㎜의 대구경 네오디뮴 유니트를 채용했다. 네 방향에서 패드를 고정시켜 주는 엑스홀드(X-hold) 헤드밴드를 채용해 얼굴에 딱 맞는 정확한 피팅감을 준다. 코드 길이는 3.5m이며, 최대 입력은 100㎽다. 코드를 제외한 중량은 255g이다. JVC코리아가 내놓은 이어폰 ‘HA-E33’은 코드를 후크로 연결해 얼굴에 코드가 닿는 것을 방지한 제품이다. 코드 길이는 1.5m다. 최대 입력은 30㎽이며, 코드를 제외한 중량이 13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다는 것이 특징이다.PC에서 게임이나 채팅을 할 때 주로 쓰는 PC용 헤드셋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마이크 수신감도지만, 게임 이용인구가 많이 늘어나면서 요즘은 게임을 이용할 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디자인과 기능의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로지텍코리아는 게임 전용 헤드셋인 ‘프리시즌 게이밍 헤드셋’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게임할 때 팀원간 음성채팅이나 음성명령을 할 수 있어 음성만으로도 게임음을 최대한 제어할 수 있으며, 온라인 전투가 격렬하게 진행되는 등의 긴박한 상황에서도 팀원들과의 통신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MP3P용 헤드폰인 ‘커브 헤드폰’은 스포츠를 즐기면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암벽등반을 할 때도 안정감이 느껴지도록 ‘컴포트 링’이 달려 있다.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만들어 방수기능도 지원한다.소니코리아의 ‘MDR-NC50’은 외부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 스위치’ 기능과 밀폐형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을 추가했으며, 비행기 안에서도 사용 가능한 기내용 플러그를 제공해 사용의 편의성을 높였다. 일명 ‘도끼 이어폰’으로 유명한 국내 헤드셋업체 크레신은 대ㆍ중ㆍ소 이어패드를 제공해 사용자가 사이즈별로 이어패드를 선택해서 착용할 수 있는 ‘LMX-E630’을 내놓았다.한 대학 강의실에서 MC 해머의 ‘You can’t touch this’에 맞춰 춤을 추다가 책상 위에 놓아둔 휴대전화를 받기 위해 어깨를 으쓱하며 ‘여보세요’ 하던 광고가 있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출연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폰과 블루투스 헤드셋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 광고다.블루투스 헤드셋을 이용하면 블루투스 기능이 지원되는 휴대전화와는 10m 이내 거리에서 선 없이도 MP3 음악을 감상하거나 통화할 수 있다. 젠하이거의 ‘RS 110’은 무선헤드폰으로 최대 100m 거리에서도 케이블 제한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제품이다.플랜트로닉스의 블루투스 지원 헤드셋인 ‘디스커버리640’은 5시간 연속 통화를 지원한다. 무게가 9g인 초경량 제품이지만 부재중 전화 표시 기능이나 배터리 잔량 표시 기능과 같은 필수 기능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덴마크 모바일 통신기기업체인 GN은 ‘자브라’(Jabra)라는 브랜드로 블루투스 헤드셋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 ‘BT500’은 귀 뒤에 부착하는 형식의 제품이다. 메탈 디자인으로 휴대전화와 잘 어울리도록 설계했고, 달팽이 모양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귀걸이처럼 착용하는 제품인 자브라 BT350도 있다.모토롤라는 최근 ‘H5 미니블루’라는 이름의 작은 블루투스 헤드셋을 선보였다. 귓속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크기로 무게가 7.4g에 불과하다. 크기 때문에 최대 통화시간은 1시간 반 정도로 다소 짧은 편이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 충전 베이스에 꽂아놓고 있으면 최대 7시간 반까지도 통화할 수 있다. 귓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끄러운 곳에서도 소리를 깨끗하게 들을 수 있고, 통화내용이 밖으로 누출될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이 제품의 특징. 한국에는 올 상반기 중에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한국시장은 MP3P와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디지털 오디오 기기 부문에서 트렌드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향후 국내 이어폰 및 헤드폰 액세서리 시장은 MP3P나 PMP 외에도 뮤직폰, DMB폰, 전자사전 등 MP3P 기능을 갖춘 기기 시장이 점점 확대하고 발전함에 따라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