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이 지역도 잘살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가 큽니다.”현대건설 서산영농사업소의 송외석 과장은 서산간척지에 들어설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이하 태안 기업도시)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비단 이곳뿐 아니라 태안과 서산지역 전역이 연이은 대규모 개발계획으로 잔뜩 들떠 있다. 현대건설이 태안 기업도시 인근에 조성할 예정인 ‘서산 바이오·웰빙 특구’, 충청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안면도 관광개발사업’, 서산시에 조성될 대규모 산업단지 등이 대표적인 계획이다.서산간척지, 기업도시로 재탄생대부분 논으로 활용되고 있는 서산간척지 B지구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재탄생된다. 472만평의 부지에 2010년까지 2조원 이상을 투자, 교육·레저·생태가 결합된 동북아 최대의 친환경적 관광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8개의 골프장(144홀)을 갖춘 체육시설을 비롯해 숙박 및 놀이시설, 농업연구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태안 기업도시의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우선 연간 25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3조4,000억원의 생산파급 효과와 3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농업 외의 고부가가치산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고 세수확대에 따라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 개선에도 적잖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현대건설은 올해 안에 개발구역지정과 실시계획의 승인을 완료하고 내년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업도시 예정지의 대부분이 현대건설 소유이기 때문에 토지보상 문제 등 골칫거리가 적어 일정을 맞추는 데는 별다른 장애요인이 없는 상태다.하지만 최근 환경부가 농업용 저수지에서 300m 이내엔 골프장 조성을 금지한다는 고시를 발표,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도시 예정지인 서산간척지는 담수호인 부남호를 끼고 있기 때문. 현대건설은 호수 주변의 골프장이 수익성이 월등하다고 판단하고 부남호 주변에 골프장 시설의 30% 가량을 조성할 계획이었다.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기업도시 승인 당시엔 아무런 말도 없다가 이제야 규제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고시가 수정되지 않는 한 사업계획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당초 예정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현대건설은 기업도시 예정지 인근에 ‘바이오·웰빙 특구’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서산시와 함께 ‘서산 웰빙·레저 특구’란 이름으로 추진하던 계획을 대폭 보완, 수정한 사업이다. 서산간척지 B지구에 들어설 이 특구는 175만평 규모이며 골프장, 초경량 항공기 행글라이더 등을 즐길 수 있는 항공·해양스포츠단지, 주거시설, 지역주민들이 상거래를 할 수 있는 바이오 전시 및 유통단지, 농업연구를 위한 농업바이오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특구의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2,7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와 연간 20억원 규모의 지방세 수입이 발생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특구와 기업도시 사이에 다리를 놓아 두 지역을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인구가 적은데다 침체된 지역경제 개선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하지만 이번 계획이 확정되기 위해선 아직도 많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선 서산시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재정경제부의 특구지정을 받아야 한다. 현대건설은 2월 안에 서산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월에 재경부에 특구지정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안면도~보령 연육교 올해 착공서해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꼽히는 안면도에도 개발 바람이 본격화되고 있다. 충청남도가 꽃지해수욕장 부근에 115만4,000평 규모의 관광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 총사업비 8,071억원을 투자, 2015년까지 국제수준의 사계절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씨월드파크, 선셋빌리지지구, 워터콤플렉스지구, 오션씨사이드CC지구 등 4개 지구로 조성될 이 사업을 위해 현재 충청남도는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제안서를 접수하고 있다.충청남도는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투자자 선정에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실행되지 않은 안면도 개발사업을 이번에야말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르면 사업자는 2억달러의 투자이행보증금을 예치하거나 2,000억원의 이행보증을 얻거나 국내 유수 기업과 공동투자 형식을 취해야 한다. 중도에 개발을 포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안면도 관광개발사업은 지난해 말 국내 유수의 기업이 포함된 2개의 컨소시엄이 투자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심의과정에서 한 컨소시엄이 자격기준에 미달, 심의를 중단한 상태다. 복수의 투자자를 비교, 심의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이었다.이와 관련, 충남도청 투자유치팀의 사남일 차석은 “이르면 2월 안에 투자자 재모집을 실시할 것”이라며 “기존의 참여자 외에도 여러 곳에서 관심을 표하고 있어 무난히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안면도와 보령의 대천항을 잇는 연육교 건설도 지역개발에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안면도와 보령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돼 관광객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14㎞에 이르는 이 다리가 완공되면 여객선으로 40분 이상 걸리던 두 지역간 이동시간이 10분으로 단축된다.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해 2012년 완공할 계획이다. 충청남도는 올해 사상 최대의 국비를 확보해 재원마련에 대한 걱정도 덜어낸 상태다.서산시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 1월 한화그룹과 서산시, 한국산업은행은 서산시 성연면 일원에 100만평 규모의 첨단 복합산업단지인 ‘서산테크노폴리스’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총 3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0년 이후에는 550개 기업이 입주, 2만5,000여명의 고용효과와 연간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서산테크노폴리스는 인근에 입주 예정인 기아자동차 등과 연계, ‘자동차산업 클러스터’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산항이 근방에 있는데다 대전~당진 고속도로가 대산까지 연장되고 38번 국도가 확장되는 등 교통인프라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개발계획이 추진되면서 땅값도 덩달아 날개를 달았다. 태안 기업도시가 들어설 서산간척지 B지구는 현대건설이 2000년 일반분양할 때보다 무려 5~6배나 올랐다. 당시 일반분양가는 2만원선. 현재 시세는 평당 10만~13만원선으로 치솟은 상태다. 개발이슈가 없는 A지구의 경우에도 5만~6만원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부근의 시세는 평당 100만~150만원선이다. 워낙 오래전부터 관광지로 개발된 터여서 가격변동은 크지 않은 상태다. 2~3년 전 펜션설립 허가가 자유로웠을 때 형성된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연육교로 연결될 안면도 영목항과 원산도는 사정이 다르다. 개발계획 발표와 함께 삽시간에 2~3배 정도 올랐다. 현재 시세는 영목항 부근이 100만원선이고 원산도는 30만원선이다.땅값은 폭등했지만 거래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8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외지인 투자자의 발길이 끊어진 탓이다. 이에 따라 태안과 서산지역의 공인중개소는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태안읍의 한 공인중개사는 “펜션설립 허가가 잘 나오고 토지거래가 자유로웠던 2~3년 전이 태안·서산지역 부동산경기의 정점”이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단 1건의 거래도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렇지만 가격이 하락한 곳은 거의 없다. 토지소유자의 상당수가 장기 보유를 통한 추가수익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