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재테크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른바 ‘황금재테크’다. 돈 버는 원리를 터득한 부유층은 물론 최근엔 아마추어투자자까지 ‘골드러시’에 동참 중이다. 이대로라면 부동산·주식처럼 재테크 포트폴리오의 한축을 담당하기에 손색이 없다. 인기몰이의 진원지는 강남권이다. ‘알짜배기’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은밀한 대물림수단으로 부각된 느낌이다. 세원노출 없이 상속·증여가 얼마든 가능해서다. 일시적인 부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금투자는 유행을 뛰어넘어 유력한 트렌드로 정착했다. 금투자 붐은 조용하지만 빠르게 세를 불리는 모습이다.실제로 금은 투자대가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자산이다. 상품시장의 고수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일찍부터 금의 투자가치를 강조해 왔다. 그는 “금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아 금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수천달러까지 오르지는 않겠지만 나는 금을 보유하고 있고 또 다른 이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내일의 금맥> 저자 ‘마크 파버’ 역시 금 예찬론의 주인공이다. 그는 “미국경제는 끊임없이 자본을 끌어들여야만 파티를 계속할 수 있는 구조”라며 “달러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뭉칫돈은 금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과 더불어 저평가된 커피·설탕·고무·밀·옥수수 등 일차산품의 탁월한 투자기회를 역설해 화제를 모았다.국내에 한정한다면 금투자 열풍은 대략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이라크전쟁(2003년) 전후다.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결과다. 2003년 344달러(1온스)로 시작한 국제금시세(온스당)는 12월30일 416달러까지 뛰었다. 18%의 상승률이다. 연간 베이스 기준 2004년엔 5.6%(415달러 → 438달러)로 다소 주춤했지만, 2005년 재차 17%(438달러 → 513달러)의 급등세를 보였다. 올해도 3월13일 현재 연초 대비 벌써 6%(513달러 → 544달러) 오른 상태로 예금금리를 가뿐히 넘겼다. 올 1월 중순엔 25년 만의 최고치인 562달러까지 치솟았다. 거의 두 달 만에 100달러나 뛴 셈. 만약 2~3년 전 금을 매입했다면 최종수익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복리의 마술’ 때문이다.금값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게 대세다. 바꿔 말해 싸다는 게 최대 매력이란 뜻이다. 짐 로저스에 따르면 금값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오랫동안 떨어졌고, 또 여전히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금값은 80년 850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고치로 상승견인차는 중동의 불안한 정세 때문이었다. 850달러는 당시 구매력을 감안한 불변가격(2004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1,933달러에 이른다. 그후 20년 이상 지루한 약세였다. 그러다 2003~2004년 달러약세와 인플레 우려로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계속되는 테러위협은 금 선봉자의 숫자를 늘렸다.가격결정의 1차 잣대인 수급상황은 어떨까. 일단 과수요 상태인 건 분명하다. 최근의 금값 상승세야말로 ‘수요량 > 공급량’ 때문이다. 수요증가는 다양하게 목격된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수를 늘리고 있는데다 유가상승으로 구매력이 증가한 오일머니도 투자 대상 다변화 차원에서 금을 사들이고 있다. 반면 달러화 표시자산은 기피되고 있다. 여기에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까지 금 매수 행진에 가세했다. 개발도상국의 귀금속 수요 증가 등도 금값상승을 초래하는 과수요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전통적인 금 선호국가인 인도·중국 등의 금 사재기가 늘었다. 그렇다고 공급량이 감소한 건 아니다. 금 공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수십년간 금광 탐사작업이 이어지면서 공급량은 계속 증가했다. 2003년엔 탐사 중인 신규 광산의 75%가 금광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초과수요다. 제임스 터크 골드머니닷컴 설립자는 “올해 금값은 850달러를 웃돌 것”이라며 “금값이 주요통화 대비 초과상승한 건 금값 대세상승기의 시작이었던 7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이야말로 강세장 초입이란 얘기다.금값 결정변수는 수급 외에도 다양하다. 가장 유력한 변수가 달러가치다. 달러약세는 금값상승의 핵심진원지다. 통상 달러가 약세에 빠지고 증시가 침체되면 금값은 오른다. 달러가 국제통화(기축)로서 역할을 못할 때 대체수단으로 금값이 오르는 구조다. 달러와 금값은 약 -82%의 역(逆)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가치가 100% 떨어지면 금값은 82% 오르는 식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은 달러의 대안으로서 갖는 가치가 절대적”이라며 “안전자산에 대한 매력증가와 달러약세는 숙명적으로 금값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늘어나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황금재테크’의 매력이다. 이라크전쟁 때의 금값급등이 단적인 케이스다. 금값상승의 원인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정치경제적 위험이 커질 때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최근 국제정치의 최대 이슈는 ‘이란문제’로 귀결된다. 이란의 잠재적 핵위협은 석유패권을 꿈꾸는 미국에는 적잖은 골칫거리다. 자칫 또 다른 중동사태를 야기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같은 맥락에서 유가와 금값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가급등은 곧 금값폭등을 낳는다. 결국 석유와 금 둘 다 지정학적 변수라는 큰 우산 아래 있는 셈이다.인플레를 이긴다는 점 역시 금투자 매력 중 하나다. 금이야말로 인플레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금값이 500달러를 넘긴 건 순전히 인플레 우려 탓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실제로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올린 건 급등하고 있는 인플레를 잡기 위한 조치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인플레 예상치가 오른 건 금값이 더 뛸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인플레를 야기하는 최대 원인은 고유가다.금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태웅 신한은행 상품개발실 부실장은 “크지는 않더라도 자산포트폴리오에 반드시 금을 편입시킬 것”을 권한다. 그에 따르면 주식·부동산·예금·금의 자산 4분법이 표준모델이다. 그러려면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흔히 금을 마지막 투자수단으로 여기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나이 지긋한 부자들보다 갓 결혼했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층에게 제격이다. 그는 “금은 세금이 붙지 않는 몇 안 되는 저가 투자수단”이라며 “쌀 때 산 뒤 비싸게 되팔면 장기적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진입장벽도 낮아지는 추세다. 사실 금은 투자방법이 걸림돌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거래해야 할지 몰라서다. 그런데 최근 금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크게 늘었다. 직접투자부터 펀드상품까지 종류도 늘어나는 추세다.금투자법은 크게 두 가지다. 금이 오가는 직접거래와 금 관련 간접상품에 투자하는 간접매매로 나뉜다. 실물매입은 100·500·1,000g의 골드바(금괴)를 사는 형태다. 혹은 정기예금처럼 통장에 거래내용을 기입하는 ‘금 적립상품’이 있다. 이 경우 실물거래는 없지만 만기 때 현금·금으로 인출이 가능하다. 시세차익만 가능하며 별도이자는 없다. 거래 중엔 관세(3%)와 부가가치세(10%)가 붙지 않지만, 나중에 금으로 찾을 때 14.2%(수수료 포함)를 내야 한다. 현금으로 인출하면 수수료(1.2%)만으로 거래가 종료된다. 결국 실물투자는 매입 때 별도비용(14.2%)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돼야 한다. 금값은 과거 업계 담합과 태풍(밀수 제한) 등 국내 변수에 좌우됐지만, 골드뱅킹 실시 후 은행 고시의 국제가격에 근접하고 있다.대표적 투자대상은 신한·조흥은행의 ‘골드리슈 금적립’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시세대로 금을 매입·적립해 만기에 실물 혹은 현금(매각 후)으로 지급한다. 최대 3년까지 적금 들듯 통장에 금을 쌓아둔다고 보면 된다. 실물로 찾을 때는 세금이 붙는다. 특별히 목돈은 필요 없다. 최소 투자단위는 1g. 대략 1만7,000원 정도면 투자가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가입·해지가 가능하다. 2003년 판매시작 후 현재까지 평균수익률은 6.79%다. 지난해 5월25일에 가입했다면 수익률이 25.03%에 달한다. 골드바를 직접 살 수도 있다. 신한은행은 UBS은행에서 수입한 순도 99.99%의 ‘4nine’ 골드바를 판매 중이다. 지금까지 2,000㎏ 정도가 팔려나갔다. ‘골드지수연동예금’도 있다. 금값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일종의 틈새상품이다. 원금보장에 만기(6개월~1년) 때 0~19%의 이자를 주는 식으로 설계됐다. 다만 최근 금값이 예상범위를 초과하는 급등세를 보여 대다수 은행에서 판매를 중단했다.폐쇄형(모집 때만 가입가능)으로 향후 가입을 원할 때는 판매기회를 잘 체크할 필요가 있다.펀드상품도 있다. 골드펀드는 해외에서 설정된 게 절대다수다. 실물펀드지만 9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다. 금(혹은 선물지수)의 편입비율은 5% 안팎이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가입 가능한 골드펀드는 거의 없다. 이재순 제로인펀드투자자문 조사분석팀장은 “골드펀드는 대부분 금 관련 파생상품”이라며 “국내운용사의 골드펀드는 ELS구조인 탓에 추가가입이 불가능한데다 그나마 최근 거의 환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운용사의 골드펀드 중 가입이 가능한 건 메릴린치의 ‘월드골드펀드·월드광업주펀드’ 정도다. 세계 유수의 금광업체 주식에 투자한다. 월드골드펀드는 최근 펀드수익률이 고공행진 중으로 1년 수익률이 60%를 웃돈다. 외환·한국씨티은행 등에서 판매 중이다. 아마추어라면 간접투자가 더 낫다. 직접투자에 비해 덜 번거로운데다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 직접투자라면 중간에 환율변수까지 개입해 꽤 까다롭다.‘황금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선 주의할 게 있다. 우선은 지속적인 관심·정보다. 외화예금처럼 금값도 환율 우산 밑에 있다. 달러변동을 꿰뚫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창구에 물어봐야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기는 힘들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금투자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금은 단순차익만 빼면 부가수익이 전혀 없다. 배당도 이자도 없다. 게다가 가격변동폭도 상당하다. 폭등과 폭락이 일상적이다. 원금이 까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주식투자처럼 위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대박을 좇는 무모한 수익률 사냥보다 가치보존·대체투자 개념으로 장기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 일종의 보험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 차원의 접근이 권유된다. 공신력 갖춘 매매 툴이 없어 실제수익률이 알려진 것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때문에 실물교환 없이 거래가 가능한 간접상품을 고르는 것도 현명한 대안일 수 있다.한편 ‘황금재테크’는 해외 쪽이 활발하다. 금 관련 상장지수 펀드 중 가장 큰 건 ‘스트리트 트랙스 골드 트러스트’다. 설립 후 1년 만에 40억달러의 투자자금이 유입됐다. 일본 쪽도 활발하다. 일본의 경우 금 적립상품에 가입한 2030세대가 적잖다. 돈을 번 케이스도 많다. 보편적인 투자대상은 금 펀드(간접)다. 현재(2005년 초) 320여개의 금 펀드가 운용 중이다. 금액으로는 2,660억달러(약 300조원)에 달한다. 메릴린치·골드만삭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운용사 펀드가 많다. 이들 펀드는 주로 금 관련기업에 투자하거나 금광에 직접 투자한다. 수익률도 자랑거리다. 최근 몇 년간 평균 수익률이 10~40%에 이른다.돋보기 해외 금투자 경로대안자산으로 몇 년새 몸값 ‘껑충‘▷현물투자 = 개인 투자수단으로 가장 활발한 건 주화와 소물금괴다. 현재 발행 및 유통 중인 금괴는 1/20온스부터 1㎏짜리까지 다양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중량은 1/20, 1/10, 1/4, 1/2, 그리고 1온스짜리다. 가격은 금 중량에 각 주화가 갖는 프리미엄 및 중개인 마진 등이 포함된다. 소물금괴는 중량 1㎏ 미만의 금괴를 의미한다(원래 금괴는 400온스 표준금괴와 100온스 금괴가 기본). 현재 총 338종의 범세계적인 유통금괴들이 있으며 한국에선 주로 킬로바로 불리는 1㎏ 금괴가 가장 널리 통용된다. 현물투자는 자금 추적이 불가능하고 세금이 없다는 게 큰 매력이다.▷펀드 = 다양한 뮤추얼펀드, 신탁 및 헤지펀드들이 금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의 금투자 형태는 선물거래소에 상장된 금선물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골드 어카운트(Gold Account)라고 부르는 선도상품을 이용한 금 선도거래를 통해 자산으로 편입하는 경우도 있다. 펀드수익률은 현재 금의 상승률과 일치할 수도 있지만 운용자의 역량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다.▷선물·선도거래 = 일종의 직접투자로 선물거래소에 상장된 금선물을 매수·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현재 금선물은 각국의 다양한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데 가장 거래가 활발한 거래소로는 NYMEX와 COMEX의 100온스 금이다. 2004년 상장된 CBOT의 100온스 금은 최초의 전산거래 금선물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에서는 도쿄공업품취인소(TOCOM)의 1㎏ 금선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국내(KRX)에 상장된 1㎏ 금선물은 국내규정과의 충돌문제로 거래량이 전무하다.▷구조화 상품 =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ELS(Equity Linked Security)처럼 금시세에 연동되는 간접상품이다. 가령 설정일(매입일) 기준시세보다 해지일(매도일)의 금시세가 30% 상승했을 경우 상승분의 75%만큼만 보상(참여율)하되 원금보장은 80%까지만 해준다던지 하는 조건을 갖는 유가증권이다. 2003년 이후 유럽에서의 GLN(Gold Linked Note) 판매가 급증했고 이런 구조화 상품의 수요가 결국 실물 금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Gold Traded Fund = 각국 증시에 상장된 금시세 연동펀드다. 국내증시에 상장돼 있는 KOSPI ETF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지만 기반이 되는 자산은 금이 된다. 일반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가 금지된 미국의 연기금들도 증시에 상장된 금시세 연동펀드에 대한 투자는 유가증권으로 간주돼 자유롭다. 때문에(앞의 구조화 상품은 장외상품이라 위험관리 측면에서 연기금들이 편입하기 어려움) 앞다퉈 GTF를 일종의 ‘대안투자’ 자산으로 편입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