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판타지는 나이에 따라 변한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우리 상상 속에서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바뀐다. 시대가 바뀌면 영화 속 장애물도 바뀐다. 〈국경의 남쪽〉은 변한 시대를 반영하며 국경을 장애물로 선택했고 캐릭터들의 나이를 반영해 결혼 그 자체를 장애물로 택했다.평양 출생의 만수예술단 호른주자 선호(차승원)는 할아버지와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아버지의 소원에 집안 식구들과 함께 국경을 넘게 된다. 그러나 선호의 발걸음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국그릇에 얼굴이 동동 떠서 국이 식어버려 먹지도 못할 정도로 사랑하는 연화(조이진)를 남겨두려니 그게 어디 쉽겠는가. 선호는 연화에게 사람을 보내 남쪽으로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끌어안고 꼭 안고 다시 또 부둥켜안는다.자신의 정착금을 탈탈 털어 연화에게 사람을 보내려고 하지만 이 어수룩한 사람은 사기를 당할 뿐이다. 선호는 그 사기꾼들을 잡겠다고 설치다가 되레 그들에게 된통 당하고 그 와중에 통닭집을 운영하는 경주(심혜진)를 만난다. 선호는 다시 돈을 모아 사람을 보내겠다고 처절하게 돈을 모으지만 연화의 결혼소식을 듣게 된다. 낙심한 선호는 자신을 보살펴주던 경주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를 받는다. “이번에 탈북한 연화씨가 약혼자 김선호씨를 찾습니다.” 연화가 사랑하는 선호를 찾아 다리에 총을 맞아가며 국경을 넘어온 것이다.선호와 연화가 다시 만나기 전까지 영화는 딱히 더 매력적일 이유도 없고 굳이 새삼스러울 감정도 없다. 그런데 선호와 연화의 재회부터 영화는 확연히 달라진다. 초반에 쌓아두었던 감정들이 증폭된다. 사실 여전히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는데 묘하게 그렇다. 확 울려버릴 만큼 완전히 감정을 자극하는 게 아닌데도 그렇다. 가랑비에 젖듯 선호와 연화의 감정에, 그리고 경주의 상황에 빠지고 만다.〈국경의 남쪽〉은 관객이 선호의 감정에 젖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이 매력이다. 그리고 어쩌면 밋밋할 수도 있는 에피소드들을 관객에게 익숙함으로 전환시키는 몫은 배우들이다. 특히 〈국경의 남쪽〉에서 관객들은 스크린 신예스타를 발견할 수 있다. 조이진이다. 시간이 갈수록 조이진의 캐릭터 연화는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선호가 결혼한 사실을 알고 “그 여자 젖가슴이 만져집디까?”라며 연화가 화내는 장면 등은 선호에게 울면서 연화가 돌멩이를 던지는 장면이나 조이진이 연화를 ‘동치미처럼 시원한’ 캐릭터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더 서럽다.선호와 연화의 인연이 어쩔 수 없도록 관객을 설득하는 몫은 심혜진이다. 심혜진은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연기를 해내기 때문에 관객도 갈팡질팡하며 더욱 두 사람의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개봉영화▶키리쿠 키리쿠깜찍보이 키리쿠의 마을 구하기 대작전. 아프리카 대륙의 광활한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모험의 기운을 담아낸 판타스틱한 아프리카 이야기. 체구는 작지만 명석하고 신비한 아이 ‘키리쿠’는 날쌤과 재치를 이용해 마녀 ‘카리바’의 음모에 맞서 긍정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키리쿠’ 역에 <안녕, 형아>와 <청춘만화>의 박지빈이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감독 미셀 오슬로, 베네딕트 갈룹. 주연 박지빈▶미션 임파서블 3전세계가 기다린 그가 돌아왔다. IMF(Impossible Mission Force) 특수비밀요원 ‘이단 헌트’가 성공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선보이는 현란한 액션이 일품이다. 극악무도한 ‘오웬 데비언’의 위협과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려는 ‘이단 헌트’의 활약,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MI3레이디스’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2,0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전세계 로케이션과 첨단 과학기술로 새로운 액션 블록버스터로 탄생시켰다. 감독 J. J. 에브람스. 주연 톰 크루즈,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라이 위드 미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포르노 논란을 빚으며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10대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화제작. 한 여자의 수많은 성적 파트너에 관한 충격적이고 적나라한 고백서로 타마라 페이스 버거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1차 상영 때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감독 클레민트 비고. 주연 로렌 리 스미스, 에릭 벌포.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