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권을 둘러싼 M&A공방이 뜨겁다. ‘한주흥산 vs 서울증권’간의 대결구도다. 올 1~3월에 걸쳐 한주흥산이 서울증권 주식 5.0%(1,314만주)를 매수한 게 발단이 됐다. 취득목적은 ‘경영참가’다. ‘조지 소로스’가 손을 뗀 이후 서울증권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영권에 관심을 보인 곳은 연초 M&A설이 나돌았던 태광산업에 이어 두 번째다.지난해 12월 소로스가 운용하던 역외펀드 ‘QE인터내셔널’이 보유주식 전량(27.14%·7,155만주)을 매각함으로써 서울증권은 ‘무주공산’이 됐다. 현재 서울증권은 말 그대로 ‘주인 없는 회사’다. 소로스가 판 지분도 다수의 외국계 투자가에게 분산 매각됐다. 때문에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다.서울증권의 경영권 공방은 ‘제3자 인수’ 혹은 ‘독자생존’으로 요약된다. 한주흥산의 지분매입에 대해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은 ‘독자생존’으로 맞섰다. 현재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접수해 외부개입 없이 생존루트를 개척하겠다는 논리다. 실제로 현재 최대주주는 강찬수 회장(5.02%·1,319만주)이다. 우호지분인 임원(노응욱, 0.1%·27만주) 및 자사주(0.54%·142만주) 몫까지 합하면 모두 5.66%에 달한다. 도전장을 던진 한주흥산의 5.0%보다 조금 앞선 규모다.다만 양측 모두 경영권 확보를 자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분이다. 결국 경영권 공방은 자연스레 주총에서의 표대결로 압축되는 모습이다. 누가 얼마만큼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인 셈. 현재 양측은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5월26일 열릴 주총에서의 승기를 잡기 위해 광고전까지 벌였다. 한주흥산은 소액주주 결집을 위해 신문광고를 냈고, 서울증권 경영진은 해명광고로 맞받아쳤다.양측의 공방은 몇가지로 나눠진다. 먼저 강회장의 기업가치 훼손건이다. 한주흥산은 “최근 몇 년간 서울증권의 영업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라며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지만 경쟁사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증권 경영진은 “경영평가는 영업이익이 아닌 경상이익 혹은 당기순익으로 따져야 한다”며 “강회장 취임 이후 7년간 연속 흑자를 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한주흥산이 주장하는 영업이익엔 서울자산운용·서울선물(자회사)의 이익 등이 누락됐다고 밝혔다.강회장에 대한 개인보상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한주흥산은 “열악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강회장이 받은 스톡옵션·보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공격했다.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이 109억원에 불과한데도 취임 후 지금까지 200억원(현금보수·매매이익 제외)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올렸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영업손실·이익축소 등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시점에도 스톡옵션을 계속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증권 경영진은 “대부분의 스톡옵션은 99년 사상 최대의 당기순익을 낸 뒤 부여받았다”며 “지난해 12월의 스톡옵션 900만주도 주총승인 후 부여되도록 계약만 한 상태”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관상 강회장이 지금처럼 최대주주 지위에 있는 한 스톡옵션은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서울증권의 사유화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한주흥산은 “강회장은 서울증권 경영권이 소로스펀드의 선물인 양 소로스 시절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지배주주의 위치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경영권 장악 후 다른 주주의 경영권 참여를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국적의 강회장이 스톡옵션·보수로 받은 주식을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챙겨 팔면 국부유출이란 논리도 폈다. 이에 대해 서울증권 경영진은 “5.02%로 모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사유화할 의도도 능력도 없다”고 밝혔다.주총안건을 둘러싼 대립각도 첨예하다. 한주흥산은 “이번 주총에서 강회장 의도대로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연장하면 외부주주의 경영참가가 불가능해진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정관상 이사수인 8명이 100% 현 경영진에 의해 장악돼 있다는 화살까지 날렸다. 이에 대해 서울증권 경영진은 경영권 독점이 아닌 경영단절을 막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또 한주흥산이 내세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반대, 지배구조 기대감의 주가반영 등에 대해선 △주주이해 일치, △분쟁 후 주가하락 등을 통해 반대논리를 폈다. 최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서울증권의 한 직원은 “누가 경영권을 쥐든 사태가 빨리 매듭돼 회사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전영수 기자 ysjeon@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