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보다 ‘자산분산’ 측면에서 접근해야… 사기피해도 잇따라

국내 부동산시장 위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하락이라는 기류를 타고 해외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과 비교해 볼 때 해외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관심만은 국내시장을 압도하는 분위기다.정부가 환율시장 안정을 위해 ‘해외부동산 매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어 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 1월에는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기준을 100만달러 이내로 확대시켰으며 지난 5월에는 이마저도 완전 폐지했다. 이 밖에 귀국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처분해야 하는 조항도 폐지했고 해외 반출시 국세청에 신고해야 할 한도액을 20만달러에서 30만달러로 상향조정했다.정부는 2008년이나 2009년에 1인당 투자한도액을 아예 없앨 계획이다. 그러나 탈세 목적의 상속과 증여를 막기 위해서 취득 후 2년마다 보유 여부를 증명하는 소유관계 서류를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이러자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해외로 자금을 보내는 경우가 크게 늘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개인이 해외에서 매입한 부동산은 8,477만달러(238건)로 2005년 한 해에 투자한 금액(29건, 932만달러)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해외에서 부동산을 매입한 건수는 64건이며 지역별로는 미국과 캐나다가 각각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10건, 호주가 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해외부동산 투자를 잠시 나타나는 유행쯤으로 치부하기에는 돌아가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 해외부동산 투자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조기유학 열풍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자녀를 해외 유명 보딩스쿨(Boarding School·기숙학교)로 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외에 집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그만큼 늘고 있다고 봐야 한다.미국 부동산이 뜨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실 미국은 쌍둥이 적자로 대표되는 경기불황 속에서 부동산가격만 치솟아 거품이 끼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경고음을 내자 부동산 열기가 한풀 꺾인 듯하다.결국 시세차익을 통한 이익실현보다 자녀교육과 투자 목적으로 미국에 집을 알아보려는 수요층이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학 열풍으로 인한 매매값 강세가 나타나는 곳은 미국 동부지역의 뉴욕과 뉴저지로, 이들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살 뿐만 아니라 명문대학과 명문 고등학교들이 밀집해 있어 유학생 부모들에게 최적의 주거지로 꼽히고 있다.미국 서부지역은 은퇴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이 주로 선택하는 곳은 명문 공립학교 주변지역으로, 페니슐라 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는 로스앤젤레스 팔로스버디스에서는 집을 구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팔로스버디스는 의사, 변호사 등 주로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 10위권에 늘 랭크되는 곳이다. 이곳의 타운형 주택은 90만달러, 싱글하우스는 110만~700만달러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최근 미국 집값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매매값이 10% 가량 떨어졌으며 이러한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품을 우려해 미국 부동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화교권 등 수요가 여전히 탄탄해 1~2년 후에는 매매값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는다.남문기 뉴스타부동산 회장은 “지난 2~3년간 셀러(매도자) 주도로 거래가 진행됐다면 지금은 확실히 바이어(매수자)로 바뀐 상황”이라면서 “학군이 좋고 주변에 상류층 백인들이 많이 사는 곳은 블루칩 매물이기 때문에 지금이 바로 매입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개발수요도 많아지고 있어 워싱턴DC는 연방정부 관련 기관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오피스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워싱턴DC에서 볼티모어를 잇는 95번 도로와 스테포트공항~워싱턴DC 구간은 땅값이 강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캐롤라인카운티는 국토안보부가 들어서면서 신도시급으로 성장해 땅값이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치솟았다.애리조나주도 개발 열풍이 몰아치면서 피닉스시 인근 베라도(Verado)는 3년 전 1에이커(1,124평)당 3,000~4,000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30만~70만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또 토노파(Tonopah)시는 2년 전보다 10배 이상 폭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의 떠오르는 도시에 대해 소개하면서 휴스턴, 댈러스, 애틀랜타지역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도시가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된 미국의 부동산 붐에서 소외됐지만 고용시장이 호전되면서 주택재고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가로 인한 수혜도 톡톡히 받고 있다.E-2(비이민투자)비자를 통해 미국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E-2비자는 총 2만8,290건으로 97년에 비해 무려 40%나 급증했다. 이중 한국인은 2,169명이나 E-2비자를 발급받아 97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났다. E-2비자를 받으려면 20만~30만달러 규모의 사업체를 구입해야 한다. 이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테이크아웃 카페, 편의점, 세탁소 등 주로 소매업종이다. E-2비자를 발급받으면 자녀는 고등학교까지 현지에서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학생비자로 변경해야 한다.올림픽과 엑스포 등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는 중국도 부동산시장이 상당히 뜨겁다. 상하이 푸둥지역 부동산이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베이징, 톈진, 다롄, 칭다오지역으로 옮아가는 양상이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선 상하이 국제엑스포가 끝나는 2010까지 중국 부동산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이 밖에 베트남과 캄포디아 등은 그동안 주택이 많이 공급되지 않아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졌으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투자자들이 대거 현지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에 있는 고성 등을 구입해 고급 호텔로 개조하거나 비인가된 사모펀드를 구성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 고급 리조트를 건설하는 사례도 조금씩 늘고 있다. 캐나다는 밴쿠버나 토론토 등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 강세로 캐나다는 미국 대학으로 진학이 쉽다는 점 때문에 조기유학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하지만 해외부동산 투자가 무조건 잭팟을 터트리는 투자처는 아니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은 둘째치더라도 부동산 시스템이 국내와 완전히 다르다. 다운페이(Down-pay), 에스크로(Escrow) 등은 국내에선 생소한 부동산제도들이다. 따라서 이들 제도를 정확히 숙지하고 임대수요와 시세변화 등을 따져본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매매가가 수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올인’보다 ‘자산분산’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최근 해외 현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브로커 사기피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쉽게 봐선 안될 부분이다. 실제로 매물 알선을 매개로 접촉해와 투자자금만 챙겨 빠지는 투자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우리은행 PB사업단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해외부동산은 원격지 투자라는 점 때문에 속단할 수 없다”면서 “얼마나 믿을 만한 대리인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