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다이내믹ㆍ유러피언’으로 ‘GO!’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1. 다이내믹 #1. 다이내믹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8월24일 저녁 김포공항의 대한항공 격납고에서는 흥미진진한 이벤트가 열렸다. 600여명의 초청인사들이 참석하고 50명에 달하는 내로라하는 모델들이 대거 출연하는 대형 이벤트였다. 이날 행사는 새로 출시하는 벤츠 신형 E클래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이보마울 사장이 E클래스를 소개하면서 사용한 키워드 중 하나는 ‘다이내믹’이었다. 새 차가 역동적이라는 것, 즉 좀더 강해졌다는 뜻이다.

이날 출시한 배기량 1,796㏄짜리 E200K는 163마력에서 183마력으로 20마력이 세졌다. 좀더 강한 힘을 원하는 것은 자동차산업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다. 좀더 센 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그런 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자동차 메이커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과거와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차를 개발하는 현장의 소리다.

국내 한 메이커의 승용차 개발담당자는 출력 강화와 관련, “과거와 기울기가 다르다”고 말한다. 5~10마력쯤 개선해 새 모델을 선보이면 먹혔지만 갈수록 그 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 대형승용차라면 “한 30마력쯤은 나아져야”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6월 출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반떼 XD. 1.6ℓ 휘발유 엔진의 최고 출력은 121마력으로 종전 대비 10%가 개선됐다. 배기량이 크지 않은 소형차에서 이 정도의 출력 개선을 이뤄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내믹을 추구하는 것은 자동차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품인 자동차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의 문제는 본질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다. 어떤 해결책을 내놓는가에 따라 격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더 빠르고 멋있게, 흔들림 없이 움직여야 하는 자동차에 ‘다이내믹’은 영원한 트렌드다.

2. 스타일리시#2. 스타일리시

요즘 새로 나오는 차를 보면 점점 젊어지는 추세다. 특히 대형 고급 세단에서 이 같은 추세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차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들 수 있다. 과거 국산 최고급차의 위치에 있던 그랜저는 요즘에는 고급 중형세단 정도의 위치로 낮아졌다. 과거 쏘나타 정도의 위치에 와 있다는 것. 그랜저, 뉴그랜저 시대에는 뒷좌석이 오너의 자리였지만 그랜저 XG에서 오너의 자리는 운전석이다. 이후 그랜저 TG에서는 확실한 오너드라이브차로 자리매김했다. 쇼퍼드리븐카(핸들은 운전사에게 맡기고 오너는 뒷좌석에 앉도록 한 차)에서 오너드리븐카(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로 극적 변화를 겪은 것이다.

과거 그랜저를 몰고 가는 사람을 보면 십중팔구는 운전기사로 보는 게 당연했다. 요즘 운전기사에게 핸들을 주고 뒷좌석에 앉아가는 그랜저 오너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이다.

차가 젊어지면서 이를 타는 오너들의 성격도 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예는 이웃 일본에서도 보인다. 지난 1월에 풀모델 체인지를 감행한 토요타 캄리. 2,362㏄, 167마력 엔진을 얹은 캄리는 일본의 대표적 중형 세단으로 우리로 치면 쏘나타 정도와 비교할 수 있는 모델이다. 과거 이 차의 소비자들은 주로 40대 후반이나 50대였지만 신형 캄리는 40대는 물론 30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디자인과 성능을 보다 젊은 취향에 맞춰 차와 소비자가 함께 젊어진 것이다.

젊어진다는 것이 덜 고급스럽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성능과 편의장치는 끊임없이 개선되고 자동차 기술은 퇴보할 줄 모른다. 더 편해지고 강해지는 차는 시간이 갈수록 젊어진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다. 과거 대형 세단의 미덕은 묵직함, 무거움 등이었다. 권위적으로 보여야 했고 가볍고 튀는 스타일은 소형차에나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큰 차에 가벼운 디자인은 경망스러움이며 금기사항이었다. 1~2세대 그랜저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가 변했다. 좀더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차들이 바뀐 것이다. 그랜저 XG와 TG는 예전의 모습과 확연히 다르다. ‘스타일리시’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찬사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디자인 변화가 없었다면 차의 성격 변화는 힘들었을 것이다.

‘스타일리시’ 디자인 바람이 불면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차종이 있다. 바로 SUV다. 전통적으로 SUV는 거칠고 투박하며 야성적인 이미지의 차였다. 지프, 랜드로버 등 SUV의 명차들은 대부분 전쟁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야전에서 이동하고 때로 전투에도 투입하기 위해서는 사륜구동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기능을 갖춰야 했다. 도시보다 자연에 포커스를 맞춘 차였다. 당연히 스타일도 세단에 비해 조금 거칠고 덜 정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장을 누비던 차들이 도시로 돌아와서는 얌전하고 품위 있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급경사와 비포장도로를 누비며 강 건너기도 불사하는 터프가이의 모습은 점점 엷어지고 대신 세련되고 멋있고 럭셔리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프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 등 일부 모델은 여전히 거친 SUV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SUV는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SUV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코란도가 액티언으로 변했고 스포티지, 쏘렌토, 싼타페 등 새로 나오는 국산 SUV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스타일리시한 ‘미소년’의 모습이다.

심지어 SUV의 필수 기능으로 여겼던 사륜구동 기능까지 거추장스럽다며 빼내버리고 두바퀴굴림으로 달리는 SUV들도 많아졌다. 네바퀴굴림을 채택해도 저속모드를 생략한 SUV들도 많다.

일각에서는 스타일리시한 SUV들이 많아지면서 앞으로는 SUV라는 이름 자체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변화의 바람을 SUV가 가장 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3. 유러피언#3. 유러피언

소형차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크기가 작고 따라서 엔진도 작다는 것. 움직일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커 보이는 차를 좋아한다. 엔진은 작아도 차 크기는 가급적 큰 차를 원한다. 과거 현대자동차의 스텔라가 대표적이다. 1.5ℓ급 엔진에 쏘나타급 차체를 얹어 엔진으로는 소형차지만 보디 사이즈로는 중형차급이었다. 중형차에서 1.8ℓ 엔진이 많이 팔리는 현상, 대형차에서도 작은 엔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은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 세금을 내야 하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실보다 겉으로 보이는 외형을 더 중시하는 우리 특유의 정서 때문이기도 하다.

정반대의 특성을 보이는 시장이 바로 유럽이다. 클릭이나 프라이드 정도 크기의 차에 2.0ℓ급 엔진을 장착한 경우를 예사로 볼 수 있다. BMW 330i는 차 크기는 준중형급이나 엔진은 대형차급인 3.0ℓ 엔진을 얹는다.

실속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자동차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크기보다 성능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는 소형차 개발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다. 한국의 소비자들도 점차 합리적인 선택을 중시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유럽형을 지향하는 자동차 개발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작은 차에 큰 엔진을 얹는 것은 힘든 문제다.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차에도 충분히 고급 사양을 적용하고 출력을 강화하는 추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오는 12월부터 슬로바키아공장에서 ‘ED’(프로젝트명)를 생산, 유럽에 판매할 예정이다. ED는 아반떼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1.4·1.6·2.0ℓ 휘발유 엔진과 1.5ℓ VGT를 얹어 판매할 계획이다. 이 차는 한국에서 플랫폼만 제공하고 모든 개발은 유럽 디자인 연구소에서 담당했다. 한국기업이 만드는 본격적인 유러피언카로 꼽을 만한 차다. 한국차에 불어올 ‘유러피언’ 바람을 예고하는 차이기도 하다.

오종훈·오토타임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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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