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만 4개… ‘제 이름이 브랜드죠’

파티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2000년대 초반 ‘파티 플래너 1호’로 활동하며 파티 문화를 정착시킨 스웨이(SWAY)프로덕션의 지미기 대표(32). 178cm의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마스크의 그녀는 패션모델 출신이다. 1996년 슈퍼모델 대회에 출전하며 모델계에 입문, 각종 패션쇼와 화보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했다. 그런 그녀가 파티 플래너로 명함을 바꾼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고등학교까지 외국인 학교를 다녔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어요. 자유롭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죠. ‘파티’는 생활의 일부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고요. 패션모델로 활동하다보니 이런 저런 파티와 행사에 많이 참석하게 됐는데 딱딱하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친한 친구들과 정말 재미있는 파티를 한번 열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파티를 기획, 주변 지인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었어요. 200명 정도만 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400명이 왔고 새벽까지 정말 재미있는 파티를 즐겼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유쾌하고 살아 있는 파티였어요. 이 파티가 이슈가 되면서 파티 플래너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브랜드 행사나 파티 기획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죠.”파티 플래너로 활동한 지 2년, 지 대표는 한 편의 CF로 도약의 기회를 갖게 된다. 평소 워낙 파티 문화를 즐기는 편이라 사실 딱히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며 일에 덤벼들지는 않았다. 파티 플래너의 일과 일상을 스토리보드로 엮은 커피 CF는 파티 플래너에 대해, 그리고 지미기라는 사람에 대해 대중적으로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그 후 봇물 터지듯 일이 몰려들었고 그녀의 손을 거쳐 간 파티만 해도 수백 개에 이른다. 자본금 한푼 없이 시작했지만 어느덧 어엿한 회사의 대표가 됐다. 파티 플래너라는 직업은 타고난 감각과 끼가 필수다. 어렸을 때부터 체험한 외국 문화와 모델 생활을 통해 쌓은 트렌디한 감각이 가장 큰 힘이 됐다. 그래서 그녀가 기획하는 파티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다양한 파티를 경험한 게스트들은 제 파티에 오면 ‘미기 파티’라고 단번에 알아보시더라고요. 게스트들이 정말 신나게 놀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뿐이에요.”패션 브랜드 ‘미기 앤 뉴욕’ 큰 인기 끌어미국의 패션 전문학교인 뉴욕 FIC에 다닌 지 대표. 패션모델로 활동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패션모델로 디자이너들의 옷을 멋지게 소화해내던 그녀는 지난해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패션 브랜드를 런칭했다. 우리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미기 앤 뉴욕’은 미국 드라마 ‘섹스&더시티’를 컨셉트로 커리어우먼들을 위한 실용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아이템들을 선보인다. 일할 때뿐만 아니라 모임에 나갈 때도 입을 수 있는, 편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심플하지만 라인이 살아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1주일에 4~6회 정도 방송되는데 반응이 좋아 회당 매출이 3억~4억 원 정도다. 인터넷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의 질이 좋았기 때문. 특히 소재에 신경을 쓴다. 이에 따라 다른 홈쇼핑 브랜드들보다 가격은 좀 비싼 편이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아니다보니 저렴한 가격에 혹해 샀다 반품하는 일이 적다. 정말 필요한 옷인지 신중하게 선택하고 한 번 입어본 고객들이 재구매하는 비율이 높다.우리홈쇼핑은 다른 홈쇼핑보다 에이지 타깃이 높은 편. 따라서 보통 옷을 만들 때 55부터 88까지 만든다. 이런 고정 관념을 깬 것도 성공의 한 이유. 미기 앤 뉴욕은 44부터 77 사이즈까지 옷을 만드는데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44사이즈. 다음으로 55, 77 순이다. 비교적 젊은층이 주고객이라는 말. 온라인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마니아층이 구축돼야 한다. 일단 한 번 입어본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서서히 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오프라인 브랜드로 키울 생각은 없어요. 온라인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게 목표죠. 단기간에 반짝하고 떴다가 시들어버리는 브랜드는 싫어요. 한 3년 정도는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계속 투자해야 생명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어요.”아무리 피곤해도 하루 이상 집에 있지 못하는 에너제틱한 성격.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기획하는 파티만 해도 2~6개 정도. 여기에 미기 앤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방송에도 출연해야 하니 그녀의 다이어리는 빈틈없이 빼곡하게 스케줄이 들어차 있다. 현재 벌여 놓은 일만 해도 숨 쉴 틈 없을 정도. 이런 지 대표가 또 일을 냈다. 작년 11월 압구정동에 코베트(COVETT)라는 빈티지 숍을 오픈하고 ‘미기 앤 타쉬’라는 가방 전문 브랜드를 런칭했다.액세서리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대학시절부터 백&슈즈 디자이너를 꿈꿨다. 그 오랜 꿈이 드디어 이뤄진 것. 투자나 스폰서 없이 100% 본인의 힘으로 브랜드를 런칭했다.‘미기 앤 타쉬’ 가방으로 해외 진출 꿈꿔“그동안 벌었던 돈 다 여기에 밀어넣었어요. 지금 통장 잔고는 0원이에요(웃음).”백과 슈즈가 패션을 마무리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트렌디한 신발 전문 브랜드는 많아도 백만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는 없는 상황. 오래 들고 다녀도 질리지 않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백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코베트는 ‘미기 앤 타쉬’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가방만 파는 매장을 오픈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니 빈티지 옷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멀티숍으로 코베트를 오픈하고 여기서 ‘미기 앤 타쉬’를 판매하는 것. 오픈한 지 2달 남짓 됐지만 트렌드 셰터들 사이에서는 벌써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여러 개의 패션잡지에 소개됐고 스타일리스트들의 협찬 의뢰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클러치와 빅백이 메인 아이템이에요. 이탈리아 가죽으로 만드니 제품의 질은 정말 자신할 수 있어요.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가방이 아닌 핸드 메이드 가방이죠. 하나의 디자인에 많이 만들어야 3~4피스 정도죠.”가격대는 20만~80만 원 정도. 가장 비싼 백이 180만 원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대지만 이탈리아산 가죽에 핸드 메이드 제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큰 맘 먹고 하나 장만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300만~40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을 사느니 ‘미기 앤 타쉬’ 가방 여러 개 사는 게 훨씬 낫죠. 디자인이나 제품의 질은 명품 가방 못지않으니까요.”코베트가 판매하는 빈티지 옷과 액세서리는 지 대표가 뉴욕이나 유럽의 빈티지 숍을 이 잡듯 뒤져 찾아낸 보석 같은 아이템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지만 압구정동 일대의 터무니없이 비싼 물가를 고려했을 때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합리적 가격대. ‘미기 앤 타쉬’가 어느 정도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되면 단독 매장으로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해외에 매장을 오픈할 생각이다.모델에서 파티 플래너로, 패션 브랜드 디렉터에서 백 디자이너로 유연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 온 그녀. 모든 영역에서 그녀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고유한 컬러를 각인시켰다.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고 트렌드를 전파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강수정 객원기자 firstline0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