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가업승계제도 기대하세요’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이현재 중소기업청장(58)은 중소기업 창업자들이 요즘 가업을 물려주는 문제로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커 2세에게 물려줄 경우 경영권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투자나 경영 의욕이 감퇴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외부 기관에 가업 승계 방안에 관한 용역을 줘 3월 말까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정책을 입안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가업을 물려주는 중소기업에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만들어 관련 부처와 국회에 요청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국내 중소기업은 약 300만 개, 이중 제조업체는 약 30여만 개로 추산된다. 또 근로자 10명 중 약 9명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중소기업 고용이 전체의 86.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정책의 수장인 이 청장을 만나 전반적인 중소기업 문제와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이 청장은 국무총리실 청와대 산업자원부 등을 두루 거쳤으며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장에 임명됐다.중소기업들이 어렵다는 얘기를 부쩍 많이 합니다. 올해 중소기업 경기전망은 어떻습니까.올해 세계 경제는 고유가 및 미국, 유로 등 선진국의 경제 둔화에 따라 작년보다 다소 침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중소기업은 유가와 환율 등 불안한 대외 여건과 내수 부진 등 어려운 대내 여건에서 수출 증가 등 일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많은 경영 애로에 직면해 있습니다.수출채산성도 2000년을 100으로 볼 때 2005년 3분기 79.2로 떨어진데 이어 2006년 3분기엔 78.0으로 낮아졌습니다. 내수 부진과 환율 불안 등으로 중소 제조업 경기는 올해도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가동률이나 자금 사정은 어떤지요.중소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정상 가동 수준(80%)을 밑돌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가동률은 2005년 69.9%에서 2006년 5월 70.6%, 11월 71.5% 수준이지요.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어음 부도율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005년 258조 원에서 작년 6월 280조6000억 원, 11월에는 302조600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설비 투자는 살아날 기미가 있습니까.작년에 중소기업 투자는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올해는 경기 불안 심리 확산으로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투자는 2005년 9.8% 감소에서 2006년 18.2% 증가, 올해는 14.8% 감소로 예상됩니다. 올해 대기업의 투자가 소폭(1.7%)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인력난 해소는 중소기업의 숙원과제인데.중소기업은 19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합니다. 이 중 중소 제조업은 7만9000명이 부족하고요.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수요와 공급 양쪽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력지원정책 등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합니다.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53~75%에 불과하고 근로시간은 대기업의 107% 수준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청년층의 학력 인플레이션과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소극적이고 안정 지향적인 직업관이 작용하고 있습니다.이를 타개하려면 우선 중장기적으로, 청년층 및 국민이 중소기업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중소기업 취업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구체적인 해결방안이 있습니까.이걸 한번 보십시오(이 청장은 주머니에서 표를 하나 꺼내 들었다). 청년 실업은 약 40만 명에 달하는데 중소기업 부족인력은 약 20만 명 수준아닙니까. 결국 여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인식 개선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4개 대학의 공대생을 대상으로 3주 동안 중소기업에서 연수를 받으면 3학점을 부여하고 80만 원의 장학금도 지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업계와 대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작년 7월 154명이 참여했습니다. 또 작년 9월부터 성공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공대에서 강의하도록 했는데 이것 역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620명의 학생이 수강했습니다. 중소기업의 고질적 인력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확대 실시해 현재 23개 대학교에서 751명이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올해는 어떤 정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인지요.중소기업의 사기 진작과 경영 혁신을 통한 수익성 개선 등 활력 제고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연구개발(R&D) 지원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의 혁신기업화를 촉진하고, M&A 촉진, 가업승계지원방안 마련 등을 통해 진취적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특히 중소기업인의 사기를 높여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업승계제도를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야 적극적으로 투자도 하고 기업도 키울 것 아닙니까. 대주주 지위가 유지되지 않으면 투자도 하지 못하고 시설 개체에도 나설 수 없습니다. 핀란드 등 유럽은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50%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이 부담이 큽니다.공공구매, 사업 전환 등 그동안 마련한 제도를 조기에 확산시키고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에 나설 생각입니다. 창업 활성화 대상을 서비스업으로까지 확대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중소기업 간 협력 사업을 본격 전개해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산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발맞춰 중소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협상이 국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지난 1990년 한국 상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3.8%였지만 지금은 2.6%에 불과합니다. 이 기간 중국 상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3%에서 14.5%로 높아졌습니다. 중소기업은 더 이상 국내 시장에만 안주해선 안 됩니다. 넓은 해외 시장을 겨냥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외국과의 FTA 협상은 중소기업에 유리합니다.재래시장은 대형 할인점 등에 밀려 고전하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을 살릴 방안이 있습니까.서울 방학동에 도깨비시장이라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 대형 유통점들이 있는데 이들 유통점보다 도깨비시장이 더 잘된다고 합니다. 깨끗하고 상품 가격 할인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니 나타나는 현상이지요.시설 현대화 및 경영 혁신 등 체계적 지원으로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래시장 지원 예산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시설 현대화에 4948억 원, 경영 혁신에 528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정부가 시설 개선을 지원한 시장은 그렇지 않은 시장에 비해 매출 증가 점포가 6배에 달했습니다.빈 점포율은 2003년 16.5%에서 2005년엔 13.2%로 낮아졌고요. 상인 교육을 통한 의식 개혁으로 친절 서비스가 확대되고 상인 스스로 시장을 살리는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2004년부터는 선진 경영 기법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작년에만 1만4000명이 이수했습니다.중소기업 정책은 각 부처에 걸쳐 아주 다양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너무 복잡해서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가 힘듭니다.그래서 중소기업청은 수요자 중심의 정책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SPi-1357’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온라인을 통해 모든 중소기업 정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번 없이 1357로 전화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이 사이트(www.spi.go.kr)의 이용 건수가 180만 건을 돌파했고,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열렸던 ‘APEC 중소기업장관회의’ 때 정책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됐지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이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등 국내외에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이 정책성과를 확산시키고 수요자 중심의 행정 혁신을 펼친 결과 중소기업인들이 보낸 감사편지가 2004년 42통에서 작년에는 331통으로 급증했습니다.요즘 중소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속속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을 지원할 계획은.우선 해외 진출 지원 거점을 늘릴 생각입니다. 미국 베트남 브릭스(BRICs) 등 권역별 주요 거점 시장에 수출인큐베이터, 아이파크(i-Park) 등 해외 진출 지원 거점을 설치 운영 중입니다.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 법률 회계, 사무 공간 등을 제공해 현지 정착 지원함으로써 해외 진출 성공률을 높일 생각입니다. 해외 진출 거점 현황을 보면 수출 인큐베이터가 15군데, 아이파크가 8군데 있습니다. 해외 지원 기관 협의체 운영을 통해 현지 지원 거점 간 협력 강화로 현지 진출 중소기업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수출 인큐베이터, 민간 해외 지원센터 등을 확대해 해외 진출 기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중미지역 등 중소기업 수출 신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국가) 위주로 우선적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습니다. 아울러 국내 수출 유발 효과가 큰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 기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다만 해외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은 곤란합니다. 이에 따라 정보 제공과 경영 혁신 지원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지난 수십년간 운영되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최근 폐지됐습니다. 후속 대책은.중소 제조업체의 판로 확대와 부당 하청 생산 등을 방지하기 위한 직접생산확인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영세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해 협동조합의 중소기업 간 경쟁 입찰 참여, 공공구매 종합정보망 운영과 공공구매론(생산자금) 지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 확대를 위해 2007년 중소기업 제품 공공기관 평균 구매 목표 비율을 총구매액의 66.8%(59조 원)로 설정했습니다.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을 지난해 141개에서 올해 226개로 늘렸고 공사용 자재 분리 구매 대상 품목은 지난해 87개에서 올해 145개로 확대했습니다. 직접생산확인제도도 도입해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간 경쟁 제품을 납품 할때에는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수입품 대기업 제품 및 명의대여 하청생산 제품 등의 납품을 방지 하기 위한 것이지요.유효한 경쟁 여건을 갖춘 협동조합도 중기 간 경쟁 입찰 참여를 허용해 독자적인 대응 능력이 취약한 영세기업 수주 활동을 지원할 예정입니다.벤처기업특별법이 올해 말 만료됩니다만.최근 벤처기업 이노비즈 등 혁신형 중소기업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습니다.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요. 혁신형 기업은 2003년 8558개에서 작년 말 1만7512개로 늘었습니다. 벤처기업 수출은 2003년 70억8000만 달러에서 작년(1~11월)에는 110억 달러로 늘었습니다.과거 10년의 벤처기업 정책 기조는 벤처기업 육성 기반 구축과 시장 형성을 위한 제도 정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2기 벤처 정책이 실시될 예정입니다. 제2기 로드맵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되는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춰 직접 지원보다는 인프라 조성 및 제도 개선 위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학계, 벤처기업계, 관련 부처 등과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법안 유효기간 연장과 구체적 개편방향을 결정할 생각입니다.중소기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올해도 창업 활성화, 기술개발 촉진, 기업 간 협력, 자금 지원 등 분야별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이 고용 창출의 원동력이 되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중소기업 정책 전달 시스템인 ‘SPi-1357’에 모바일 서비스 기능을 도입해 고객 중심의 행정을 심화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수요자인 중소기업이 ‘신뢰하는 중소기업청’ ‘피부로 체감하는 정책’ ‘참여하는 행정’을 구현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중소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는데 힘써줬으면 좋겠습니다.정부와 중소기업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올해가 우리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한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약력: 1949년 충북 보은 출생. 68년 청주고 졸업. 73년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76년 국무총리실 근무. 87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실 과장. 90년 상공부 조선과장· 총무과장. 제철과장. 94년 통상산업부 기획예산담당관. 97년 통상산업부 공보관. 98년 주일본 대사관 상무관. 2001년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2002년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2003년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2004년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 2006년 중소기업청장(현).정리= 김낙훈 편집위원 /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