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강세 ‘쭈~욱’…‘급등은 없다’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땅 위로 올라오고 초목의 싹이 돋는 봄이 왔다.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부동산 시장에는 본격적인 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연초 예견됐던 ‘전세대란’의 가능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11·15대책과 1·31대책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 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전세 값은 불안의 불씨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각종 부동산 대책 및 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 시장도 가격에 따라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매매가에 이어 전세가 역시 ‘북고남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강남 송파 목동 등에서는 전세가가 떨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전세가가 저렴한 강북권에서는 매물 품귀 현상을 보이며 상승세를 보이는 것.‘북고남저(北高南低)’ 현상 뚜렷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 조사에 따르면 강남구와 송파구 전세가는 올 들어 3월 셋째 주 현재까지 전혀 움직임이 없고, 양천구는 1.17%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북구는 2.19%, 중구는 1.92%, 관악구는 1.69%, 금천구는 1.5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권의 전세가 약세현상은 지난해와 대비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2006년 연초 이후 3월 셋째 주까지 강남(2.47%) 송파(3.03%) 양천(5.41%) 모두 타 지역에 비해 전세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강남구의 경우 올 들어 전세가 상승률이 서울 전체 평균을 웃도는 사례는 1월 첫째 주를 제외하고 전무하다.이사철마다 전세가 급등을 주도했던 서울 대치동 도곡동 등 강남권 전세 아파트에 세입자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 수도권 전세난이 닥치면서 강남권 전세 아파트 값이 폭등한 데다 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또한 광역학군제 도입과 내신 성적 비율 강화 등 새롭게 바뀐 입시제도의 영향으로 내신 경쟁이 치열한 강남권 학교로 전학 오려는 학군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봄 전세 시장은 작년 상황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라며 “예년 같으면 신학기를 앞두고 매물이 없어 계약을 못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문의조차 뜸하다”고 말했다. 반면 강북은 상황이 정반대다.“1000가구가 넘는 단지에 전세 물건이 한두 개 있을까 말까예요. 매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마포구 공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명씩 전세 물건 예약을 하고 가지만 매물은 구경하기도 힘들다”며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전세금을 내겠다고 해도 물건이 없어 거래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찾는 사람이 없어 찬바람만 불고 있는 강남권과는 달리 서울 강북권에서는 전세 문의가 계속 늘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 가격이 오름세다. 특히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지만 매물이 워낙 귀해 거래가 쉽지 않고 입주 물량이 없는 곳일수록 대기 수요가 많다.이들 강북권의 경우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이 늘고 있고 오는 9월 이후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는 수요자들이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전세가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세입자들이 움직이기를 꺼려해 매물이 희귀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한편 강북권의 전세 매물이 바닥을 드러내자 최근 들어서는 서울 서남부 지역 일대 전세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강북권의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대가 비슷한 서울 서남권 지역으로 전세 수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주로 동작구 금천구 강서구 등이 강북권의 전세가 상승률을 앞지르며 두드러진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올해 전세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피드뱅크가 지난 2월 6일부터 3월 9일까지 사이트를 방문한 네티즌 1037명을 대상으로 ‘올해 전세가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 이상 상승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6.22%인 583명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이어 ‘3~5% 미만 상승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9.84%(102명)였고 ‘1~3% 미만 상승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8.39%(87명)으로 나타나 전체의 과반수가 훨씬 넘는 74.45%의 응답자가 올해 전세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5% 이상 하락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20.64%인 214명이었으며 ‘3~5% 미만 하락한다’와 ‘1~3% 미만 하락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2.41%(25명), 2.51%(26명)에 그쳤다.서울 신규입주 30% 감소이 같은 결과는 올해 신규 입주 물량 부족 등으로 인해 일찌감치 봄 이사철 전세대란이 예고된 데다 잇따른 정부 대책의 영향으로 주택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급등한 매매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전세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전세가의 불안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전세 시세가 매매가 변동의 신호탄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올 봄 전세가의 향방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보면 서울의 경우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30% 이상 줄어들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상반기 8764가구, 하반기 1만9622가구로 전체의 70% 가까운 물량이 하반기에 몰려 있어 봄 이사철이 포함된 상반기는 하반기보다 물량이 더욱 부족한 상태다.지난해 심각한 전세 난으로 전세가가 급등한 곳이 많아짐에 따라 신규 계약보다 재계약을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전세 물건 품귀에 따른 가격 상승을 예고한다.또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지금보다 훨씬 싼 값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세입자들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추세가 많아진 것도 매물 부족을 부채질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와 함께 집주인들이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늘어난 보유세 부담과 대출 규제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동시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어서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가의 오름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수요 역시 예상보다 감소하게 돼 전세가가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와 있다. 쌍춘년 결혼 수요가 지난해 마무리됐고, 이미 지난해 가을 가격 급등기에 전세 거주자들이 대거 주택 매입을 마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홀수 해여서 전세 이동이 많지 않은 해인 데다 광역학군제 개편 등 새로운 입시제도의 영향으로 겨울방학이면 어김없이 전세 수요가 몰리던 강남 및 목동 일대 전세가마저 약세로 돌아섬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됐던 봄 이사철 전세대란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결국 가격 상승을 야기할 공급 감소 요인이 수요 위축보다 비중이 더 클 것으로 보여 전세가는 지난해보다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등 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주택법 개정안의 입법 통과 여부는 향후 전세가 향방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경·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리서치팀장